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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019의 게시물 표시

[122일][12월31일] 극기(克己)

[122 일 ][12 월 31 일 ][ 백일글쓰기 2] 극기 ( 克己 ) 극 ( 克 ) 은 머리 ( 口 ) 에 투구 ( 十 ) 를 쓴 사람 ( 儿 ) 이 그 무게를 이겨내다 또는 어깨에 무거운 짐을 메고 오래동안 ( 古 ) 견뎌내는 사람 ( 儿 ) 의 모양을 딴 글자로서 ‘ 이기다 ’, ‘ 매다 ’ 의 뜻을 가진다 . 기 ( 己 ) 는 사람의 척추 모양을 형상화한 글자로 ‘ 사람의 몸 ’ 혹은 ‘ 자기 ’ 를 뜻한다 . 그러므로 극기는 ‘ 자기를 이겨낸다 ’ 로 풀이될 수 있다 . 그런데 뭘 이겨내는 것일까 ? 내 안의 욕심 , 휘몰아 치는 감정을 이겨내야 한다 . *) 한자 풀이는 한자신문의 설문해자 칼럼을 참조 사람의 정신은 몸 안에 갇혀 있다 . 그러다 보니 자꾸만 자기 위주로 생각하게 된다 . 자기 자신의 관점에 얽매이게 되면 치우치게 된다 . 마음이 치우치면 감정이 격해지기 마련이다 . 지나치게 화를 내고 슬퍼하고 즐거워하고 싫어하게 되면 몸 또한 감정에 삼켜지게 된다 . 예를 들어 , 극도로 화가 나면 몸을 부들부들 떨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 그렇다면 감정이 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그 지점까지만 화내고 슬퍼하고 즐거워하고 싫어하고 있다면 감정이 적절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 그래서 고대부터 많은 사람들이 ( 예를 들어 ) 화가 날 상황일 때는 화를 내지만 딱 그 상황에 알맞은 정도로만 화를 내기 위한 공부를 했고 하고 있다 . 나는 이것이 바로 극기라고 생각한다 .   홀로 책을 읽으며 공부할 때에는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아 있어서 편안하다 . 그러나 집 안이든 집 밖이든 사람들과 어울리는 순간부터 사건 ( 일 ) 들이 발생하게 된다 . 어떤 사건은 아무런 감정도 일으키지 않는다 . 또 어떤 사건은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 갈등을 일으킨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의 감정이 소용돌이치게 된다 . 이때가 공부의 최적 시기이며 그 사건이 공부의 최적 장소이다 . 갈등 상황에서의 극기가 진짜 공부이다 . ( 육징이 ) ...

[121일][12월30일] 지극히 상대적인

[121 일 ][12 월 30 일 ][ 백일글쓰기 2] 지극히 상대적인 중학생 때였다 . 교내 사생대회가 있었다 . 나는 짝꿍과 함께 학교 건물 앞 화단에 자리 잡았다 . 학교가 산 중턱에 있어서 건너편의 산들이 겹쳐진 풍경이 보였다 . 아마도 때는 가을이었나보다 . 나는 짝꿍과 떠들면서 앉으며 산들을 바라보았다 . 연필로 스케치를 했다 . 그리고 물감을 쓱쓱 펴발랐다 .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다 . 그렇다고 게으름을 피우지도 않았다 . 그냥 산을 그렸다 . 내 짝꿍도 나와 비슷한 속도로 그리고 있었다 . 짝꿍도 물감을 들었다 . 응 ? 물감을 칠하는 방식이 나와 다른데 ? 짝꿍 , 너는 도대체 누구냐 ? 평범한 나의 그림은 이러했다 . 묽은 파란색 물감으로 하늘을 칠했다 . 산은 녹색으로 칠했다 . 그게 끝이었다 . 그냥저냥 산을 그렸을 뿐이다 . 그런데 내 짝꿍은 똑같은 산을 단풍이 물든 산으로 바꾸었다 . 붓의 옆면을 이용해 다양한 색으로 점들을 찍으니 , 알록달록한 산이 나왔다 . 입을 헤벌리고 친구의 그림을 보고 또 봤다 . 와 ~ 멋지다 . 잠시 후 , 내 주변이 시끌벅적해졌다 . 교장 선생님이 내빈들과 함께 사생대회를 구경하다가 짝꿍 뒤에 멈춰섰기 때문이다 . “ 오 , 잘 그리는데 !” “ 표현력이 좋아 !” 등의 감탄사들이 튀어나왔다 . 글쵸 ? 저두 동감입니다 .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맞장구를 쳤다 . 어 ? 잠깐만 ! 내 그림은 형편 없는데 ! 내 그림을 의식한 순간 ,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 내 두 팔로 그림을 가렸다 . 이제는 학생들까지 몰려들었다 . 슬그머니 그림을 가슴에 안고 빠져나왔다 . 뒤를 돌아보니 인산인해가 따로 없다 . 그날 이후로 내 짝꿍에 대한 기억이 없다 . 그러나 그날 이후 나는 달라졌다 . 내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로 한 것이다 . 짝꿍의 멋진 그림처럼 나도 멋진 뭔가를 이루어내고 싶었다 . 수업도 열심히 듣고 , 쉬는 시간을 이용해 복습도 했다 . 매일 밤 9...

[120일][12월29일] 실망했던 그 순간

[120 일 ][12 월 29 일 ][ 백일글쓰기 2] 실망했던 그 순간 일이 좋았다 . 일을 하고 월급을 받고 , 그 월급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삶이 좋았다 . 그래서 9 시까지 출근해서 매일 11 시까지 일했다 . 그 때는 토요일에도 일했기 때문에 일요일을 제외한 6 일을 그렇게 살았다 . 주 5 일 근무가 시행되자 토일을 제외한 5 일을 그렇게 살았다 . 해마다 연차가 올라 연봉이 조금이나마 올랐고 , 승진도 했다 . 정말로 나의 일이 좋았다 . 어느 날 , 동료 직원이 말했다 . “ 오너는 직원들이 겨우 먹고살만큼만 돈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어 . 돈을 많이 주면 딴 생각을 한다면서 그랬어 .”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 물론 알고 있었다 . 나의 연봉이 타 회사와 비교해서 많이 적었다 . 당시 경쟁사와 자주 만나 회의를 했었는데 , 서로의 연봉을 궁금해 했다 . 그 중에 제일 적은 연봉을 받고 있었다 . 연봉을 많이 받은 이는 자부심을 느끼는 듯했다 . 곧바로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고개를 들었다 . 그리고 당당하게 발언했다 . 연봉이 높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자신감이 넘쳐나는 듯했다 . 반면에 나는 한없이 쪼그라들었다 . 회사의 의견을 강하게 대변할 수 없었다 . 이것이 연봉이 가져다 준 효과였다 . 오너는 경쟁에서 지고 있었다 . 당시 나는 오너가 일부러 그러지는 않는다고 믿었다 . 실제로 우리 회사는 경쟁사들에 비해 시장점유율이 낮았다 . 그러니 이익도 적을 것이다 . 그러니까 우리에게 연봉을 적게 주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 그리고 우리의 위에 있던 그들도 그렇게 설명했었다 . 우리의 연봉이 적은 이유는 그 딴 것 때문이 아니었다 . 오너의 얄팍한 경영철학 때문이었다 . 나는 크게 실망했다 . 그렇다고 매일 11 시까지 일하는 것을 그만둔 것은 아니었다 . 여전히 나는 나의 일을 사랑했다 . 하지만 그 이후 나는 변했다 . 자존감이 떨어졌다 . 나는 겨우 빌어먹는 일꾼일 뿐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 마르쿠스 카토...

[119일][12월28일] 접시닦이

[119 일 ][12 월 28 일 ][ 백일글쓰기 2] 접시닦이 <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 > 에 대한 12 월 26 일자 글에서 , 주인공이 가난으로 굶주리다가 친구의 도움으로 호텔 접시닦이로 취직되었다고 했다 . 주인공에게 취직은 하늘이 준 기회와도 같았다 . 일을 해야만 방값을 낼 수 있고 밥을 먹을 수 있다 . 당시의 주인공에게는 이 두가지가 가장 중요했다 . 주인공이 접시닦이로 취직한 호텔은 200 명의 손님을 위해 약 110 명의 종업원들이 군대처럼 계급구조를 이루어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 계급별로 수입의 차이는 무척 컸다 . 수석 요리사는 한달에 5 천프랑을 받았고 일반 요리사는 3 천프랑에서 750 프랑을 받았다 . 수석 웨이터는 귀족이나 지체 높은 손님들의 시중을 들고 팁 등의 수입으로 하루 200 프랑을 벌었고 , 일반 웨이터들은 팁으로 하루 70 프랑을 벌었다 . 수습 웨이터와 접시닦이는 한달 750 프랑을 , 하녀들은 500~600 프랑을 , 식료품 저장실 종업원 -- 실은 주방의 온갖 잡스러운 일을 했다 - 은 한달 500 프랑을 받았다 . 주인공은 접시닦이가 아닌 식료품 저장실 종업원으로 채용되었는데 , 그의 일은 호텔 종업원들이 식사한 후 나오는 접시를 닦을 뿐만아니라 손님을 위한 차와 토스트 만들기 등이었다 . 그의 일당은 하루 25 프랑이었데 , 일당을 지급하는 수위는 주인공이 물정을 모르는 것을 알고 일부를 착복했다 . 한푼도 없다가 하루 25 프랑을 벌게 되니 , 살 것만 같았다 . 게다가 호텔은 종업원들에게 식사와 하루 2 리터의 와인도 제공했다 . 먹을 것이 해결되니 이제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되었다 . 그들 ( 접시닦이 ) 의 일은 노예가 하는 일이며 아무런 기술도 필요하지 않다 . 임금은 겨우 연명할 정도이다 . < 중략 >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학을 나온 자들이 파리에서 하루 열 시간 내지 열다섯 시간씩 접시를 닦는 형편이다 . 그건 그 사람들이 게을러서가...

[118일][12월27일] 정신 없었던 하루

[118 일 ][12 월 27 일 ][ 백일글쓰기 2] 정신 없었던 하루 오늘 하루 동안 200 여 페이지를 읽었다 . 조지 오웰의 <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 > 을 완독했는데 , 정말 인상깊은 책이다 . 하루 종일 조지 오웰의 책을 읽느라 바빴지만 , 독서를 하는 동안은 무척 즐거웠다 . 흡인력 있는 글을 쓰는 조지 오웰에 대해 다시 한번 감탄했다 . 위화의 산문집 < 我只知道人是什么, 나는 사람이 무엇인지만 알 뿐이다 > 의 첫 에세이를 완독했다 . 16 페이지를 3 주동안 읽었다 . 무척 힘들었다 . 단어와 문법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문장을 분석했는데 쉽지 않았다 . 3 주간 중국어식 표현에 더 익숙해졌다 . 16 페이지 중 어떤 부분은 술술 읽을 수 있었지만 , 어떤 부분은 너무 어려워서 중국어 선생님께 도움을 청해야 했다 . 원인은 내가 아직 중국어의 독특한 문장구조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 선생님과 함께 문장 구조를 따지고 문맥을 맞춰봤다 .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일은 독해인데 , 기껏 번역을 하고서도 독해에 막히면 답이 없다 . 위화는 그냥 한 번 사람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던져본 것일까 ? 작가의 의도에 대해 좀 더 생각을 해봐야겠다 . 요즘은 하루하루가 너무 빠르게 정신없이 흘러간다 . 읽어야할 뉴스도 많고 봐야할 SNS 도 넘쳐난다 . 사람들의 이런저런 의견들을 읽다보면 , 이 세상과 우리나라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게 된다 . 엄청난 에너지를 투여해서 , 믿을 만한 소식을 가려내고 정보를 모으다 보면 “A 는 왜 ?” 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다 . 세상은 단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 소름이 돋는다 . 수 많은 사람들의 이해 득실에 따라 진실은 조직적으로 가려지고 거짓 선동이 춤을 춘다 . 이 때문에 두통을 느낀다 . 조지 오웰과 위화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했는지는 다음에 논해야 겠다 . 오늘은 독서하고 소감을 정리하고 온라인 토론을 하느라 에너지가 소...

[117일][12월26일] 굶주림의 끝은 접시닦이로의 취직이었다

[117 일 ][12 월 26 일 ][ 백일글쓰기 2] 굶주림의 끝은 접시닦이로의 취직이었다 약속한 시간에 나는 공원 벤치에서 보리스를 만났다 . 그는 조끼 단추를 풀더니 구겨진 커다란 신문지 꾸러미를 내놓았다 . 그 안에는 다진 송아지고기 , 카망베르 치즈 한 쪽 , 빵과 에클레르 과자 등이 한데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 < 중략 > 공원벤치에서 , 특히 아름다운 아가씨가 그득한 튈르리 공원 같은 곳에서 신문지를 펴고 먹는다는 것이 영 내키지 않았지만 너무나 배가 고팠던지라 체면을 차릴 겨를이 없었다 . < 중략 > 사흘 동안 우리는 그 짓을 계속했고 , 나는 전적으로 훔쳐 온 음식만으로 살았다 . 그리고 드디어 그 지긋지긋한 고생도 모두 끝났다 . X 호텔의 접시닦이가 그만두었는데 , 보리스의 추천으로 내가 그 자리를 얻었기 떄문이다 . - < 동물농장 ,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 > 194~195 페이지 , 조지 오웰 , 문학동네 <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 > 은 조지 오웰이 식민지 버마의 경찰직을 그만 두고 런던과 파리에서 밑바닥 생활을 하던 시기의 경험을 소설화한 것이다 . 조지 오웰은 평이한 문체로 담담하게 파리와 런던에서의 빈민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 생애 처음으로 지독한 가난에 처한 주인공의 눈물 겨운 하루살이 삶은 처연하기 그지없다 . 처음에는 자신의 빈곤을 비밀로 한다 . 거짓말로 하루하루 돈 있는 척을 하며 살아가는데 , 거짓말 때문에 어처구니없는 지출을 하기도 한다 . 굶주림에 무기력해지고 그러다보니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권태를 느낀다 . 그는 말한다 . “100 프랑밖에 없을 때는 가장 소심한 겁쟁이가 되기 십상이다 . 하지만 단 3 프랑만 가지고 있으면 아주 무심해진다 . 3 프랑으로는 다음 날까지 먹을 수 있을 것이니 그 이상은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돈이 다 떨어져 며칠을 굶다가 도움을 청하러 찾아간 친구는 자신보다 더 가난했다 . 주인공 ‘ 나...

[116일][12월25일] 오랫만에 가족과 함께 한 세 끼

[116 일 ][12 월 25 일 ][ 백일글쓰기 2] 오랫만에 가족과 함께 한 세 끼 크리스마스인 오늘 , 늦잠을 잤다 . 어제 밤에 잠 못 이루고 뒤척이다 늦게 잠이 들었더니 , 아침에 일어날 수가 없었다 . 잠에서 깬 남편은 서재에서 얌전히 기다려주었고 , 아이도 밀린 잠을 잤다 . 10 시가 되어서야 간단히 계란 요리와 콘 후레이크로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 점심은 오랜 시간 뭉근히 끓인 김치찌개로 간단히 해치우고 , 저녁은 냉장고를 털어 이런저런 반찬을 했다 . 어느새 아이가 내 옆에서 반찬 만드는 일을 거들어준다 . 남편은 상을 펴고 만들어진 반찬을 날랐다 . 하루 종일 세 끼를 가족과 함께 했다 . 거의 2 년만인 듯하다 . 아이가 중학생이 되고 , 남편이 새로운 일을 하게 되면서 , 나 홀로 식사하는 횟수가 늘었다 . 집에서 책 읽고 글 쓰는 일에 집중하다 보니 외출을 하지 않게 되었다 . 가을에는 방송대 인강을 듣고 공부를 하느라 외출을 하지 않았다 . 독서와 공부를 일처럼 하다 보니 ,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이 늘었다 . 하루 종일 보고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게 되어 홀로 있다는 느낌조차 받지 못했었다 . 정신없이 집중하다 보면 , 끼니를 놓치기도 한다 . 바쁘면 대충 때우기도 한다 . 매일 아침식사 후 가족들이 모두 직장과 학교로 떠나고 나면 , 다시 공부하고 독서하는 하루를 시작했다 . 일하듯이 말이다 . 그래서 인지 오늘 하루 종일 가족과 함께 이런 저런 대화도 하고 밀린 잠도 자고 함께 식사를 하게 되어 무척 만족스럽다 . 예전에는 모든 휴일이 오늘과 같았었건만 , 지금은 아이는 사춘기가 되었고 남편도 휴일 없이 일을 하게 되어서 더 이상은 예전과 같은 휴일을 보낼 수 없다 . 가족의 일상에 변화가 왔으니 , 나의 일상도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 인생 중에 요즘처럼 바쁘게 보낸 적이 없는 듯하다 . 몸이 아니라 정신이 말이다 . 그래서 인지 하루하루가 알차다 . 매일 읽은 책 페이지 수가 쌓이고 있고 , ...

[115일][12월24일] 생소한 온라인 독토

[115 일 ][12 월 24 일 ][ 백일글쓰기 2] 생소한 온라인 독토 < 삶의 격 > 에서 언급된 <1984> 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 어떻게 사람의 정신세계를 완벽하게 파괴할 수 있는지 정말 궁금했었다 . 그러던 중에 발견한 < 조지 오웰 전작 읽기 > 프로그램을 냉큼 신청했다 . 매주 1 권을 읽어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 이번 주가 3 주차인데 ,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 산문집에서 소설로 넘어오면서 읽기 훨씬 수월해진 탓도 있다 . 조지 오웰은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쓰는 작가인 듯하다 . 12 권을 읽고 난 후에도 같은 평가를 내릴지는 모르지만 , 3 권째 읽고 있는 현재의 평가는 그러하다 . 지금까지 참가한 읽기 프로그램은 발췌와 단상을 단톡방에 올리기만 하면 되었다 . 그런데 < 조지 오웰 전작 읽기 > 매주 금요일 저녁 9 시에 온라인 독서토론을 한다 . 프로그램 운영자가 미리 올려준 발제문에 맞춰 나의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 처음해보는 생소한 방식이라 첫 번째 온라인 독토에서는 얼어붙었다 . 두 번째 온라인 독토에서는 미리 나의 의견을 적어서 준비해두었다가 그때 그때 단톡방에 붙여넣기로 올렸다 . 의견을 올린 후 이어지는 핑퐁식 토론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 단톡방에서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는데 이 사람 저 사람이 대화를 주고받으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 언제 끼어들어야 할 지도 막막했다 . 온라인 독토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은 별로였다 . 소수의 사람이 참여한다면 , 그럭저럭 할 만할 듯하다 . 다수가 참여하기에는 공간이 좁다 . 여기서 말하는 공간이란 단톡방의 창 크기를 말한다 . 한 사람이 말하면 창은 위로 올라가 버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동시에 말하면 대화를 놓치기 일쑤이다 . 위로 올라가서 찬찬히 읽다보면 지금하는 이야기를 놓친다 . 이래도 저래도 대화의 타이밍을 놓치게 되어 있다 . 그래도 재미있는 점은 소수의 적극 토...

[114일][12월23일] 무덤덤

[114 일 ][12 월 23 일 ][ 백일글쓰기 2] 무덤덤 이번 주 수요일이 크리스마스라고 한다 . 아이는 크리스마스 계획을 다 세워두었다며 눈을 반짝였다 . 친구들과 함께 이런저런 일을 할 예정이라며 미소 짓는다 . “ 그럼 엄마는 ?” 근래 들어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 . 뭘 해도 무덤덤하고 관심이 없다 . 어떤 친구는 여행이 좋다 하고 , 다른 친구는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닌다고 또 누구는 이런 저런 투자로 자산을 불리는 재미가 좋다고 한다 . 나는 여행을 즐겨하지 않는다 . 집보다 좋은 곳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집을 떠나 어딘가를 가야 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 출장을 간다든지 , 명절이라 부모님께 간다든지 , 여름 휴가를 다녀와야 한다든지 등의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만 집을 떠날 수 있다 . 기분 전환을 위해 훌쩍 떠나는 여행은 나의 인생에서 극히 드물다 . 2016 년 시누이와 둘이서 부산여행을 간 적이 있다 . 배려심 많은 시누이 덕에 행복한 경험을 듬뿍하고 왔었다 . 그 다음 해에 부산여행의 행복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서 아이와 아이 친구네와 함께 부산에 다녀온 적이 있다 . 이 두 번의 여행이 나의 목적 없는 여행 경험의 전부이다 . 나에게 음식은 살아가기 위한 필수품일 뿐이다 . 배가 고프면 무얼 먹어도 맛있다 . 잔뜩 배 고플 때는 밥과 김치만 있어도 꿀맛이다 . 어쩌다 기가 막히게 음식을 잘하는 식당을 발견하더라도 다음 번에 그곳에 꼭 다시 가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 그 식당에서 맛있게 먹었던 소중한 기억을 오래동안 음미하고 싶기 때문이다 . 그 때의 맛을 회상하며 친구들에게 설명하는 그 순간 , 다시 그 음식을 맛본다 . 하지만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게 하고 싶기 때문에 그 식당을 자주 방문하기도 한다 . 최근에 우리 아이는 특정 뷔페식당을 자주 언급한다 . 예전에 친구들과 함께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

[113일][12월22일] 갑작스런 새벽 출근

[113 일 ][12 월 22 일 ][ 백일글쓰기 2] 갑작스런 새벽 출근 남편이 새벽에 급하게 뛰쳐나갔다 . 요즘 들어 주말이 되면 더 바쁘기는 했지만 새벽에 급하게 뛰어나가는 일은 흔하지 않다 . 잠에 빠진 채로 “ 나가요 ?” 라고 물어봤다 . 어제 오후에 내린 눈으로 인해 영상의 기온에도 길이 얼었다고 했다 . 도로를 위주로 새벽까지 작업을 했는데 , 인도는 미처하지 못했고 , 그 인도가 꽝꽝 얼어 무척 미끄럽단다 . 집 주변의 인도도 얼어 있었다며 큰일이라고 했다 . 그래서 비상이 걸린 것이다 . 눈 ? 어제 오후에 페친이 잠깐 사이에 눈이 왔다고 했었다 . 많은 양은 아니었다 . 어제 밤 , 페친이 모임에 가는 중에 골목에서 미끄러졌다고 했다 . 나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 그런데 밤 사이 기온이 내려가면서 눈이 녹은 물이 얼은 것이다 . 얼어붙은 물이 도포되어 있는 길은 위험하다 . 살금살금 걸어도 미끄덩거려 휘청이게 되고 잠깐 한 눈이라도 팔면 넘어지게 된다 . 잠깐 ! 그런데 인도라고 ? 인도용 제설차는 없다 . 사람이 직접 작업해야만 한다 . 사람이 직접 염화칼슘을 뿌려야 한다 . 그나마 도로에 인접한 인도는 염화칼슘을 차에 싣고 다닐 수 있다 . 그러면 골목길은 어떻게 해야 하지 ?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 남편이 출근한지 한참이 지났다 . 남편은 지금 무얼하고 있을까 ? 오늘은 일요일이다 . 조금 뒤면 교회를 가기 위해 사람들이 이동하기 시작할 것이다 . 집을 나선 사람들은 제설이 된 인도 위를 걷게 될까 ? 글자수 : 542 자 ( 공백제외 ) 원고지 : 3.65 장 # 연금술사 # 백일글쓰기 # 숭례문학당 # 새벽출근한남편 # 제설작업

[112일][12월21일] 를 듣고

[112 일 ][12 월 21 일 ][ 백일글쓰기 2] <SUGA’s Interude> 를 듣고 2018 년 4 월 , 나는 “ 해 뜨기 바로 직전이 가장 어둡다 ” 를 되뇌며 살고 있었다 .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 그러다 우연히 BTS 의 빌보드 공연 기사를 보게 되었다 . 한국의 아이돌이 미국 빌보드에서 2 년 연속 상을 받고 첫 공연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 어떤 그룹이길래 이런 성과를 냈는지 정말 궁금했다 . 유튜브에서 검색된 빌보드 공연 영상들을 하나 하나 봤다 . 연관 동영상들도 봤다 . < 불타오르네 > 공연 영상을 볼 때 , 억눌려 있던 가슴이 확 트이는 듯했다 . 이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 나를 대신해서 노래로 말해주고 있었다 . 노래 맨 마지막에 경고하듯 말하는 “ 용서해줄께 ! 에 나는 중독되고 말았다 . 그래 “ 용서해줄께 !’ 암 그렇구 말고 . 나는 용서해줄 수 있어 ! 격하게 공감했다 . 그 후로 틈만 나면 블로그 , 기사 , 유튜브 , 음악사이트를 검색해서 BTS 에 대해 공부했다 . 그렇게 해서 알게 된 사실은 “ 용서해줄께 !” 라고 툭 던진 BTS 멤버의 이름이 슈가 (SUGA) 라는 것이었다 . BTS 의 모든 멤버들이 각기 독특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 각자 넘치는 개성을 가지고 있어서 노래를 듣거나 공연 영상을 보거나 인터뷰 영상을 볼 때마다 저절로 미소를 짓고는 했다 . 슈가는 항상 과묵하다 . 그런 슈가에게 말을 하게 하려면 사회를 맡기면 된다 . 슈가는 무척 재치 있는 언어를 사용한다 . BTS 의 노래에서의 슈가 파트 또한 마찬가지다 . 슈가의 랩은 감정을 잘 전달하는데 , 그런 스타일 때문에 팬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는다 . 최근에 슈가가 할시 (Halsy) 의 앨범 수록곡을 프로듀싱하고 피쳐링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 할시의 3 집 앨범에 수록될 곡인데 12 월 1 일에 슈가가 피쳐링한 곡만 우선 공개되었다 . 2 분 ...

[111일][12월20일] 빛 좋은 개살구

[111 일 ][12 월 20 일 ][ 백일글쓰기 2] 빛 좋은 개살구 조지 오웰의 < 버마시절 > 은 1920 년대의 버마 식민지 전초기지인 카우크타다를 배경으로 식민지 지배자 답지 못했던 플로리라는 백인 나으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 플로리는 15 년간 버마에서 목재회사의 회사원으로 살았다 . 그는 얼굴의 한 쪽을 차지하는 푸르스름한 모반으로 인한 콤플렉스가 있는 외로운 사람이었다 . 모반이 그의 불행의 원천이었다 . 플로리는 35 세의 독신이고 많지 않은 월급이지만 하인들과 원주민 애인을 두는 풍족한 버마의 삶을 산다 .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밀림 속에서 목재를 자르고 나르는 일을 감독하는 고된 일을 한다 . 그리고 플로리는 백인이기 때문에 당연히 백인 나으리들의 클럽 멤버이다 . 따라서 버마인들은 그를 항상 똑똑하고 항상 힘세며 항상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우월한 종족 , 백인 나으리로 인식한다 . 하지만 플로리는 안다 . 그는 하찮은 인간일 뿐이다 . 그가 영국에 있었다면 , 그의 처지는 원주민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 그래서 플로리는 원주민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 모두 다 같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 플로리의 이러한 사고는 다른 백인 나으리들과의 갈등의 원인이 된다 . 버마에 있는 백인 나으리들은 인도인 , 버마인 등의 원주민들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 그들에게 원주민은 두 가지로 나뉜다 . 백인 나으리들에게 우호적이고 돕는 착한 원주민과 짐승보다 더러운 그냥 원주민이다 . 하지만 백인 나으리들의 수는 극소수이다 . 그래서 백인 나으리들은 원주민들을 두려워한다 . 원주민의 폭동은 언제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는 폭탄과 같은 것이었다 . 그렇기에 백인 나으리들은 원주민들을 더 무시했고 더 증오했다 . 백인 나으리들은 버마에서는 지배계층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지만 , 영국인으로서의 그들의 실제 모습은 원주민과 다를 바가 없다 . 그래서 버마에서의 백인 나으리들은 빛 좋은 개살구와 같다 . 버마인인 ...

[110일][12월19일] 넷플릭스를 보다가 든 짧은 생각들

[110 일 ][12 월 19 일 ][ 백일글쓰기 2] 넷플릭스를 보다가 든 짧은 생각들 넷플릭스의 이름이 알려진지 꽤 오래되었다 . 넷플릭스는 영화와 드라마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월정액 VOD 서비스 (Video On Demand, 동영상을 다운로드하지 않고 보고 싶을 때마다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 ) 이다 . 소비자인 나는 오래 전부터 넷플릭스와 같은 서비스를 꿈꿔왔다 . 하지만 국내의 어떤 회사도 그런 서비스는 제공해주지 않았다 . 인터넷 TV, 케이블 TV, 위성 TV 에서 제공하는 월정액은 항상 반쪽이었다 . 드라마만 , 예능만 , 영화만 , 어린이방송만을 따로따로 월정액 서비스에 가입해만 했다 . 게다가 월정액이 되는 프로그램 수도 한정적이었다 . 기다리다 지쳐서 넷플릭스에 가입했다 . 핸드폰의 작은 화면이지만 , 원할 때마다 재미있는 드라마와 영화를 원할 때마다 볼 수 있어서 좋았다 . 게다가 끊임없이 새로운 드라마와 영화가 편성되었다 . 나라를 뛰어넘고 시대를 뛰어넘는다 . 요즘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점점 더 늘고 있는 추세이다 . 그만큼 한국 가입자가 늘었기 때문일 것이다 . 가입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라니 정말 신선했다 . 소비자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서비스가 있을까 ? 이쯤 되면 , 궁금해진다 . 왜 국내에는 이런 서비스가 등장하지 않는 것일까 ? 공영방송은 물론 케이블 채널들이 하나둘이 아니며 , 이들 모두가 끊임없이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으니 , 콘텐츠가 부족하지는 않다 . 방송채널 뿐만아니라 유튜브와 네이버 브이라이브 (Vlive) 등에도 각종 콘텐츠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어서 , 이제는 소비자들이 콘텐츠를 선별해서 봐야할 지경이다 . 추측해 본 원인은 콘텐츠의 가격대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수지가 맞지 않아서 일 것이다 . 이에 대한 증거로 , 넷플릭스에도 국내 국영방송사의 콘텐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 어쩌다 케이블 TV 드라마 몇 편과 넷플릭스용으로 만든...

[109일][12월18일] 좌석버스 안에서의 휴대폰 싸대기 사건

[109 일 ][12 월 18 일 ][ 백일글쓰기 2] 좌석버스 안에서의 휴대폰 싸대기 사건 그건 사고였다 . 좌석 버스를 탔는데 , 타고 보니 퇴근 시간대였다 . 꽉 찬 버스 . 맨 뒷 자리 바로 앞에 빈 자리가 있어서 앉았다 . 좌석버스에서는 서있으면 안된다 . 재빨리 앉은 후 , 휴대폰으로 SNS 를 봤다 . 내 옆의 창가자리에는 남학생이 큼지막한 백팩을 무릎에 올려 놓고 있었다 . 물론 내게도 큰 가방이 있었으니 두 좌석이 모두 가방으로 꽉 차있었다 . 갑자기 옆의 남학생이 일어섰다 . 나도 자동적으로 일어서서 비켜주었다 . 급하게 일어서느라 한 손에는 가방 , 다른 한 손에는 휴대폰이 들려있었다 . 큰 백팩을 들고 우찌우찌해서 좌석 틈을 빠져나가는 남학생을 위해 몸을 최대한 뒤 쪽으로 뺐다 . 아뿔사 , 그 순간 버스가 신호에 멈춰있던 출발한다 . 작용반작용의 원칙에 따라 내 몸이 출렁거렸다 . 앞으로 쏠리는 듯하다가 엄청난 속도로 몸이 뒤로 젖혀졌다 . 허우적 거리다 내 폰이 뒷줄 한 중앙에 앉은 젊은 남자의 광대뼈에 부딪쳤다 . 빰을 떄린 것이다 . 너무 당황해서 순간 얼었다 . 그리고는 몸을 숙여 미안합니다를 연발했다 . 아닌 밤 중에 홍두깨격으로 갑자기 빰을 맞은 젊은이는 황당한 표정이었다 . 얼마나 아플까 ? 너무 미안해서 계속 미안하다고 했다 . 그러자 통로로 빠져나가던 백팩 남학생이 움찔거린다 . 잠깐의 정적 후 , 백팩 남학생이 고개를 돌려 나에게 미안하다고 한다 . 어쩌겠는가 ? 일어설 때 휴대폰을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고 잘 잡고 일어섰어야 했는데 , 그러지 못한 내 잘못이 아닌가 ! 그래서 백팩 남학생에게 내 잘못이니 괜찮다고 해주었다 . 그리고는 다시 뒷 좌석 젊은이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 이 일이 있은 후에는 좌석 버스 탈 때 더 조심하게 되었다 . 되도록이면 창가쪽에 앉고 , 버스가 완전히 선 후에 일어선다 . 그리고 좌석버스를 탈 때마다 내 핸드폰으로 빰을 맞은 잘생긴 젊은이가 떠오른다 . 빰은...

[108일][12월17일] 모범을 보여도 따라오지 않으면 벌로써 다스린다, 서합괘

[108 일 ][12 월 17 일 ][ 백일글쓰기 2] 모범을 보여도 따라오지 않으면 벌로써 다스린다 , 서합괘 9 월 21 일 , 21 일차에 < 보다 , 보게 하다 ( 觀 )> 는 글을 올렸었다 . 이 글은 주역의 관괘 ( 觀卦 ) 를 읽고 쓴 글이다 . 어제는 관괘 다음에 오는 서합괘 ( 噬嗑卦 ) 를 공부했다 . 이 괘는 한자부터 기를 팍 죽인다 . 처음 보는 어려운 한자이다 . 이해가 잘 안되어서 120 분짜리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 강사조차도 잘 해석이 안된다며 , 강의 중에 이런 뜻이지 않겠냐고 한다 . 책도 모호하게 기술한 부분이 있는데 저자도 잘 이해가 안되었나 보다 . 주역 ( 周易 ) 은 주나라의 시조인 문왕 ( 文王 , 기원전 1152 년 ~1056 년 ) 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 주나라는 기원전 1046 년에서 기원전 256 년까지 유지되었던 , 봉건국가였다 . 그런데 문왕은 주나라가 건국되기 전에 세상을 떠났으며 , 그의 아들인 무왕이 은나라 마지막 왕인 걸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주나라를 세웠다 . 그러니 주역은 기원전 1050 년보다 이전에 만들어졌을 확률이 크다 . 무려 3 천년 전에 지어진 책이니 , 그 당시의 사회문화를 모르는 현대인인 우리가 주역을 해석하는 일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 그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주는 괘가 바로 서합괘이다 . 서합괘의 이름부터 살펴보자 . 서 ( 噬 ) 는 치아로 물건을 무는 것이고 합 ( 嗑 ) 은 입을 다무는 것이다 . 서합은 위아래 턱을 맞물려서 입안의 음식을 씹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 보다 혹은 보이다는 뜻의 관괘 다음에 오는 괘에서 갑자기 왠 음식 먹는 이야기인가 싶었다 . 전통문화연구회의 강좌 중 전호근 교수님이 아주 오래 전에 했던 강의가 있었다 . 화질도 음질도 구린 인강을 본 결과는 이렇다 . 이 괘가 서합괘가 된 까닭은 괘의 모양 때문이라고 한다 . 맨 아래와 맨 위 효 ( 爻 ) 만 양이고 중간의 4 개 효가 음인 괘가 있는데 , 이름...

[107일][12월16일] 두부를 얼렸더니

[107 일 ][12 월 16 일 ][ 백일글쓰기 2] 두부를 얼렸더니 종종 TV 에서 혹은 사람들이 얼린 두부로 찌개를 끓이면 맛있다고 했다 . 그래서 유효기간이 간당간당한 두부를 포장된 채로 냉동실에 넣어 얼려 봤었다 . 꽝꽝 언 두부를 꺼내서 요리를 하려니 너무 단단해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 냉장실에 넣고 하루를 보낸 다음 꺼내서 해동된 두부로 찌개를 끓여봤다 . 맛이 없었다 . 듣기로는 두부에 있는 수분이 얼어서 구멍이 숭숭 뚫리고 그 사이로 찌개 국물이 흡수되어서 맛있다고 했다 . 구멍이 숭숭 뚫려 있기는 했다 . 그런데 두부의 식감이 별로였다 . 그래서 그 이후로는 절대로 두부를 얼리지 않았다 . 그런데 얼마 전에 유통기간이 간당간당한 두부 한 모의 절반으로 국을 끓이고 반 모가 남았다 . 남은 두부를 두고 고심했다 . 버릴까 말까 . 버리기는 아까워서 깍둑 썰기를 한 후 물기 없이 냉동을 시켰다 . 며칠 후 꽁꽁 언 깍둑 두부로 굴국을 끓였다 . 오 ! 두부가 맛있다 . 이 사건으로 얼린 두부로 국이나 찌개를 끓이면 더 맛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 그런데 얼리는 조건과 요리하는 시점이 중요했다 . 우선 얼릴 때는 물기를 제거하고 바로 요리할 수 있도록 잘라서 보관해야 한다 . 찌개나 국에 넣을 거라면 깍뚝 썰기를 하고 부칠 거라면 큰 직사각형으로 썰어 두어야만 한다 . 얼고 나면 두부끼리 붙어서 떼어낼 수가 없으니 적당량만큼 소분해서 냉동해야만 한다 . 요리를 할 때는 해동하지 않고 바로 조리하는 것이 더 맛있다 . 냉장실이나 상온에 두고 해동하니 질겨졌다 . 언 채로 국에 바로 넣고 끓이니 생두부와 동일하게 부들부들 거리면서 국물이 배어서 맛이 좋았다 . 마트에 가면 두부를 두 모나 세 모를 묶어서 파는데 한 모만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 아무리 저렴해도 양이 많아서 비싸더라도 한 모 혹은 반 모를 샀었다 . 이제 냉동 두부를 활용하는 법을 알게 되니 , 묶음 상품을 기쁜 마음으로 집어 들 수 있게...

[106일][12월15일] 나는 왜 쓰는가

[106 일 ][12 월 15 일 ][ 백일글쓰기 2] 나는 왜 쓰는가 나는 왜 쓸까 ? 여러 차례 이 질문이 백일글쓰기 카폐에서 제기되어 왔었어요 . 글을 쓰는 동기가 무엇인지를 묻고 거기에 답하는 글들도 여러 번 등장했었지요 . 어떤 사람은 소설가가 되고 싶어서 , 어떤 사람은 생각이 넘쳐 정리가 필요해서 , 어떤 사람은 더 잘 쓰고 싶어서 , 어떤 사람은 자신의 하루하루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 , 어떤 사람은 일상을 좀 더 가치 있게 만들고 싶어서 등 . 다양한 욕구가 있었어요 . 그러면 나는 왜 ? 나는 별로 쓰고 싶지 않았어요 . 외울래 쓸래 ? 하면 외우는 것을 택했지요 . 쓰는 일에 대한 저항감이 무척 컸었는데 , 쓰는 것뿐만 아니라 의견을 말하는 것도 싫어했어요 . 어렸을 적부터 시녀나 무수리과에 속했던 터라 입을 꼭 다물고 잘 들어주는데 익숙했거든요 . 몇 년 전까지도 그랬어요 . 엄마들 중에 독보적인 존재를 주위로 몰려다녔거든요 . 저는 당연히 독보적인 존재는 아니였죠 .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어요 . 그 중에 가장 큰 원인은 바로 학교 교육이죠 . 수업 중에 질문하면 안되거든요 . 잘 듣고 기억하는 것이 중요했고 , 그래야 성공할 수 있었지요 . 게다가 나의 중학 시절은 1212 쿠테타 직후에 시작되었어요 . 그러니 학교는 학생들을 붙잡아 두는 곳이 였고 , 자기 의견을 말해서는 안되는 곳이었어요 . 그렇게 길들여진거죠 . 착한 시민인 나는 글을 많이 썼어요 . 주로 계획서와 보고서를 썼지요 . 일을 원활히 진행하게 하기 위해 꼭 필요한 문서들을 만드는 일을 아주 오랫동안 해 왔어요 . 그런 류의 글은 의견이 필 요없어요 . 사실을 잘 정리하고 평가기준까지만 제시하면 의견은 윗 사람들이 해주지요 . 그러니 의견을 낼 필요가 없는거예요 . 회사도 의견 따위는 없는 말 잘 듣는 직원을 더 원했지요 . 내가 속한 기술 부문은 뭐든 해낼 수 있는 곳이예요 . 그런데 뭘 해내야 하냐면 , CEO 가 원하...

[105일][12월14일] 조지 오웰이 휴양지에서 본 것

[105 일 ][12 월 14 일 ][ 백일글쓰기 2] 조지 오웰이 휴양지에서 본 것 조지 오웰의 산문집 < 나는 왜 쓰는가 > 에는 총 29 편의 산문 (Essay) 가 수록되어 있다 . 수많은 산문 중에 특별히 고른 29 편은 한 편 한 편이 모두 보석처럼 빛이 난다 . 산문은 소설과 달리 작가의 본연의 모습을 투영한다 . 마치 작가가 내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듯하다 . 나는 이 산문집은 사흘에 걸쳐 300 페이지까지 읽었다 . 초기 작품은 마치 단편 소설 같았다 . 어떻게 산문을 소설처럼 쓸 수 있을까 ! 나의 글쓰기와 너무나 비교되어서 부끄러워 내 자신에게 화가 났다 . 차근차근 한 편씩 읽어 보니 , 조지 오웰은 산문일지라도 오랜 기간에 걸쳐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다듬고 또 다듬은 작품들이었다 . 산문집의 제목은 1946 년 발표한 < 나는 왜 쓰는가 Why I Wirte> 라는 에세이에서 왔다 . 짧지만 강렬한 문장이었다 . 이 에세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오늘은 < 마라케시 > 라는 에세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 그의 산문 중에서 < 교수형 > < 코끼리를 쏘다 > < 스페인의 비밀을 누설하다 > < 민족주의 비망록 > < 나는 왜 쓰는가 > 는 많은 사람들이 언급할 정도로 유명하다 --- 이들 에세이에 대해서도 한 편씩 다뤄보려 한다 . 그런데 나는 < 마라케시 > 에서 더 큰 울림을 느꼈다 . 이 작품을 통해 조지 오웰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작가들과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품이 지금까지도 읽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보통 사람들은 휴양지에 도착하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을 본다 . 그리고는 마치 지상낙원인 것처럼 찬양할 것이다 . 조지 오웰이 본 것은 휴양지가 아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 그렇다고 모로코에 사는 유색 인종들을 백인으...

[104일][12월13일] 착각

[104 일 ][12 월 13 일 ][ 백일글쓰기 2] 착각 어렴풋이 빛이 느껴졌다 . 눈을 뜨니 시야가 흐릿하다 . 고개를 돌려 벽시계를 보니 12 시 30 분 . 아 ! 또 깼네 . 다시 자야겠다 . 그런데 좀 이상하다 . 주변이 지나치게 밝다 . 다시 시계를 봤다 . 11 시 30 분 . 정신이 번쩍 든다 . 이 위화감은 어디에서 왔는가 ? 책을 읽다 너무 졸려서 잠깐 잠이 들었다 . 분명히 아침 식사 후 다들 직장과 학교로 떠난 뒤 책을 읽었다 . 조지 오웰의 <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의 남긴 엄청나게 많은 산문 중에서 몇 개를 고른 에세이집이다 . 주로 1920~40 년대에 쓰여진 글들로 무척 현실적인 내용이다 . 당시의 세계 정세와 정치 문제를 논하고 계급투쟁이 등장하며 자본과 정치의 어두운 면을 그린다 . 한 편 한 편 울림이 크다 . 그런데 졸리다 . 허리를 펴고 소파 위에 누웠다가 속적없이 잠에 빠져든 것이다 . 낮잠이다 보니 잠깐 사이에 깨어났으리라 . 그런데 나는 왜 새벽 12 시 30 분이라 착각한 걸까 ? 시험 전 몇 주간은 정신없이 공부에 매달렸다 .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 피곤하면 잠시 잠을 자고 깨어나면 바로 공부하는 일상이었다 . 낮에는 주로 인강을 보거나 녹음된 본문을 들으며 노트를 봤다 . 사이사이 집안 일도 하고 장도 봤다 . 그러다 밤이 되면 , 녹초가 되어서 잠에 빠져들고는 했다 . 그런데도 중간중간 잠에서 깨어 말똥말똥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고는 했었다 . 어떨 때는 새벽 2 시 30 분 . 어떨 때는 새벽 3 시 30 분 . 어떤 때는 4 시 30 분 . 시계를 보고 12 시 30 분이라 착각한 순간 . “ 오늘은 너무 일찍 깼다 .” 는 생각이 들었다 . 밤에 자다가 깬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 시험이 끝난 후 , 이런 일이 잦다 . 몸과 마음이 아직도 시험 전 모드인 듯하다 . 글자수 : 643 자 ( 공백제외 ) 원고지 : 4.52 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