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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일][12월26일] 굶주림의 끝은 접시닦이로의 취직이었다


[117][1226][백일글쓰기2] 굶주림의 끝은 접시닦이로의 취직이었다

약속한 시간에 나는 공원 벤치에서 보리스를 만났다. 그는 조끼 단추를 풀더니 구겨진 커다란 신문지 꾸러미를 내놓았다. 그 안에는 다진 송아지고기, 카망베르 치즈 한 쪽, 빵과 에클레르 과자 등이 한데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중략> 공원벤치에서, 특히 아름다운 아가씨가 그득한 튈르리 공원 같은 곳에서 신문지를 펴고 먹는다는 것이 영 내키지 않았지만 너무나 배가 고팠던지라 체면을 차릴 겨를이 없었다. <중략> 사흘 동안 우리는 그 짓을 계속했고, 나는 전적으로 훔쳐 온 음식만으로 살았다. 그리고 드디어 그 지긋지긋한 고생도 모두 끝났다. X호텔의 접시닦이가 그만두었는데, 보리스의 추천으로 내가 그 자리를 얻었기 떄문이다. - <동물농장,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 194~195페이지, 조지 오웰, 문학동네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은 조지 오웰이 식민지 버마의 경찰직을 그만 두고 런던과 파리에서 밑바닥 생활을 하던 시기의 경험을 소설화한 것이다. 조지 오웰은 평이한 문체로 담담하게 파리와 런던에서의 빈민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생애 처음으로 지독한 가난에 처한 주인공의 눈물 겨운 하루살이 삶은 처연하기 그지없다. 처음에는 자신의 빈곤을 비밀로 한다. 거짓말로 하루하루 돈 있는 척을 하며 살아가는데, 거짓말 때문에 어처구니없는 지출을 하기도 한다. 굶주림에 무기력해지고 그러다보니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권태를 느낀다. 그는 말한다. “100프랑밖에 없을 때는 가장 소심한 겁쟁이가 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단 3프랑만 가지고 있으면 아주 무심해진다. 3프랑으로는 다음 날까지 먹을 수 있을 것이니 그 이상은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돈이 다 떨어져 며칠을 굶다가 도움을 청하러 찾아간 친구는 자신보다 더 가난했다. 주인공 는 자신의 돈으로 먹을 것을 사 함께 나눈다. 최악의 상황에서의 우정이 서로를 지탱해주고 살아갈 힘을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호텔에 취직한다. 식자재창고지기가 된 친구는 며칠 동안 굶고 있는 주인공에게 음식을 훔쳐 가져다준다. 또 친구 덕분에 호텔의 접시닦이로 취직할 수 있게 된다.

접시닦이. 주인공은 접시닦이로 취직하기 위해서 몇 개월간 노력했다. 그러나 외국인이고 접시닦이 경험이 없는 주인공을 고용하는 사람이 없었다. 영어과외 일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씻지도 못하고 옷세탁도 못해서 꼬질꼬질한데 어떤 학생이 고용하겠는가? 한 번 시작된 불행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순환 고리로만 빠져들었다.

그 악순환의 고리는 어떻게 끊겼는가? 바로 사람에 의해서이다. 최악의 상황에 처해도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친구를 보듬어주고 위로해주던 주인공의 인성 때문이었다. 친구 보리스는 망명한 러시아인이며, 오랫동안 파리에서 웨이터 생활을 했다. 보리스 또한 형편이 좋았던 시절, 어려운 사람들에게 작은 돈이나마 빌려주었다. 물론 돈을 빌린 사람들은 갚지 않았다. 이러한 보리스의 인연은 파리 도처에 있었던 것이다. 보리스의 따뜻한 마음이 그에게 일을 주었고, 다시 주인공의 따뜻한 마음이 주인공에게 일을 주었다.

우리 인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나는 이 대답을 조지 오웰의 글 이곳 저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수필에서, 그의 소설에서 그의 인성을 엿볼 수 있었다. 조지 오웰은 무엇으로 살았는가? 그는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스페인 내전의 혼란 속에서도 그랬고, 버마의 절망 속에서도 그랬으며, 밑바닥 생활 중에도 그랬다. 1934<버마시절> 출간으로 생활의 안정을 찾은 후에도 그랬다. 타인을 아끼는 마음이 곧 인()이다. 따라서 조지 오웰은 인()한 사람이다.

글자수 : 1394(공백제외)
원고지 : 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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