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일][12월20일][백일글쓰기2] 빛
좋은 개살구
조지 오웰의 <버마시절>은
1920년대의 버마 식민지 전초기지인 카우크타다를 배경으로 식민지 지배자 답지 못했던 플로리라는 백인
나으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플로리는 15년간 버마에서 목재회사의 회사원으로 살았다. 그는 얼굴의 한 쪽을 차지하는 푸르스름한 모반으로 인한 콤플렉스가 있는 외로운 사람이었다. 모반이 그의 불행의 원천이었다. 플로리는 35세의 독신이고 많지 않은 월급이지만 하인들과 원주민 애인을 두는 풍족한 버마의 삶을 산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밀림 속에서 목재를 자르고 나르는 일을 감독하는 고된 일을 한다. 그리고 플로리는 백인이기 때문에 당연히 백인 나으리들의 클럽 멤버이다. 따라서
버마인들은 그를 항상 똑똑하고 항상 힘세며 항상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우월한 종족, 백인 나으리로 인식한다. 하지만 플로리는 안다. 그는 하찮은 인간일 뿐이다. 그가 영국에 있었다면, 그의 처지는 원주민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플로리는 원주민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모두 다 같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플로리의 이러한 사고는 다른 백인 나으리들과의 갈등의
원인이 된다. 버마에 있는 백인 나으리들은 인도인, 버마인
등의 원주민들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원주민은 두 가지로 나뉜다. 백인 나으리들에게 우호적이고 돕는 착한 원주민과 짐승보다 더러운 그냥 원주민이다. 하지만 백인 나으리들의 수는 극소수이다. 그래서 백인 나으리들은
원주민들을 두려워한다. 원주민의 폭동은 언제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는 폭탄과 같은 것이었다. 그렇기에 백인 나으리들은 원주민들을 더 무시했고 더 증오했다. 백인
나으리들은 버마에서는 지배계층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지만, 영국인으로서의 그들의 실제 모습은 원주민과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버마에서의 백인 나으리들은 빛 좋은 개살구와 같다.
버마인인 영국 추종자인 의사 베라스와미와 타락한 탐관오리 우 포 킨은 식민지의 지배자인 백인에게 기생하는 사람들이다. 둘 중에 누가 선하고 악한가를 가리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왜냐하면
두 사람 모두 기생충과 같은 유형이기 때문이다. 백인과의 친분을 이용해 버마 사회에서 높은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두 사람의 목표이다. 오직 한 사람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백인 클럽 멤버가 되기 위해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다툰다. 이 두 타락한 원주민 때문에 플로리는 나락으로 떨어져 자살을 하게 된다. 플로리의 자살로 둘 중 누가 이익을 봤고 손해를 봤는가? 표면적으로
우 포 킨이 이익을 본 듯하지만, 그는 결국 뇌졸증으로 허망하게 죽는다. 베라스와미는 백인을 여전히 우상화하고 숭배하며 백인의 주위를 얼쩡대며 살아간다. 둘 다 버마의 빛 좋은 개살구들이다.
플로리 주변에 두 여인이 등장한다. 원주민 애인인 마 홀라 메이와
영국 처녀인 엘리자베스이다. 플로리는 원주민 여자와의 관계를 죄악으로 여긴다. 마 홀라 메이는 그에게 필요한 존재이지만 필요한만큼 독이 되었다. 마
홀라 메이는 플로리의 우유부단함을 이용해 흥청망청 방종한 삶을 산다. 백인의 애인이라는 지위는 그녀를
허영심에 부풀게 하는 독이었다. 마 홀라 메이는 플로리를 돈으로 여길 뿐이다. 영국 처녀 엘리자베스는 무일푼의 고아이다. 오갈데 없는 그녀에게
손을 내민 숙모의 부름을 받고 버마 카우크타다에 왔다. 플로리는 엘리자베스에게서 희망을 봤다. 그래서 집착하게 된다. 플로리는 이것을 사랑이라 여겼다. 그 둘은 서로 안 맞는 조각이었다. 엘리자베스는 허영심 많은 여인이었고
플로리는 우유부단한 사회비판주의자였다. 엘리자베스는 그녀의 허영을 만족시켜줄 똑똑하지 않은 부자를 원했다. 플로리는 엘리자베스가 원하는 가진자가 아니었다. 플로리의 착각은
그를 절망으로 몰아갔다. 플로리가 자살한 후 마 홀라 메이는 화려했던 과거를 그리워하는 비참한 삶을
산다. 그녀의 허영이 그녀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한편 엘리자베스는
운이 좋았다. 나이 많은 백인 남자와 결혼하여 버마에서 그녀의 소원대로 마님의 삶을 살게 되었다. 어쩌면 엘리자베스도 마 홀라 메이처럼 삶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었다. 단지
그녀가 영국인이었고 그녀가 버마에 있었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를 모면했을 뿐이다. 마 홀라 메이나 엘리자베스나
둘 다 버마의 빛 좋은 개살구였다.
20세기 초는 자본주의와 자유주의가 극에 달한 시기였다. 자본주의는 할 수 있는 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목표이다. 자유주의는
개인이나 회사가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래서 돈이 많은 자본가들은 돈을
더 벌기 위해 다른 사람과 다른 나라를 착취했다. 돈이면 된다는 논리였던 것이다. 영국도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에 충실한 나라였다. 플로리는 어떤 사람인가? 그는 지배계층이 아니다. 따라서 플로리를 억압과 착취를 불쾌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원주민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가질 수 있었다. 우월한
백인 나으리와 원주민의 친구라는 두 신분 사이에서 우유부단하게 갈등하던 플로리는 풋살구였다.
글자수 : 1876자(공백제외)
원고지 : 12장
#연금술사 #백일글쓰기
#숭례문학당 #조지오웰 #버마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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