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일][12월23일][백일글쓰기2] 무덤덤
이번 주 수요일이 크리스마스라고 한다. 아이는 크리스마스 계획을 다
세워두었다며 눈을 반짝였다. 친구들과 함께 이런저런 일을 할 예정이라며 미소 짓는다. “그럼 엄마는?”
근래 들어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 뭘 해도 무덤덤하고 관심이 없다. 어떤 친구는 여행이 좋다 하고, 다른 친구는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닌다고
또 누구는 이런 저런 투자로 자산을 불리는 재미가 좋다고 한다.
나는 여행을 즐겨하지 않는다. 집보다 좋은 곳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집을 떠나 어딘가를 가야 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출장을
간다든지, 명절이라 부모님께 간다든지, 여름 휴가를 다녀와야
한다든지 등의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만 집을 떠날 수 있다. 기분 전환을 위해 훌쩍 떠나는 여행은 나의
인생에서 극히 드물다. 2016년 시누이와 둘이서 부산여행을 간 적이 있다. 배려심 많은 시누이 덕에 행복한 경험을 듬뿍하고 왔었다. 그 다음
해에 부산여행의 행복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서 아이와 아이 친구네와 함께 부산에 다녀온 적이 있다. 이
두 번의 여행이 나의 목적 없는 여행 경험의 전부이다.
나에게 음식은 살아가기 위한 필수품일 뿐이다. 배가 고프면 무얼 먹어도
맛있다. 잔뜩 배 고플 때는 밥과 김치만 있어도 꿀맛이다. 어쩌다
기가 막히게 음식을 잘하는 식당을 발견하더라도 다음 번에 그곳에 꼭 다시 가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 식당에서 맛있게 먹었던 소중한 기억을 오래동안 음미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 때의 맛을
회상하며 친구들에게 설명하는 그 순간, 다시 그 음식을 맛본다. 하지만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게 하고 싶기 때문에
그 식당을 자주 방문하기도 한다. 최근에 우리 아이는 특정 뷔페식당을 자주 언급한다. 예전에 친구들과 함께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즐거웠던 기억
때문인 듯하다. 그래서 시간이 되면 아이와 그 곳을 방문한다. 아이
없이 혼자 그곳을 가지는 않는다.
결혼 전에는 여가시간을 즐기기 위해 자주 영화관에 갔었다. 토요일
조조 할인을 받고 보는 영화는 알찼다. 그래서 개봉한 영화는 거의 대부분 설렵했었다. 결혼해서 아이가 태어나고 영화관에 갈 수 있는 나이가 되고 나서는 아이와 함께 수많은 영화를 봤었다. 그런데 아이가 중학생이 되자, 아이는 더 이상 엄마와 영화관에 가지
않는다.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간다. 그래서 아이가
중학생이 된 이후, 영화관에서 본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남편은
영화를 좋아하지 않아서, 함께 가면 졸기 일쑤이다. 물론
본인은 절대로 졸지 않았고 재미있게 봤다고 주장한다.
예전에는 돈에 관심이 많았다. 봉급을 모으는 재미에 빠져서 열심히
일하기도 했다. 돈을 더 벌어볼 생각에 소액을 주식에 투자하고서는 연구하기도 했다. 재테크 강의를 찾아 다니며 듣기도 했고, 재테크를 잘하는 친구와
자주 만나서 친구의 경험담을 듣기도 했다. 그러다 알게 된 사실은 나는 투자를 할 마음이 없다는 것이었다. 투자는 던질 투(投)와
재물 자(資)로 이루어진 한자어이다. 재물을 던져서 이익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이익
추구이다. 이익 보장이 아니다. 나는 이익보장이 안되는 투자를
할 수 없는 유형의 사람이었다. 재테크에 능수능란한 친구는 과감하게 결정하지 못하는 나를 무척 답답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재테크에 대한 공부만 하고 실행은 하지 못한 채 재테크의 세계와 작별했다.
정말로 나는 무덤덤한 사람이 되었다. 오직 하는 일은 집에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생각을 하고 매일 글을 쓰는 것밖에 없다. 아이가 말했다. “그래도 돼?”
글자수 : 1362자(공백제외)
원고지 : 9.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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