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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일][12월29일] 실망했던 그 순간


[120][1229][백일글쓰기2] 실망했던 그 순간

일이 좋았다. 일을 하고 월급을 받고, 그 월급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삶이 좋았다. 그래서 9시까지 출근해서 매일 11시까지 일했다. 그 때는 토요일에도 일했기 때문에 일요일을 제외한 6일을 그렇게 살았다. 5일 근무가 시행되자 토일을 제외한 5일을 그렇게 살았다. 해마다 연차가 올라 연봉이 조금이나마 올랐고, 승진도 했다. 정말로 나의 일이 좋았다.

어느 날, 동료 직원이 말했다. “오너는 직원들이 겨우 먹고살만큼만 돈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어. 돈을 많이 주면 딴 생각을 한다면서 그랬어.”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물론 알고 있었다. 나의 연봉이 타 회사와 비교해서 많이 적었다. 당시 경쟁사와 자주 만나 회의를 했었는데, 서로의 연봉을 궁금해 했다. 그 중에 제일 적은 연봉을 받고 있었다. 연봉을 많이 받은 이는 자부심을 느끼는 듯했다. 곧바로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당당하게 발언했다. 연봉이 높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자신감이 넘쳐나는 듯했다. 반면에 나는 한없이 쪼그라들었다. 회사의 의견을 강하게 대변할 수 없었다. 이것이 연봉이 가져다 준 효과였다. 오너는 경쟁에서 지고 있었다. 당시 나는 오너가 일부러 그러지는 않는다고 믿었다. 실제로 우리 회사는 경쟁사들에 비해 시장점유율이 낮았다. 그러니 이익도 적을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연봉을 적게 주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리고 우리의 위에 있던 그들도 그렇게 설명했었다.

우리의 연봉이 적은 이유는 그 딴 것 때문이 아니었다. 오너의 얄팍한 경영철학 때문이었다. 나는 크게 실망했다. 그렇다고 매일 11시까지 일하는 것을 그만둔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나는 나의 일을 사랑했다. 하지만 그 이후 나는 변했다. 자존감이 떨어졌다. 나는 겨우 빌어먹는 일꾼일 뿐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마르쿠스 카토가 말하길, 노예는 잠잘 때만 빼고는 일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하는 일이 필요하냐 필요하지 않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일 자체가 좋은 것이기 때문에 --- 적어도 노예에게는 ---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 279페이지, 조지 오웰, 문학동네

회사를 그만두고 한참이 지난 요즘, 과거의 나의 생활을 떠올리고는 한다. , 나는 노예였구나! 만약 내가 나의 미래를 좀 더 주도적으로 생각했다면, 나는 그런 오너 밑에서 일해서는 안되었다. 과감히 다른 길을 찾아 떠났어야 했다. 용기가 부족해서 나는 계속 노예로 살았다. 결국 그 끝은 아름답지 않았다.

회사를 그만 둔 후, 한 동안은 노예근성을 버리지 못했다. 주인으로서의 삶이 익숙하지 않아서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러다 운명처럼 도서관 문화프로그램과 시민대학에서 인문학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드디어 나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인문학의 힘을 알리고 있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쓰는 삶의 기쁨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글자수 : 1112(공백제외)
원고지 : 7.46

#연금술사 #백일글쓰기 #숭례문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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