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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019의 게시물 표시

[091일][11월30일] 작은 집 Tiny House

[091 일 ][11 월 30 일 ][ 백일글쓰기 2] 작은 집 Tiny House 얼마전 우리나라에서 불고 있는 협소주택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 수평으로 배열된 주거 공간을 좁은 땅 위에 층층이 쌓아올린 형태이다 . 협소주택은 인구밀도가 높은 도심지에 주로 등장한다 . 일본의 도쿄 , 캐나다의 토론토 , 한국의 서울 등에서 발견된다 . 우리나라에서는 대지 면적은 15 평이하인 대지에 협소주택을 짓는다 . 건축법에 따라 대지면적의 60 퍼센트에만 집을 지을 수 있어서 , 각 층은 실평수 9 평 ~5 평 정도된다 . 건물의 연면적이 27~20 평이 되면 필수 생활 공간이 들어설 수 있다 . 땅이 넓은 지역에서는 컨테이너나 대형버스를 재활용한 작은 집 (Tiny House) 이 자주 등장한다 . 한적한 교외에 전기 , 상수 , 하수를 연결한 독창적인 집들은 볼 때마다 놀랍다 . 캠핑카의 제한된 생활공간을 좀 더 넓힌 개념이라 할 수 있다 . 주로 젊은 사람들이 주택구입비를 절약할 목적으로 1 년 ~2 년에 걸쳐 직접 집을 지었다 . 처음에 등장한 작은 집들은 무척 저렴한 비용을 들여 만들어졌다 . 어떤 대학생은 1,500 미국 달러 ( 한화 약 1,770 만원 ) 으로 대학 근처에 자기만을 위한 집을 갖게 되었다 . 길이 8 미터 폭 2 미터의 컨테이너를 개조한 이 집은 SUV 차량으로 견인할 수 있다 . 캠핑카에서 진화한 모습이었다 . 그는 이 집을 대학근처 숲 한 가운데 세워두고 통학한다 . 이 집의 단점은 전기 , 상수 , 하수를 자체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 어쩌면 학생이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일 것이다 . College Student Builds Outstanding DIY $15,000 Tiny House For Debt Free Living https://youtu.be/ougUWPUvgD8 by Living Big In A Tiny House 그러다가 2 인 가족을 위한 근사한 작은 집들이 등장했다 . 사...

[090일][11월29일] 명작을 읽어야 하는 이유

[090 일 ][11 월 29 일 ][ 백일글쓰기 2] 명작을 읽어야 하는 이유 운 좋게도 잭 런던이 작가가 되려는 젊은이에게 쓴 편지를 읽게 되었습니다 . 그 편지에서 그는 바이런의 시를 한 행 읽는 것이 문학잡지 백 권 읽는 것보다 낫다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 저는 금새 그 이치를 깨달았지요 . 시간과 정력을 문학잡지에 낭비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 아무리 뛰어난 문학잡지라 해도 , 그 잡지에 발표된 작품 가운데 50 년 , 백 년 뒤에는 여전히 읽힐 작품은 얼마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었지요 . 별로 뛰어나지 않은 잡지라면 더 말할 것도 없고요 . 그때부터 저는 문학잡지를 읽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 대신 본격적으로 세계적인 문화 유산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을 읽기 시작했지요 .- <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我只知道人是什么 > 위화 余华 , 푸른 숲 어쩌다 우연히 오전에 오프라인서점을 방문하게 되었다 . 그래서 원서와 병행해서 읽을 번역서들을 찾아봤다 . 많은 사람들이 통속 소설이나 연애 소설을 읽고는 하는데 , 근래의 나는 이런 류의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 그래서 위화의 작품을 몇 가지 찾아봤다 . 몇 년 전에 < 허삼관매혈기 > 를 읽었는데 , 나의 취향과 비슷했다 . 다 읽고 나서 책장에 책을 꽂아 두어도 계속 내용이 생각났다 . 소설 속의 그 장면들을 다시 꺼내어 곱씹고는 했다 . < 형제 > 를 읽을까 ? < 인생 > 을 읽을까 ? 고민하다 이번에는 산문집을 읽어 보기로 했다 . 마치 바진 巴金 의 < 수상록 随想录 > 같은 느낌이었다 . 서점에 앉아 앞 부분을 조금 읽어봤다 . 위화는 글쓰기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 위화는 1960 년에 출생했다 . 문화대혁명이 1966 년부터 1976 년까지 지속되었고 , 이 시기에는 모든 지식이 부정당했다 . 지식이 되살아나지 못하도록 지식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 어떤 이는 처형되었고 , 어떤 ...

[089일][11월28일] 문제가 사악해

[089 일 ][11 월 28 일 ][ 백일글쓰기 2] 문제가 사악해 < 중국어듣기연습 2> 기출문제를 중국어선생님과 함께 풀어봤다 . 선생님이 지문과 문제를 읽어 주면 , 나는 듣고 4 개의 보기 중에서 답을 골랐다 . 지문들은 공부했던 내용이라서 다 아는 것이었다 . 단지 복습을 하지 않아서 드문드문 기억이 났다 . 역시나 어려운 단어는 잘 안 들렸다 . 남은 시간동안 단어 공부를 좀 더 해야만 한다 . < 중국어듣기연습 2> 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문제 ( 질문 ) 를 듣고 이해하는 것이다 . 문제가 간단하면 , 바로 듣고 이해할 수 있다 . 하지만 같은 질문이라도 조금 어려운 어휘를 사용하면 , 바로 못 알아듣게 된다 . “ 뭘 물어보는거지 ???” 고민하다 문제를 풀지 못하고는 했다 . 발음이 b 인지 f 인지 , 성조가 2 성인지 4 성인지 잘 분별해야만 한다 . 발음과 성조로 인해서 전혀 다른 단어가 되기 때문이다 . 기출문제 중에서도 그런 사악한 문제가 몇 있었다 . 학생을 함정으로 유도하는 사악한 발음이었다 . 또 다른 문제는 들은 내용과 일치하는 것을 혹은 불일치하는 것을 고르라는 문제의 4 개의 보기 중에 교묘하게 함정을 파놓는 경우이다 . 얼렁뚱땅 읽으면 맞는 내용인데 , 자세히 읽어보면 틀린 내용이다 . 정말 사악하다 . 사악해 . 이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 철저히 공부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 여러 번 보고 여러 번 들어야 하고 , 필사까지 하면 더 좋다 . 받아쓰기는 ....... 텍스트가 너무 길고 어려워서 이번 학기에는 못하겠다 . 텍스트를 읽는 것만도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 듣기도 필사도 마찬가지로 오래 걸린다 . 오늘 중국어 선생님은 기출문제 지문을 읽다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 지문이 엄청 길었기 때문이다 . HSK 듣기평가에서도 이렇게 긴 지문이 나올까 싶다 -- 참고로 , HSK 는 시험응시료가 매우 비싸다 . JLPT 의 2...

[088일][11월27일] 하, 이건 너무 어렵잖아

[088 일 ][11 월 27 일 ][ 백일글쓰기 2] 하 , 이건 너무 어렵잖아 11 월 한 달은 기말시험준비로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 6 과목도 아니고 고작 3 과목 듣는데 , 엄살도 이런 엄살이 없다 . 시험범위까지 공부를 마친 과목은 기출문제를 풀고 정리하는 단계로 넘어갔다 . < 중국어듣기연습 2> 는 갈수록 텍스트가 길고 어려워져서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하기도 했다 . 어휘와 문장분석도 벅찬데 듣고 이해까지 해야 하니 약이 바싹 올랐다 . 혼자서 “ 이건 너무 하는 것 아냐 !” 를 중얼거리며 씩씩대기도 했다 . 반면에 < 중국현대문학작품선 > 은 수업을 들으면 들을수록 흥미로웠다 . 어학교재에 나오는 문장과 전혀 다른 형태의 문장들을 읽다 보면 중국어의 아름다움까지 느낄 수 있었다 . 물론 나의 중국어 선생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 문장의 아름다움을 느끼기는커녕 저주를 퍼붓고 있었을 것이다 . 그만큼 사회 , 문화 , 역사의 배경지식이 필요한 과목이었고 높은 수준의 독해력이 요구되는 과목이었다 . 현재의 나는 중국문학의 아름다움에 심취되어 있기 때문에 , 2 학기가 종료되면 나의 중국어 선생님과 이 과목에 등장한 작품 중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볼 생각이다 . 그리고 남은 한 과목 , < 고급중국어 2> 는 HSK 5,6 급 어휘들로 무장한 길고 긴 텍스트를 자랑한다 . 학기초에 가장 겁냈던 과목이기도 하다 . 강의를 계속 듣다 보니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겨서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 그런데 !!!!!! 마윈에 대한 글을 공부하다 머리뚜껑이 열리는 줄 알았다 . 중국 IT 업계의 신이라 불리는 마윈의 성공 이야기인데 다수의 IT 용어와 경제용어가 등장한다 . 이 글은 지금까지 읽었던 어느 글과도 달랐다 . 글 전체가 모두 새로운 단어로 도배되어 있었다 . 단어 공부하는데 하루가 걸렸고 , 다시 텍스트를 공부하는데 하루가 걸렸다 . 전체 글이 외워야 할 거리로 가득 차 있는 것이...

[087일][11월26일] 아파트와 협소주택

[087 일 ][11 월 26 일 ][ 백일글쓰기 2] 아파트와 협소주택 아파트는 많은 세대가 모여 살기 때문에 공동관리가 되고 생활편의시설이 많다는 장점이 있다 . 세대별 차량 1 대는 주차가능하기 때문에 주차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 예전에는 아파트 입구마다 경비원이 배치되어 있어서 안전하다는 인식도 컸다 . 요즘은 비용절감을 위해 경비원의 수를 대폭 줄이고 경비원의 빈 자리에 CCTV 를 설치했다 . 즉각적인 보안이 아닌 증거확보 보안으로 바뀐 것이다 . 아파트의 편리함도 있지만 ,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 그 중에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층간소음이다 . 아파트에 사는 모든 세대는 층간소음의 가해자이기도 하고 피해자이기도 하다 . 서로 조심하며 살지만 , 재수없으면 최악의 윗집을 만나기 한다 . 새벽시간까지 계속되는 층간소음때문에 항의라도 하면 , 다들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고 “ 내가 언제 시끄럽게 했냐 ?” 혹은 “ 시끄러웠더라도 오랫동안 시끄럽지 않았다 ” 는 항의를 하고는 한다 . 층간소음에 대한 언급 자체가 불쾌한 것이다 . 또 다른 문제는 지어진지 오랜 된 아파트들 중에서 세대별 주차대수가 1 대 미만일 경우 심각한 주차난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 몇 십년 전에 허름한 단층 아파트에 산 적이 있었는데 , 매일이 주차전쟁이었다 . 그러다 보니 주민들간의 주차로 인한 사소한 다툼도 종종 목격되고는 했다 . 세대별 주차대수가 1 대라 하더라도 , 요즘은 부부별로 각각 차가 있는 경우나 성장한 자녀들까지 차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세대별 주차대수가 2 대이상은 되어야만 한다는 주장도 종종 들린다 . 마지막으로 가장 민감한 문제는 바로 가격이다 . 몇 십년 전 , 분양당시에는 비슷한 가격이었을 지라도 , 향후 주변환경이 바뀌면서 가격이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 예를 들면 , 아파트 단지 인근으로 지하철역이 들어서면 가격은 급등한다 . 반면에 혐오시설이 들어서면 급락한다 . 그래서 아파트의 위치가 중요해진다 ....

[086일][11월25일] 외국어 수집

[086 일 ][11 월 25 일 ][ 백일글쓰기 2] 외국어 수집 학창시절에 나는 이과생이었다 . 잘하는 과목도 좋아하는 과목도 모두 이과 과목이었다 . 영어보다는 수학문제 푸는 것이 재미있었고 , 생물 , 지리 , 물리 , 화학을 공부하면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 그렇다고 역사나 사회를 싫어했던 것은 아니었다 . 싫어했던 과목은 바로 영어였다 . 도저히 이해 안가는 과목이었다 . 이렇게 해봐도 저렇게 해봐도 정이 붙지를 않으니 영어에 투여되는 공부시간은 수학보다 훨씬 적었다 . 그러다 보니 영어는 시험에서 적정한 점수를 받을 만큼만 공부하고는 했다 . 30 대초반 , 주 5 일 근무가 도입되면서 나는 멘붕에 빠졌다 . 주 6 일근무일 때는 토요일 밤 11 시까지 꽉꽉 채워서 일하고 일요일은 부족한 잠을 자면 되었다 . 사무실에서 온갖 자료를 읽고 분석하는 것이 나의 일이자 나의 취미였다 . 그런데 토요일이 갑자기 허공에 떠버린 것이다 . 처음에는 토요일 조조 영화를 보러 다녔다 . 마치 출근하듯이 영화를 보고 , 서점에 가고 , 윈도우 쇼핑을 했다 . 몇 번하고 나니 재미가 없어서 더는 하기 싫었다 . 그래서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 월 ~ 토 새벽반에 등록했다 . 새벽반을 듣고 사무실에 오면 8 시 20 분 . 동료들이 출근할 때까지 EBS 라디오 영어회화 받아쓰기를 했다 . 받아쓰기가 끝날 즈음에 동료들이 오면 봉지 커피를 함께 마시고 , 근무를 시작하고는 했다 . 매일매일 게다가 토요일까지 빈 시간을 영어로 채우는 생활을 몇 년간 했는데 , 의외로 엄청 재미있었다 . 학창시절의 나는 영어공부법을 제대로 몰랐던 것이다 . 30 대초반에 다시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유학을 준비하는 커뮤니티에서 수많은 글을 읽고 유학준비생들의 영어공부법을 긁어모았다 . 그 중에서 나에게 적합한 방법을 골라 내었다 . 통문장 암기 , 어휘습득 , 문법은 사전 찾듯이 , 원서 읽기를 해보니 , 공부가 수월했다 . 무리하지 않고 차근차근 인내심을 가지니 ,...

[085일][11월24일] 2015년 가을, 처음으로 알게 된 글쓰기의 즐거움

[085 일 ][11 월 24 일 ][ 백일글쓰기 2] 2015 년 가을 , 처음으로 알게 된 글쓰기의 즐거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엄마들은 바빠진다 . 학교에 잘 적응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자주 모이기 때문이다 . 그래서 초등학교 1 학년은 반 모임에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하면 점차 모임의 횟수도 줄어들고 , 인원도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 . 그러다 아이가 10 살이 되고 학교에서 5 교시까지 하게 되면 , 엄마들은 여유를 갖는다 . 많은 엄마들이 이 즈음에 취직을 한다 . 2014 년 가을이 되자 , 나는 생활에 변화를 갖고 싶었다 . 맥 놓고 있기 보다는 무어라도 배우고 싶었다 . 그래서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학습프로그램을 기웃거렸다 . 당시에는 도서관 문화 프로그램이 상당히 활발했다 .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했다 . 게다가 시민대학 프로그램에도 다양한 무료 강좌가 있었다 . 의지만 있으면 이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들으면 되었다 . 그래서 강좌 하나를 선택하고 수업을 들었다 . 매해 봄과 가을에 하나씩 과목을 무료로 들으면서 하나씩하나씩 새로운 분야를 접했다 . 2015 년 가을 , 큰 결심을 하고 글쓰기 교육을 선택했다 . 이전까지 그렇게 흔하던 생활글쓰기 강좌가 싹 ~ 사라지고 , 도서관에서 하는 < 서평쓰기 > 교육만 있었다 . 글쓰기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입문자라서 서평이 주는 무거운 느낌에 살짝 긴장이 되었지만 , 귀를 쫑긋하고 열심히 들었다 . 강사인 권선영씨는 숭례문학당에서 글쓰기를 배웠다고 했다 . 매 수업마다 하나씩 배워가면서 글쓰기에 대한 저항감을 조금씩 제거해갔다 . 인생이 알차지고 생기가 돌았다 . 그 수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매 수업의 마지막에 마음대로 글을 써보는 시간이었다 . 쓴 글을 강사가 확인하지도 않았고 , 제출하지도 않았다 . 그저 써내려 가기만 하면 되었다 . 희한하게도 이 시간 동안 해방감이 느껴졌다 . 무애...

[084일][11월23일] 염따 후드티와 王朔 왕숴의 动物凶猛 사나운 동물

[084 일 ][11 월 23 일 ][ 백일글쓰기 2] 염따 후드티와 王朔 왕숴의 动 物凶猛 사나운 동물 “ 그냥 까맣고 평범한 티이고 후드인데 ?” “ 티셔츠는 순면이고 , 후드는 뒷면에 염따가 접촉사고 낸 더 콰이엇 차 사진이 있어 .” 그리하여 염따의 티셔츠와 후드를 구매했었다 . 그게 언제적 이야기 인가 ? 10 월 5 일이었다 . 주문한지 한 달 만에 티셔츠가 도착했다 . 아이는 그 티셔츠를 보물처럼 소중하게 다룬다 . 세탁 바구니에 넣을 때는 꼭 뒤집어서 넣어두었다 . 그리고 거의 두 달 만에 후드티가 도착했다 . 온통 까맣다 . 후드티가 도착하자마자 꺼내서 펼친 후 사진을 찍어 아이에게 보냈다 . 바로 응답이 왔다 . 포장이 어떻게 되어 있었냐고 한다 . 그래서 포장지를 찍어서 보내줬다 . “ 뭐 , 그냥 평범한 비닐 포장이야 . 세탁할까 ?” 물론 아이의 소중한 후드이니 단독세탁을 할 생각이었다 . “ 뒤집어서 세탁 부탁 ” 이라고 답신이 왔다 . 후드 뒷면에 박혀있는 사진에 흠집이 가면 안되니까 . 뒤집어서 중성세제로 단독세탁을 해주었다 . 이번 주에는 1990 년대 중반의 중국소설 < 动 物凶猛 사나운 동물 > 을 몇 페이지 읽었다 . 소설가 王朔 왕숴는 중국의 인기 통속소설 작가이다 . 얼마나 인기가 좋은지 화보집까지 있단다 . 소설가의 화보집은 상당히 낯설다 . 그는 문화대혁명 (1966~1976) 이 끝나갈 무렵 중학생이었다 . 지독했던 10 년 문혁으로 사회는 상당히 피폐해져 있었다 . 어른들은 사상비평을 하러 몰려다녔다 .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지식인들이 죽임을 당했다 . 문화대혁명의 선두에 섰던 십대후반 , 이십대의 젊은이들은 중국곳곳에 파견나가 인민들을 지도한다는 명목 하에 감시를 했다 . 그리하여 15 세의 학생들이 북경 거리를 차지했다 . 배급사회인지라 상점도 썰렁했고 , 직장도 학교도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 출근 시간인데도 거리가 텅 비어 있을 정도였다 .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교사를 비...

[083일][11월22일]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

[083 일 ][11 월 22 일 ][ 백일글쓰기 2]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 할아버지에게는 검지 한 마디가 없었다 . 너무 오래되어서 어느 쪽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 소꼴을 베다가 손가락이 잘렸다고 하셨으니 , 오른손 검지일 듯하다 . 그 손으로 할아버지는 작두로 소꼴을 베고는 하셨다 . 나는 그 앞에 앉아서 할아버지가 또 손가락을 자르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지켜보고는 했다 . 손가락 한 마디가 없어도 할아버지는 뭐든 척척 해내셨다 . 배봉지를 씌우는 일도 , 홍시를 따는 일도 , 모심기도 , 우렁잡기도 못하는 일이 없으셨다 . 할아버지는 여러 동물들을 키우셨다 . 소는 물론이고 강아지가 마당을 뛰어놀았다 . 병아리를 친 앎탁이 마당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 가장 특이했던 동물은 거위였다 . 어느 해에 하얗고 큰 오리 몇 마리가 등장했다 . 큰 오리라고 하자 , 거위라고들 했다 . 과연 오리와는 다른 주둥이를 가지고 있었다 . 거위와 나는 키가 비슷했다 . 어린 나는 강아지 등을 타고 노는 것을 좋아했었다 . 그래서 이번에는 거위 등을 타고 놀았다 . 할아버지께서 대경실색을 하시며 나를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셨다 . 그리고 무서운 이야기를 해주셨다 . 거위가 마루 위에 눕혀놓은 간난아기를 부리로 쪼아 죽게 할 정도로 공격성이 강하다는 경고였다 . 그 뒤로 나는 거위들을 피해다녔다 . 설이 다가오자 , 연을 날리고 싶었다 . 다들 설이 되면 연을 날렸다 . 마을 아이들이 연줄 끊기 놀이했던 이야기를 들을 때면 , 나도 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고는 했다 . “ 이번 설에는 나도 연을 꼭 날릴꼬야 .” 그래서 할아버지는 방안에서 대나무 살을 깎으셨다 . 손이 두툼해도 검지 한 마디가 없어도 대나무 살을 얇게 깎는 손길은 정교했다 . 옆에서 나도 해보겠다고 졸랐지만 , 위험하다고 못하게 하셨다 . 할아버지께서 만들어주신 연은 방패연이었다 . 다들 가오리연을 날렸기 때문에 방패연은 낯설었다 . 거의 울 것 같은 손녀의 표정에 방패연이 가오리연...

[082일][11월21일] 그 시절, 짠내 나는 직장맘의 일상

[082 일 ][11 월 21 일 ][ 백일글쓰기 2] 그 시절 , 짠내 나는 직장맘의 일상 한 마디로 짠내 나는 생활이었다 . 집에서 사무실까지 최소 1 시간 40 분 걸렸다 . 회사에서는 9 시 20 분 전까지 오라고 성화였다 . 허겁지겁 준비하고 집에서 뛰쳐나가 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에서 내렸다 . 출근시간대라서 사람에 밀려 계단을 오르고 , 교통카드를 찍고 , 다시 계단을 내려간다 . 플랫폼은 이미 사람들로 꽉 차있다 . 환승하기 쉬운 차칸의 줄은 더 길다 . 그래도 환승시간을 줄이려면 긴 줄의 끝에 서야만 했다 . 매일 서는 자리 , 매일 타는 지하철칸 그리고 매일 있던 지하철 치한 . 흡사 짐짝처렴 밀착된 사람들 사이에서 치한은 재주도 좋았다 . 항상 여성 뒤에 바싹 붙어서 못된 짓을 했다 . 어떤 여성은 얼굴이 빨개진 채 피했고 , 어떤 여성은 대놓고 짜증을 냈다 . 그래도 그 치한은 매일 당당하게 동일한 짓을 해댔다 . 당하는 사람 이외에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다 . 다들 너무 힘들어서 끼어들 기력이 없어 보였다 . 여자인 나는 ? 나는 무서워서 입도 뻥긋 못했다 . - 참고로 덧붙이자면 , 언젠가 한 번 어떤 남자분이 치한에게 하지말라고 큰 소리로 항의를 했다 . 그랬더니 그 치한은 적반하장격으로 내가 뭘 했다고 그러냐 , 생사람 잡지말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치며 난동을 부렸다 .  환승역에 도착해서 사람에 떠밀려 내리고 다시 떠밀려서 가파른 계단을 내려갔다 . 펭귄의 행진처럼 느릿느릿 꾸물꾸물 전진만 했다 . 환승 플랫폼에도 사람들이 넘쳐났다 . 매일 같은 시간 , 매일 같은 지하철 , 매일 같은 칸에 올라서면 앞뒤좌우로 자주 보던 사람들이 서있다 . 다시 짐짝처럼 수송된다 . 내려야 할 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내렸다 . 사람에 떠밀려 계단을 올라가고 차례차례 느릿느릿 교통카드를 찍고 출구 이곳저곳으로 흩어진다 . 정말 짠내나는 출근길이었다 . 아침에는 남편이 아이를 시댁에 맡기고 저녁에는 내가 아이를...

[081일][11월20일]선택의 이유를 아는 삶

[081 일 ][11 월 20 일 ][ 백일글쓰기 2] 선택의 이유를 아는 삶 인간은 매 순간마다 선택을 한다 . 하루는 아침 알람 소리에 일어날까 아니면 5 분만 더 잘까부터 시작해서 , 지금 잘까 아니면 조금만 더 하고 잘까로 끝나기 마련이다 . 하지만 인생에는 이러한 일상의 선택만 있는 것이 아니다 . 인생의 기점마다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한다 . 1987 년 나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학문을 공부하게 되었다 . 1 학기를 보내면서 계속 고민했다 . 계속 공부할 것인지 아니면 원하는 분야에서 다시 시작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 집안 사정을 고려해서 계속 공부하기로 결정했을 때의 나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믿었다 . 하지만 이 결정은 나의 삶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용솟음치는 거부감이 있었던 것이다 . 이후 일상이 활력을 잃었다 . 나는 왜 그 때 그런 선택을 했는가 ? 내면의 소리가 아닌 외부 조건에 더 높은 가중치를 주었기 때문이었다 . 내면의 소리를 무시한 결과 , 해마다 점점 더 무기력해져갔다 .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게 된 것이다 . 만약 그 때 나의 내면의 소리에 더 높은 가중치를 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 아마도 일상은 더 힘들어졌겠지만 , 열정을 잃지는 않았을 것이다 .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꿈을 계속 꿀 수 있었을 것이다 . 만약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도덕 , 윤리 , 역사 , 사회 등과 같은 인문계열 과목을 좀 더 충실히 공부했더라면 , 대학입시를 위해 이 과목들을 주마간산격으로 훑고 지나고 달달 외우지 않았더라면 , 중고등학생 시절 어느 한 분의 선생님이 입시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