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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5일][11월24일] 2015년 가을, 처음으로 알게 된 글쓰기의 즐거움


[085][1124][백일글쓰기2] 2015년 가을, 처음으로 알게 된 글쓰기의 즐거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엄마들은 바빠진다. 학교에 잘 적응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자주 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등학교 1학년은 반 모임에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하면 점차 모임의 횟수도 줄어들고, 인원도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 그러다 아이가 10살이 되고 학교에서 5교시까지 하게 되면, 엄마들은 여유를 갖는다. 많은 엄마들이 이 즈음에 취직을 한다.

2014년 가을이 되자, 나는 생활에 변화를 갖고 싶었다. 맥 놓고 있기 보다는 무어라도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학습프로그램을 기웃거렸다. 당시에는 도서관 문화 프로그램이 상당히 활발했다.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했다. 게다가 시민대학 프로그램에도 다양한 무료 강좌가 있었다. 의지만 있으면 이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들으면 되었다. 그래서 강좌 하나를 선택하고 수업을 들었다.

매해 봄과 가을에 하나씩 과목을 무료로 들으면서 하나씩하나씩 새로운 분야를 접했다. 2015년 가을, 큰 결심을 하고 글쓰기 교육을 선택했다. 이전까지 그렇게 흔하던 생활글쓰기 강좌가 싹~ 사라지고, 도서관에서 하는 <서평쓰기> 교육만 있었다. 글쓰기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입문자라서 서평이 주는 무거운 느낌에 살짝 긴장이 되었지만, 귀를 쫑긋하고 열심히 들었다.

강사인 권선영씨는 숭례문학당에서 글쓰기를 배웠다고 했다. 매 수업마다 하나씩 배워가면서 글쓰기에 대한 저항감을 조금씩 제거해갔다. 인생이 알차지고 생기가 돌았다. 그 수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매 수업의 마지막에 마음대로 글을 써보는 시간이었다. 쓴 글을 강사가 확인하지도 않았고, 제출하지도 않았다. 그저 써내려 가기만 하면 되었다. 희한하게도 이 시간 동안 해방감이 느껴졌다. 무애 그리 쓸 내용이 많은지 줄줄줄 써내려 갔다.

그러던 어느 날 글을 잘 쓰고 싶으면 많이 써봐야 한다며, 강사님이 백일글쓰기를 꺼냈다. 우리끼리 100일간 매일매일 꼬박꼬박 글을 써보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백일동안 글을 썼다. 매일 글을 쓰는 일은 정말 고달펐다. 오늘 그 때 썼던 글을 쭉 훑어봤다. 어조도 왔다 갔다하고, 내용도 엉망진창이었다. 시작과 전혀 다른 내용으로 글을 끝내기도 했다. 그러다가 <서평쓰기>에서 배운대로 쓴 글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글이 한 번 나오자,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매일매일 글을 써서 올렸다. 강사님의 다정한 격려와 수강생들의 든든한 지지 덕에 중도포기를 하지 않을 수 있었다.

2015년 가을과 2016년 봄은 온통 글쓰기과 글쓰기 관련 책 읽기로 가득 찼다. 항상 초조하고 불안하던 마음이 편안해졌다. 알 수 없는 충만감으로 행복해졌다. 내면에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동안 극한 경쟁 속에서 항상 쫓기듯 살아왔었는데, 여유가 들어섰다. 그 덕분에 2016년 가을 연암을 만날 수 있었다.

2015년 개설된 <서평쓰기> 강좌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탄생했을 것이다. 그리고 숭례문학당 출신 강사가 선정된 것도 우연이었을 것이다. 더더구나 내가 그 강좌를 등록한 것은 한순간의 변덕이었다. 계속 망설이다가 눈 꼭 감고 질렀으니까. 이 모든 우연이 겹쳐서 2015년 가을 나는 생애 처음으로 글쓰기의 즐거움을 체득했다. 그리고 그 즐거움의 원천이 숭례문학당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2015년 가을에 내 마음에 뿌려진 씨앗이 숨 죽이고 있다고 2019년 새싹을 피웠다. 이 모든 우연이 운명처럼 느껴질 정도로 소름이 돋는다. 오늘로서 매일 글을 쓴지 195일이 되었다. 얼마되지 않은 기간이지만, 매일 글을 쓰면서 매일이 평화로워졌다. 처음 글을 쓸 때는 마치 세상을 구해야 할 듯한 허세가 있었다. 쫌 근사해 보이고 싶었다. 그 허세의 기운이 점차 사그라들자, 글쓰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주제를 두고 마음 가는 대로 물 흐르듯이 글을 쓰기 시작하자, 글쓰기가 즐거워졌다. 2015년 가을 느꼈던 그런 해방감을 다시 느끼고 있다. 2015년 나에게 숭례문학당이란 곳을 알게 해준 권선영강사님께 큰 고마움을 느낀다.

글자수 : 1552(공백제외)
원고지 : 10

*) 아래는 20151022일에 쓴 글입니다. 무척 경직되어 있음을 알 수 있지요. 잘 쓰고 싶은데 잘 안되어서 몇 시간동안 끙끙거리며 썼던 기억이 나네요.
[22][10 22] 원미도서관 글쓰기 동아리 수업 후기
올 가을에는 원미 도서관의 "책으로 소통하다"라는 강좌를 듣고 있습니다. 오늘 총 10강 중 9번째 수업을 들었습니다. 수강 신청할 때는 글쓰기에 자신감이 없어서 많이 망설였습니다. 생활 글쓰기도 아니고 서평을 쓴다고 하니 겁이 덜컥 났습니다. 하지만 모두 기우였습니다. 수업을 들으면 들을수록 재미있고 생각이 확장되어 즐겁습니다.

이 수업을 들으면서 글쓰기에 대한 마음의 저항이 없어졌습니다. 수업을 듣기 전에는 글로 쓰려고 하면 생각이 순식간에 흩어져 버려 한두 문장으로 끝나버리곤 했는데, 이제는 술술 풀립니다. 예전에는 내가 쓴 글이 볼품없다는 자괴감 때문에 글쓰기를 두려워했는데, 이제는 내 생각과 글에 자긍심을 느낍니다. 내 글에 댓글이 달리면 행복감을 느끼기까지 합니다. 은근히 중독성이 있습니다.

이 수업의 또 다른 결실은 글쓰기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 습득입니다. 우선 글(, 신문, )을 읽는 법을 배우게 되니 읽기가 수월하고 재미있습니다. 좋은 글을 필사하면서 글의 구조 파악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웁니다. 이 부분은 저에겐 새로운 정보라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읽고 요약은 해보았으나 한번도 베끼기는 해본적이 없었었거든요. 자기 검열을 하지 않고 솔직히 자신을 드러내면 글이 아름다워진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왜 글쓰기가 어려웠는지를 생각해보니, 다른 사람에게 잘보이고 싶어서 진짜 내 생각이 아닌 타인의 관점에서의 글을 썼기 때문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글쓰기도 운동처럼 매일 꾸준히 해야 실력이 향상된다고 합니다. 알고는 있지만, 실천이 어려운 부분입니다.

수업 중에 글쓰기와 관련된 다양한 도서를 소개받았습니다. 마치 보물 상자를 선물 받은 듯합니다. 서점이나 도서관의 작문 코너에서 이 책 저 책 뒤져봤지만,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더군요. 강사님의 추천 도서는 저에게는 큰 행복이었습니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매우 감사드립니다.

최근에는 수강생들이 모여서 100일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22일째 날이네요. 초반에는 자신이 없어서 참여하지 않았다가 요즘은 꼬박꼬박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함께하는 100일 글쓰기의 큰 장점은 댓글을 통한 상호 격려와 유대감입니다. 제 글을 읽고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 덕에 매일 매일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다른 분들이 올린 글도 읽고 댓글을 달아드려야 하는데, 요즘 바쁘다보니 제 글만 달랑 올리고 있어서 죄송스럽습니다.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공감도 하고 배우기도 합니다. 100일 글쓰기 덕에 하루 하루가 즐겁네요.

수업을 통해, 하루하루 제 마음이 차분해지고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이 것이 글쓰기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자신을 더 잘 알게 되고 타인을 이해하게 되며 서로 소통하게 됩니다. 하지만 수업에 가면 왠지 부끄럽기도 합니다. 카페에 올린 글의 내용때문에 얼굴이 홧홧 뜨거워 들 수가 없습니다. 100일 글쓰기는 꼬박꼬박 하면서 강사님께 과제는 제출하지 않고 있어 죄송합니다. 제 마음 속에 아무래도 청개구리가 사나봅니다.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하고 해야 하는 것은 하지 않네요. 마지막으로 이 강좌를 설계해주신 원미도서관 담당자 여러분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이 강좌가 아니었다면 아직까지도 생각을 정리하고 쓰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을 것입니다. 덕분에 삶의 재미를 하나 더 얻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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