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일][11월20일][백일글쓰기2] 선택의 이유를 아는 삶
인간은 매 순간마다 선택을 한다. 하루는 아침
알람 소리에 일어날까
아니면 5분만
더 잘까부터 시작해서, 지금 잘까
아니면 조금만 더 하고 잘까로 끝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생에는 이러한 일상의
선택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생의
기점마다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한다.
1987년 나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학문을
공부하게 되었다. 1학기를
보내면서 계속 고민했다. 계속 공부할
것인지 아니면 원하는
분야에서 다시 시작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집안
사정을 고려해서 계속
공부하기로 결정했을 때의
나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 결정은 나의
삶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용솟음치는
거부감이 있었던 것이다. 이후 일상이
활력을 잃었다.
나는 왜 그 때 그런
선택을 했는가? 내면의
소리가 아닌 외부
조건에 더 높은
가중치를 주었기 때문이었다. 내면의 소리를
무시한 결과, 해마다
점점 더 무기력해져갔다.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게 된 것이다. 만약 그 때 나의 내면의
소리에 더 높은
가중치를 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일상은 더 힘들어졌겠지만, 열정을 잃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꿈을
계속 꿀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도덕, 윤리, 역사, 사회
등과 같은 인문계열
과목을 좀 더 충실히 공부했더라면, 대학입시를
위해 이 과목들을
주마간산격으로 훑고 지나고
달달 외우지 않았더라면, 중고등학생 시절
어느 한 분의
선생님이 입시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음을
깨우쳐 주었더라면, 부모님이
좋은 대학이나 자랑스러운
직업이 아닌 삶의
내적 충만감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주었더라면, 1987년 나는 전혀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선택이 옳다는
근거를 댈 수 있었을 것이다.
1987년의 선택 이후에도
나는 여러 번 같은 실수를 되풀이했다. 인생은 매번
기회의 문을 열어주었지만, 내면의 소리보다
외부 조건에 더 가중치를 두었다. 이러한
실수로 인해 선택의
이유는 단순했고 때로는
비겁했다. 내면의
소리를 무시한 결과, 일상은 점점
더 활력을 잃었다. 매일을 열심히
살았지만, 목표만
있었을 뿐 목적이
없었다. 목표
달성을 해도 그 순간만 즐거울 뿐, 바로 다음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일상이 계속되었다. 제대로
길을 가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으니 쳇바퀴를
돌아도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2016년 가을, 나는
연암을 만났다. 연암과
그의 친구들의 삶은
놀라웠다.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정하고, 자기자신을 위한
공부를 하는 그들이야
말로 진정한 자유인이었다. 설령 그들이
근사한 벼슬을 하지
못했고,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지 못하였을지라도, 그들의 삶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들도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했지만, 그들은
선택의 이유를 알고
있었기에 성공과 실패에
연연해 하지 않았다. 선택한 길을
묵묵히 가는 것으로
증명해냈다.
2017년 봄에 만난
양명선생은 더 큰 충격을 주었다.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성실한
삶이 무엇인지, 밝은
마음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었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를
<전습록>의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하고 또 설명해주고
있었다. 반복되는
제자들의 질문에 최선을
다해 답을 해주는
위대한 스승이기도 했다. 제자들, 친구들, 당대의 문인들과의
대화에서 흔들림 없는
차분한 마음가짐과 툭 트이고 영롱하게 빛나는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정말
닮고 싶은 사람이었다. 게다가 양명선생은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독려하고
있었다.
2017년 가을에 만난
사기는 나의 관념을
뒤흔들었다. 한 사람의 역사가가 고대부터
한 무제에 이르기까지의
방대한 역사를 촘촘하게
엮어냈다. 직접
발로 뛰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
확인해가며 21세기에
읽어도 혀를 내두를
정도 멋진 기록을
남겼다. 그의
기록의 정확성을 떠나
인간 본연의 욕망을
잘 잡아내서 더 가치가 있었다. 비록
사기를 읽던 중간에
그만두어야만 했지만, 짧은
기간동안 함께 한 사마천이라는 역사가에 매혹되어
버렸다. 나도
그처럼 글을 쓰고
싶었다.
2018년 가을 다시
만난 양명선생과 처음
만난 주자는 다시
한번 나의 인생을
뒤흔들었다. 이 두 거인의 발자취를
쫓아가는 4개월
동안 정말 행복했다. 중요한 점은
이 두 거인
모두가 누구나 공부를
통해 누구나 완전된
인격체가 될 수 있다고 독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처럼
소심하고 결점 많은
사람도 공부를 통해
그들처럼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물론 갑자기
완전해질 수는 없다. 하룻밤 사이에
공부가 완성될 수도
없다.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연암을
시작으로 해서 만난
여러 학자들로 인해
나의 마음 점점
더 단단해졌고 점점
더 밝아졌다. 어느
순간부터 나의 입에서
나의 선택의 이유가
술술 나오기 시작했다. 나의 마음을
따라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외부 조건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어떠한 문제에
봉착하더라도 그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본질을
알면,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루어진 선택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이유가 있는
선택은 흔들림이 없을
뿐 아니라 후회도
없고 무기력함도 없다. 어떤 고난이
닥쳐도 묵묵히 헤쳐나갈
힘이 생긴다. 고난이
하나의 공부가 되기
때문이다. 일상이
공부가 되는 삶, 선택의 이유를
아는 삶, 이런
삶은 일상을 즐겁게
한다.
글자수 : 2003장(공백제외)
원고지 : 13.9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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