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087일][11월26일] 아파트와 협소주택


[087][1126][백일글쓰기2] 아파트와 협소주택

아파트는 많은 세대가 모여 살기 때문에 공동관리가 되고 생활편의시설이 많다는 장점이 있다. 세대별 차량 1대는 주차가능하기 때문에 주차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예전에는 아파트 입구마다 경비원이 배치되어 있어서 안전하다는 인식도 컸다. 요즘은 비용절감을 위해 경비원의 수를 대폭 줄이고 경비원의 빈 자리에 CCTV를 설치했다. 즉각적인 보안이 아닌 증거확보 보안으로 바뀐 것이다.

아파트의 편리함도 있지만,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그 중에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층간소음이다. 아파트에 사는 모든 세대는 층간소음의 가해자이기도 하고 피해자이기도 하다. 서로 조심하며 살지만, 재수없으면 최악의 윗집을 만나기 한다. 새벽시간까지 계속되는 층간소음때문에 항의라도 하면, 다들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고 내가 언제 시끄럽게 했냐?” 혹은 시끄러웠더라도 오랫동안 시끄럽지 않았다는 항의를 하고는 한다. 층간소음에 대한 언급 자체가 불쾌한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지어진지 오랜 된 아파트들 중에서 세대별 주차대수가 1대 미만일 경우 심각한 주차난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몇 십년 전에 허름한 단층 아파트에 산 적이 있었는데, 매일이 주차전쟁이었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간의 주차로 인한 사소한 다툼도 종종 목격되고는 했다. 세대별 주차대수가 1대라 하더라도, 요즘은 부부별로 각각 차가 있는 경우나 성장한 자녀들까지 차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세대별 주차대수가 2대이상은 되어야만 한다는 주장도 종종 들린다.

마지막으로 가장 민감한 문제는 바로 가격이다. 몇 십년 전, 분양당시에는 비슷한 가격이었을 지라도, 향후 주변환경이 바뀌면서 가격이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예를 들면, 아파트 단지 인근으로 지하철역이 들어서면 가격은 급등한다. 반면에 혐오시설이 들어서면 급락한다. 그래서 아파트의 위치가 중요해진다. 좋은 위치에 있는 아파트는 사고자 하는 사람들이 몰려서 점점 가격이 오른다. 한 곳의 아파트의 가격이 오르면 마치 잔잔한 수면에 던져진 돌이 일으킨 파문처럼 인근지역으로 상승세가 퍼져나간다. 퍼지고 퍼지고 또 퍼져서 결국은 전국의 아파트의 가격이 오른다. 최근 몇 년간 급등한 아파트 가격으로 젊은 세대는 아파트에 전세 살기도 어려워졌다. 이들은 조금 더 저렴한 아파트를 구해서 점점 더 시의 외곽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제위기가 닥쳐서 경제가 어려워지면, 경기부양을 위해서 부동산 정책을 완화하게 되고, 그 틈으로 투기꾼들이 부동산을 사고팔면서 가격을 올린다. 그래서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동남아 등 대부분의 지역의 도심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감당할 수 없는 부동산 가격에 대한 저항으로 세계 곳곳에서 협소주택이 들어서고 있다. 집을 짓기 어려운 땅은 저렴하다. 이런 땅 위에 작은 집을 짓는 것이다. 아파트나 서양식 주택이 생활공간을 넓게 펼쳐 놓는 형태라고 하면, 협소주택은 생활공간을 켜켜이 쌓는 방식으로 집을 짓는다. 이러한 협소주택은 땅값이 비싼 일본에서는 오래 전부터 유행했다. 아주 오래된 쓰러져가는 작은 집을 사서 협소주택을 올린다. 건축설계사들이 한껏 멋을 부린 아름답고 편리한 생활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아마도 서울의 평균 아파트 가격이 9억에 육박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에 협소주택은 들어서지 않았을 것이다. 신혼부부들은 발품을 팔아 서울시내에 저렴한 땅을 찾고 그 위에 협소주택을 올렸다. 그리고 랜선 집들이를 했다. 아파트 대안으로서의 협소주택을 소개한 것이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호응했다. 그 결과, 개발제한이 많은 1종일반주거지역에 아기자기한 집들이 들어서게 되었다. 너나 할 것없이 랜선 집들이를 했고, 이것은 2019년의 주택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서울에서 일어난 변화는 지방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나만의 집짓기가 번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이든 지방이든 협소주택에서 사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집을 지었다고 했다. 게다가 건축설계사들의 노력과 건축주의 발품으로 아름다운 집이 지어지면, 동네 분위기가 바뀌게 된다. 이 건물이 시금석이 되어 주변에 유사한 협소주택들이 들어서면 낡은 집으로 인해 칙칙했던 동네가 밝아지는 효과까지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유튜브에서 예쁜 협소주택 소개 영상을 보게 된 이후로 틈틈이 협소주택 혹은 미니주택 영상을 찾아보고는 한다. 집이 굳이 넓지 않아도 된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나면, 아파트 생활이 비정상적으로 느껴진다. 내가 원하는 대로 집을 짓고 살고 싶어진다. 굳이 넓을 필요없다. 10평짜리 대지 위에 한 층에 6평씩, 3~4층까지 쌓아 올려 아기자기한 집도 짓고 아울러 주차장까지 확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건축탐구--내가 찾은 명당_#001 (EBS다큐) https://youtu.be/nhh2zA9nLuk
건축탐구--내가 찾은 명당_#002 (EBS다큐) https://youtu.be/stWM1WKxiQU
건축탐구--내가 찾은 명당_#003 (EBS다큐) https://youtu.be/0N4T1tOFJJk

글자수 : 1959(공백제외)
원고지 : 11.65

#연금술사 #백일글쓰기 #숭례문학당 #아파트와협소주택 #나만의집짓기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사피엔스 3일차 3 아담과 이브가 보낸 어느 날

사피엔스 3 일차 제 1 부 인지혁명 3 아담과 이브가 보낸 어느 날 (70~101 페이지 ) 2019 년 8 월 5 일 월요일 # 사피엔스 # 함께읽기 # 숭례문학당 # 인지혁명 # 게걸스런유전자 #7 만년전부터 1 만년전까지 # 수렵채집위주생활 # 약 1000 만명인구 ▶ 오늘의 한 문장 현대인의 사회적 , 심리적 특성 중 많은 부분이 이처럼 농경을 시작하기 전의 기나긴 시대에 형성되었다 . 심지어 오늘날에도 우리의 뇌와 마음은 수렵채집 생활에 적응해 있다고 이 분야 학자들은 주장한다 . - 70 페이지

[034일][10월04일] 넷플릭스 크리미널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편

[034 일 ][10 월 04 일 ][백일글쓰기2]  넷플릭스 크리미널 영국 , 독일 , 프랑스 , 스페인편 넷플릭스를 가입하기 전에는 케이블 TV 에서 미드 ( 미국 드라마 ) 를 보고는 했다 . 유명한 미드는 여러 장르가 있는데 , 범죄스릴러 미드가 압도적으로 많다 . 미국의 각종 수사기관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범인을 잡는 장면은 시청자의 속을 후련하게 했다 . 정의가 실현되는 장면은 마치 어릴 적 읽었던 권선징악 ( 勸善懲惡 ) 동화들을 떠올리게 했다 . 비록 드라마이지만 ,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에 심리적 위안을 느낀 것이다 . 일종의 카타르시스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