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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8일][11월27일] 하, 이건 너무 어렵잖아


[088][1127][백일글쓰기2] , 이건 너무 어렵잖아

11월 한 달은 기말시험준비로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6과목도 아니고 고작 3과목 듣는데, 엄살도 이런 엄살이 없다. 시험범위까지 공부를 마친 과목은 기출문제를 풀고 정리하는 단계로 넘어갔다.

<중국어듣기연습2>는 갈수록 텍스트가 길고 어려워져서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하기도 했다. 어휘와 문장분석도 벅찬데 듣고 이해까지 해야 하니 약이 바싹 올랐다. 혼자서 이건 너무 하는 것 아냐!”를 중얼거리며 씩씩대기도 했다.

반면에 <중국현대문학작품선>은 수업을 들으면 들을수록 흥미로웠다. 어학교재에 나오는 문장과 전혀 다른 형태의 문장들을 읽다 보면 중국어의 아름다움까지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나의 중국어 선생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문장의 아름다움을 느끼기는커녕 저주를 퍼붓고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사회, 문화, 역사의 배경지식이 필요한 과목이었고 높은 수준의 독해력이 요구되는 과목이었다. 현재의 나는 중국문학의 아름다움에 심취되어 있기 때문에, 2학기가 종료되면 나의 중국어 선생님과 이 과목에 등장한 작품 중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볼 생각이다.

그리고 남은 한 과목, <고급중국어2>HSK 5,6급 어휘들로 무장한 길고 긴 텍스트를 자랑한다. 학기초에 가장 겁냈던 과목이기도 하다. 강의를 계속 듣다 보니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겨서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윈에 대한 글을 공부하다 머리뚜껑이 열리는 줄 알았다. 중국 IT업계의 신이라 불리는 마윈의 성공 이야기인데 다수의 IT용어와 경제용어가 등장한다. 이 글은 지금까지 읽었던 어느 글과도 달랐다. 글 전체가 모두 새로운 단어로 도배되어 있었다. 단어 공부하는데 하루가 걸렸고, 다시 텍스트를 공부하는데 하루가 걸렸다. 전체 글이 외워야 할 거리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이건 정말 너무 하잖아!”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외쳤다. 머리 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 힘들어서 여기서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에 부칠 때마다, 낮잠을 한숨 자거나, 멍하니 유튜브를 보거나, 여행상품을 알아보고는 했다. 어려운 공부로부터의 회피였다. 이렇게 겨우겨우 나를 달래며 <고급중국어2>도 거의 마지막까지 왔다. 내년 1학기에는 <고급중국어1><중국어듣기연습1>을 수강할 생각인데, 이 두 과목은 이번 학기보다 훨씬 쉽다. 그러니 이번 학기가 나의 중국어 공부의 최대고비인 셈이다. 무사히 끝낼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지금의 나는 올해 봄학기(1학기)를 휴학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올해 봄에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것이다. 덕분에 올 한 해가 엉망진창으로 꼬이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다. 생각이 많아져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동양고전이 아닌 책들도 읽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를 내년에도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맹자의 말씀에 따르면, “흐르는 물은 빈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는 나아기지 않는다. 流水之爲物也, 不盈科不行. 유수지물야 불영과불행.- <맹자> 376~377페이지, 박경환 옮김, 홍익출판사라고 했다. 지금의 공부가 완수되지 않으면, 다음으로 나아갈 수 없음을 잘 알기에 머리카락이 죄다 빠지더라도 해내야 하는 것이다. 최선을 다 한 후에는 나에게 상을 주려고 한다. 다음학기가 시작하기 전까지는 마음껏 하고 싶은 일들을 하려 한다. 중국소설 원서도 찬찬히 읽어 나가고, 서양철학과도 친해져 보고, 글쓰기 공부도 해볼 생각이다. 몇 달간 억눌러왔던 일들을 마음껏 해볼 생각이다.

글자수 : 1335(공백제외)
원고지 : 8.13

#연금술사 #백일글쓰기 #숭례문학당 #어렵고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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