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일][11월29일][백일글쓰기2] 명작을
읽어야 하는 이유
운 좋게도 잭 런던이 작가가 되려는 젊은이에게 쓴 편지를 읽게 되었습니다. 그
편지에서 그는 바이런의 시를 한 행 읽는 것이 문학잡지 백 권 읽는 것보다 낫다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저는
금새 그 이치를 깨달았지요. 시간과 정력을 문학잡지에 낭비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문학잡지라 해도, 그 잡지에 발표된 작품 가운데 50년, 백 년 뒤에는 여전히 읽힐 작품은 얼마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었지요. 별로 뛰어나지 않은 잡지라면 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때부터 저는
문학잡지를 읽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대신 본격적으로 세계적인 문화 유산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을 읽기
시작했지요.-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我只知道人是什么> 위화 余华, 푸른 숲
어쩌다 우연히 오전에 오프라인서점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래서 원서와
병행해서 읽을 번역서들을 찾아봤다. 많은 사람들이 통속 소설이나 연애 소설을 읽고는 하는데, 근래의 나는 이런 류의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위화의
작품을 몇 가지 찾아봤다. 몇 년 전에 <허삼관매혈기>를 읽었는데, 나의 취향과 비슷했다. 다 읽고 나서 책장에 책을 꽂아 두어도 계속 내용이 생각났다. 소설
속의 그 장면들을 다시 꺼내어 곱씹고는 했다. <형제>를
읽을까? <인생>을 읽을까? 고민하다 이번에는 산문집을 읽어 보기로 했다. 마치 바진 巴金의 <수상록 随想录> 같은 느낌이었다.
서점에 앉아 앞 부분을 조금 읽어봤다. 위화는 글쓰기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위화는 1960년에 출생했다. 문화대혁명이 1966년부터 1976년까지
지속되었고, 이 시기에는 모든 지식이 부정당했다. 지식이
되살아나지 못하도록 지식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어떤 이는 처형되었고,
어떤 이는 끈질긴 괴롭힘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바진의 <수상록>은 바로 이 시기의 기록을 담은 기나긴 산문집이다. 바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식인들을 영혼까지 털털 털어서 사상개조를 했다.
10년동안이나! 그 와중에 문화대혁명의 주역이었던 소년소녀들이 성장해서 청년이 되었다. 청년이 되자 그들의 내면은 붕괴되었다. 어린 시절, 분위기에 휩쓸려 했던 행동들이 예리한 칼이 되어 되돌아왔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들은 자라나는 동안 지식을 철저히 배격했었다. 오직 루쉬과 마오의 글을 읽었다. 위화가 16살에 될 때까지 문화대혁명이 지속되었으니, 위화의 어린 시절이 어땠을지는 가히 짐작이 되고도 남았다. 위화는
글을 잘 쓰고 싶어서 문학잡지를 읽었다. 고전을 읽어본 적이 없는 작가인 위화. 그는 글을 쓰면서 여러 고전 문학을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고전
덕분에 여러 위대한 작가들을 만났다. 그리고 고전 문학 속에서 자신의 필력을 만들어갔다.
위화는 고전문학을 통해 여러 작가들을 만났고, 그들의 글을 흉내내기도
했다. 그러나 흉내내기는 위화에게 독이 되어 돌아왔다. 글이
엉망진창이 되었다. 흉내를 내기를 그만두자, 또 다른 길이
열렸다. 바로 루쉰이었다. 실제로 루쉰은 정부의 공무를 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작가로서 발표한 글의 수가 매우 적은 편이다. 하지만
루쉰처럼 글을 치밀하게 쓴 사람도 없다고 한다. 글의 모든 표현은 어느 하나도 그냥 배치된 것이 아니며, 그 표현은 정확히 주제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위화는 루쉰처럼
표현 하나도 허투로 쓰지 않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 드디어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자기 자신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자유자재로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살아나고 표현이
치밀해졌다고 한다. 자기검열이 없는 글, 즉,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은 글이야 말로 진정한 글쓰기인 것이다.
나는 이 부분에 크게 공감되었다. 나 또한 요즘 그런 기분이 느끼기
때문이다. 고전인문학 수업에서 했던 발제나 에세이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글쓰기는 더 이상 어렵지도 힘들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유시민 작가의 말처럼 글을 잘 쓰고 싶으면 많이
써봐야 한다. 그리고 많이 읽어봐야 한다. 그러나 읽을 때는
좋은 글을 읽어야만 한다. 글은 읽으면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좋은 글을 읽어야 훌륭한 생각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야 비로소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위화는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에 어려운 루쉰의 글과 사상혁명을 외치는 마오의 글만을 읽었기에 마른 스펀지가
물을 쑤욱 흡수하듯이 수 많은 고전 문학을 밤새워가며, 감탄해가며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나의 과거도 위화와 비슷하지 않은가? 청년이 되고 나서부터는 오직
전문서적만을 읽고 또 읽었으니, 나이 50이 되어 다시 고전
문학을 읽으면 위화처럼 빠져들지 않을까? 그리고 나의 글도 고전과 함께 쑥쑥 자라지 않을까?
여하튼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의 원서인 <我只知道人是什么>를 주문했다.
글자수 : 1819자(공백제외)
원고지 : 12.0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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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只知道人是什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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