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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일][11월09일][365매일글쓰기] 나는 꿈이 없다

 

[314][1109][365매일글쓰기] 나는 꿈이 없다

 

사람들은 나에게 질문을 하고는 했다. 꿈이 뭐냐고. 그러면 나는 00년까지 0000을 하는 것이라고 대답했었다. 그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그건 꿈이 아니고 목표잖아요.

 

그렇다. 나는 꿈이 없다. 나의 꿈은 대학 진학과 동시에 사라졌다. 어린 시절 내내 꿈꾸어 오던 분야로 진학을 하지 않고 전혀 다른 분야로 뛰어든 그 순간 나는 길을 잃었다. 심지어는 진학한 분야에 적응하느라 너무 힘이 들어서 다른 꿈을 꿀 수조차 없었다. 매 순간이 도전이었고 매 순간 눈 앞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급급했다. 차분히 생각할 시간 따위는 아예 없었다.

 

대학 시절 내내 나를 극한으로 내몬 것은 영어였다. 학교에서 영어를 배운 것이 전부였던 나에게 던져진 영어 원서가 문제였다. 교과서를 읽어야 과제를 할 수 있고 시험 공부도 할 수 있는데 당시의 나의 영어 실력은 30분에 겨우 한 페이지를 읽는 수준이었다. 대학교 1학년 교재 중에 국어와 한국사 빼고는 죄다 영어 원서였고 한 권당 페이지 수는 어머어마 했다. 나에게 영어는 발목을 잡는 족쇄였다.

 

영어에 치여서 20대를 힘들게 보내나서 30대에 진입하게 될 즈음에 나에게 꿈이 생겼다.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꿈. 그래서 3년간 열심히 노력했다. 나는 인생 처음으로 가장 열심히, 가장 신나게 공부했던 시기였다. 꿈을 이루기 위한 공부였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이 또 나에게 물었다. 꿈이 뭐냐고. 그래서 나는 대답했다. 영어를 잘하는 것이라고. 그랬더니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그건 꿈이 아니라 목표잖아요. 나는 당황했다. 그렇게 내 꿈은 사라졌다.

 

그럼 꿈은 뭘까? 아무리 머리를 짜내 봐도 나오는 것은 목표뿐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습관으로 자리잡은 사고방식 때문에 자꾸만 00년도까지 0000을 이룬다는 식으로만 결론이 났다. 목표만 있고 꿈이 없는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부끄러웠다.

 

회사를 그만 두고 전업주부가 되자, 부끄러움은 더 커졌다. 낙오자가 된 느낌이 들었고 자존감이 낮아졌다. 자존감이 낮아지니 사소한 것들에 매달리게 되었다. 별일도 아닌데 예민하게 굴었다. 이게 다 꿈이 없어서 그런 것만 같았다.

 

자괴감에 시달리던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학교에 있는 동안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배워보자.” 요리도 배워보고 만들기도 해보고 재테크 강의도 들어봤다. 몇 년이 흐른 뒤에는 좀 더 용기를 내어서 동양고전 강의 들어봤다. 하나씩 배워나갈 때마다 마음 근육이 단단해져갔다.

 

마음이 강해지자 다시 예전의 꿈이 생각났다. 남들은 목표라고 했지만 나에게는 미련이 남는 꿈이었다. 영어를 더 잘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영어 과외 공부를 시작했다. 선생님을 고르고 매주 1시간씩 공부를 했다. 하다 보니 재미있었다. 그래서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매주 1시간씩 공부했다. 일본어도 재미있었다. 이왕 시작한 거 다국어 능통자가 되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역시 매주 1시간씩 공부했다. 중국어도 재미있었다.

 

전업주부인 내가 외국어를 사용할 일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언어를 통해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알아가는 과정이 즐거웠다.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져서 한국방송통신대학교로의 편입을 결심했다. 영어, 일본어 그리고 중국어 중에 무얼 먼저 배울까 고심한 끝에 중국어를 먼저하기 했다. 4학년까지 해내는 과정은 힘들기는 했지만 무척 재미있었다. 재미있지 않았다면 끝까지 해낼 수도 없지 않을까?

 

50대에 들어서자 나는 더 이상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남들이 뭐라하던 내가 좋아한다면 그것은 나의 꿈이다. 다른 사람들이 목표라고 하던 말든 내가 좋아한다면 그것은 나의 꿈이다. 나는 꿈이 없다. 그러나 나에게는 다국어 능통자가 되고 싶은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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