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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일][02월10일][365매일글쓰기] 악의 평범성 3편 – 아이히만은 터무니없이 멍청했어요

[041][0210][365매일글쓰기] 악의 평범성 3아이히만은 터무니없이 멍청했어요

내가 보기에 독일인은 유달리 잔혹한 민족은 아니예요. 사실 나는 그런 민족적인 특징은 믿지 않아요...... 그럼에도 내가 방금 전에 한 이야기는, 윙거의 이야기는(40일차글의 발췌문), 분명히 독일적이에요. 내가 말하는 바는 칸트가 말했듯이, 칸트가 한 말을 지금 그대로 인용해도 된다면요, 다른 모든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이 무능력이에요. 그래요. 그런 무능력...... 이런 종류의 멍청함. 이건 벽돌담을 상대로 말을 거는 것과 비슷해요. 그래 봐야 아무 반응도 없을 거예요. 이 사람들은 당신에게 절대로 관심을 갖지 않으니까요. 그게 독일적인 거예요. 독일 특유의 것으로 나한테 깊은 인상을 준 또 하나는, 순종을 이상화하는 이 정신 나간 사고방식이에요. 우리는 어린 아이일 때, 그런 게 필요할 때 이런 의미의 순종을 해요. 그 나이에 순종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예요. 하지만 열네 살, 늦어도 열다섯 살이 되면 그렇게 고분고분 순종하는 태도는 버려야죠. - <한나 아렌트의 말> 86페이지, 한나 아렌트, 마음산책

독일의 학살자 아이히만은 정말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평범한 사람이었으며 터무니없이 멍청한 사람이었다. 한나 아렌트의 책을 읽다 보면 그는 자기 스스로 무슨 일을 했는지 인식이 없는 듯했다. 물론 내가 읽은 책은 고작 입문서 1권과 대담집 1권이 전부이다. 아이히만 재판에 대한 많은 책들을 아직 접하지 못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사람이 600만명(누군가는 700만명이라고 한다)이나 고의로 죽게 했다는 점은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 재판에 대한 책들을 더 읽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나 아렌트가 인터뷰에서 언급한 내용을 보면 아이히만은 첫째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고 둘째 지나치게 순종만 하는 사람이었다. , 스스로 사유하는 능력이 없는 똑똑한 사람이었다. 아이히만 한 사람만이 이런 특성을 보인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수의 히틀러 추종자들이 아이히만과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왜 독일에서 이런 종류의 유형이 많았던 것일까? 나는 조지 오웰의 칼럼에서 그 이유를 생각해봤다.

주베르경은 미래에 또 다른 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르는 독일 아이들에게 식량을 주느니 우리 영국 아이들이 그 식량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게 가장 현실적인견해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1918년 당시 현실파 인물들의 주장은 휴전 후 독일을 봉쇄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독일에 봉쇄선을 세웠다. 그리고 1940, 우리에게 폭탄을 떨어뜨린 독일 청년들은 그때 우리가 굶긴 그 독일 아이들이었다. - <더 저널리스트> 74페이지, 조지 오웰, 한빛 비즈

아이히만의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부재와 지나친 순종은 어디에서 왔는가? 1차세계대전 이후 독일이 겪은 극심한 굶주림이 독일인들로 하여금 사유할 여유를 빼앗아간 것은 아닐까? 기아로 가까운 사람이 죽고,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생존본능에 따라 자신이 먹을 것을 확보해야하는 상황 속에서 정상적인 정신을 가진 사람이 나올 수 있을까? 히틀러가 독일국민의 지지를 얻는 배경 속에는 1918년이후 겪은 끔찍한 굶주림도 한 몫했을 것이다. 1939년 제2차세계대전을 일으킬 정도의 막강한 군사력을 갖게 된 배경에는 1918년부터 20여년간 혼신의 힘을 다해 회복한 경제력이 있다. 끔찍한 굶주림을 겪다가 하루 아침에 막강한 경제력을 갖게 되지는 않는다. 20여년의 세월동안 독일 안에서는 굶주린 기억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순종적으로 국가가 원하는 일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부분에 대해서 더 명확한 사고를 하려면 독일 근대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글은 현재까지 읽은 내용을 기반으로 쓰여졌다.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곳곳에 내가 아직 모른 것들이 보인다. 이것은 생각을 더 명확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것들이다. 더 알기 위해서 더 읽게 되고, 더 읽은 내용을 글로 쓰다 보면, 50대인 내가 이토록 무지한 사람이었구나하는 한탄을 하게 된다.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 공부만 해왔던 세월을 돌이켜 보면 후회가 된다. 역사, 철학, 심리, 사회학 등 다양한 인문학 책들을 접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나의 후회를 가치있게 만들기 위해서, 이 글을 올린 후에 나의 아이에게 인문학 입문서를 권해볼 생각이다.

글자수 : 1618(공백제외)
원고지 :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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