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4일][10월04일][백일글쓰기2] 넷플릭스 크리미널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편
넷플릭스를 가입하기 전에는 케이블TV에서 미드(미국 드라마)를 보고는 했다. 유명한
미드는 여러 장르가 있는데, 범죄스릴러 미드가 압도적으로 많다. 미국의
각종 수사기관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범인을 잡는 장면은 시청자의 속을 후련하게 했다. 정의가 실현되는
장면은 마치 어릴 적 읽었던 권선징악(勸善懲惡) 동화들을
떠올리게 했다. 비록 드라마이지만,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에 심리적 위안을 느낀 것이다. 일종의 카타르시스였다.
어느 날 넷플릭스에 새로운 드라마 시리즈 안내가 떴다. 익숙한 이름이었다. 크리미널(Criminal)이라는 주제로 독일, 영국, 프랑스, 스페인
편이 있었다. 처음에는 미드인 크리미널마인드(Criminal
Minds)의 후속작들이라 생각했다. 크리미널마인드는 미국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의 범인을
쫓는 FBI 수사관들의 이야기이다. 2005에 첫 방송된
이후 현재까지 방영되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는 FBI 수사관들은
항상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지역 경찰관들과 협력해서 흉폭한 범인을 잡는데 성공한다. 그들이 보여주는 정의
구현 방식은 미학(美學)에 가까웠다. 크리미널마인드를 떠올리며, 유럽식의 정의구현 미학을 기대하며 드라마를
봤다.
크리미널 독일, 영국, 프랑스, 스페인 편을 한 편씩 차례차례 본 결과, 이 드라마들은 미드와 달랐다. 이야기는 용의자를 경찰서 내에서 신문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50분동안
경찰과 용의자 간의 심리전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경찰은 용의자로부터 사건의 전말을 알아내려 하고, 용의자는 때로는 범행을 부정하고 때로는 범행을 긍정한다. 용의자는
특정 목적에 따라 사건의 진실을 숨기려 하는 것이다. 수사팀은 신문의 흐름을 조절해 가면서 용의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종국에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용의자의 자백은 판사 앞에서 그대로 반복되어야만 효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신문이 종결되면, 사건의 결과에 따라 종결되기도
하고, 검사에게 넘겨져 기소되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정의구현 미학에 가깝다.
크리미널 프랑스, 독일, 영국, 스페인편은 나라와 언어에 상관없이 모두 동일한 세트를 사용한다. 다른
점은 각국의 문화가 반영된다는 점이다. 영국편은 지나치게 이성적이고 완벽하다. 독일편에서는 분단과 통일의 아픔이 기저에 깔린다. 프랑스편에서는
자유로움이 넘쳐난다. 개인의 자유와 사회의 보수 사이의 갈등이 곳곳에 보인다. 스페인편에서는 팀 내의 권력투쟁이 끼어든다. 서로 더 잘해내려는
노력을 하고 그 과정에서 수사관들은 인격적으로 성장하고 용의자들은 심리적 해방을 얻는다. 하나의 유럽이지만, 그들이 속한 땅에 속한 문화를 따를 수밖에 없는 현재 유럽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한국에서도 목격되는 것들이다. 그러므로
사건 자체가 화제가 되지 않는다. 심문에 참여하는 용의자, 변호사, 수사관들의 심리가 화제이다. 각자는 사정을 안고 하나의 사건의 진실에
다가간다. 과거에 목격되고는 했던 고문이나 압박이나 짜맞춘 수사는 없었다. 그 대신에 용의자라는 인간, 변호사라는 인간 그리고 수사관이라는
인간들이 서로 부딪치며 파장을 만든다. 따라서 이야기는 고정적이지 않고 변주된다. 이 점이 크리미널 스페인, 프랑스,
영국, 독일편의 매력이다.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인본주의의 표상(表象)이다.
글자수 : 1344자(공백제외)
원고지 : 7.65장
#연금술사 #백일글쓰기 #숭례문학당 #넷플릭스 #수사드라마
#정의구현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