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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일][09월21일] 보다, 보게 하다(觀)


[021][0921][백일글쓰기2] 보다, 보게 하다()
#연금술사 #백일글쓰기 #숭례문학당 #주역 #관괘 #맹자 #진심

孟子曰 孔子登東山而小魯 登太山而小天下
공자께서 동산에 올라 내려다보시고는 노나라가 작다고 하셨고, 태산에 올라 내려다보시고는 천하가가 작다고 하셨다.
故觀於海者 難爲水 遊於聖人之門者 難爲言
그러므로 바다를 본 사람은 물을 말하기 어려워하고, 성인의 문하에서 배운 사람은 학문을 말하기 어려워한다.
觀水有術 必觀其瀾 日月有明 容光必照焉
물을 보는 데에도 방법이 있으니 반드시 그 물결을 봐야 하고, 해와 달의 밝음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곳은 반드시 비춘다.
流水之爲物也 不盈科不行 君子之志於道也 不成章不達
흐르는 물이라는 것은 웅덩이를 다 채우지 않으면 나아가지 않으니, 군자가 도에 뜻을 두게 되면 경지에 도달할 때까지 드러내지 않는다.
- <맹자> 진심 상 24



관괘(觀卦) 

어제는 한 시간 동안 주역 관괘(觀卦)의 괘사를 공부했다. 이 괘는 사물과 천하를 보는 법과 내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아래로부터 다섯 번째 효()가 이 괘의 주인으로 왕을 상징한다. 특히 아래 3개의 음효(陰爻)는 곤괘(坤卦)인데 땅 혹은 백성을 상징한다. 따라서 왕이 아래에 있는 곤괘의 백성을 잘 살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왕은 자신의 위엄을 잘 드러내 보여서, 백성들이 왕의 모습을 보기만해도 교화되도록 해야 한다. 왕이 백성 앞에 서는 때는 하늘과 땅에 올리는 제사이다. 성대한 제사의식에서 잘 정돈된 근엄한 왕의 모습을 보여주면, 백성들은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감화를 받고 변화하게 된다. 그러므로 볼 관()본다보게 한다를 동시에 품는다.

<주역 완전해석>의 저자 장치청은 관괘(觀卦)를 설명하면서 맹자의 진심 상 24장을 인용했는데, 그 뜻이 관괘의 보다와 딱 들어 맞았다. 맹자 진심 상 24장에서 공자는 동산에 올라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노나라가 작다고 했다. 동산을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은 학문의 경지가 높아졌음을 뜻한다. ‘노나라가 작다는 공부가 어느 수준에 이르면 사물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산 아래에서의 노나라는 이 사람 저 사람이 얽히고 뒤섞여 혼란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눈 앞의 것만 보기 때문에 본질을 보지 못하고 지나칠 때도 있다. 그러나 동산에 올라 내려다보면, 자잘한 것은 보이지 않고 큰 땅 덩어리와 그 위를 흐르는 기운을 보게 된다. 그 다음 구절의 태산과 천하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노나라와 천하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 천하가 작게 보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바다를 보고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은 고향의 시냇물만 본 사람에게 물의 다양성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바다를 본 사람은 바다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다. 하지만 시냇물만 본 사람에게 바다를 설명하려 하면 자칫 잘못하면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것과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물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없다. 또한 학문의 경지가 높은 스승 밑에서 배운 사람은 이미 학문의 높은 경지를 경험한 사람이다. 이 사람이 학문이 낮은 사람에게 고차원의 개념을 설명하기는 정말로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학문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사람은 자신의 행동으로 자신의 학문을 드러내 보일 뿐이지, 상대방에게 말로써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지 않는다.
*) 참고자료 : <열하일기> ‘상기(象記)’

흐르는 물은 잠잠하지 않다. 시냇물이든 강물이든 바다이든 크고 작은 물결이 인다. 어느 해 여름에 낙산사의 홍련암에서 절벽 아래의 파도를 내려다 봤다. 파도는 작게 일렁이는 듯하더니 갑자기 큰 파도가 바위 전체를 맹렬히 휩쓸고 지나갔다. 작은 파도만 있을 때는 안전하게 보였던 바위가 한 번의 큰 파도로 매우 위험한 곳으로 일변해버렸다. 이것이 물의 특성이다. 물을 알고 싶다면 잔잔히 흐르는 물줄기뿐만 아니라 세차게 휘몰아치며 흐르는 여울목도 봐야한다. 학문의 본 모습은 잔잔하고 고요하지 않다. 의외로 학문의 본 모습은 맹렬히 휩쓰는 큰 파도와 같고 세차게 휘몰아치는 여울목과도 비슷하다. 사람들은 학문의 순수한 모습에 매혹되어 다가가지만 얼마 못 가서 학문의 기세에 눌려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고는 한다. 그러므로 학문을 할 때는 그 요령을 굳게 잡고서 곧장 나아가야만 한다.

흐르는 물은 지금 지나고 있는 웅덩이가 다 차지 않으면 더 나아갈 수 없다. 아프리카의 대초원은 건기가 되면 강바닥까지 바싹 마르고는 하는데, 우기가 시작되면 강 바닥이 서서히 차오르기 시작한다. 상류에서부터 흐르는 물은 바로 지금 흐르는 강바닥이 모두 차오르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강바닥에 물이 차오르는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올라가는 계단이 연상되기도 한다. 계단을 오를 때에는 한 계단 한 계단씩 딛고 올라서야만 끝까지 갈 수 있다. 중간 중간을 건너 뛸 수 없는 것이 계단이다. 흐르는 물도 위로부터 흘러내려오는 과정마다 마주치는 웅덩이들을 모두 채우고 나서야 종국에는 바다에 이를 수 있다. 공부도 이와 같다. 어학이든 인문학이든 역사이든 경제학이든 모든 학문은 입문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공부해 나아가야 경지에 오를 수 있다. 입문자가 전문서적을 바로 읽고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입문서적으로 기본 개념을 파악하고 해설서를 통해서 어려운 개념을 이해하고 난 뒤에 전문서적을 읽으면 내용을 곡해(曲解)하지 않고 본원(本源)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해서 학문의 경지에 오르게 되면 깨달음을 얻게 된다---이 것을 덕()이라 한다. 하나의 깨달음은 다른 깨달음을 연쇄적으로 불러오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바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다른 분야도 쉽게 통달하게 되는 이유이다.  

어제 밤, 나에게 상을 주었다. 주역 강의를 듣는 1시간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공자께서 주역의 끈이 세 번이나 끊어지도록 읽고 또 읽으셨다 해서 고개를 갸우뚱 했었는데, 이제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신비로운 책은 한 개의 괘일지라도 처음 읽을 때와 두 번째 읽을 때와 세 번째 읽을 때, 모두 다 느낌이 달랐다. 주역은 한 사람의 인생 경험과 어우려져 색다른 맛을 낸다. 공자의 주역과 나의 주역은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같은 글을 읽지만,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른 감동을 주는 책이 바로 주역이다.

글자수 : 2329(공백제외)
원고지 :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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