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일][05월13일][364매일글쓰기] 언제
다 외우나
이번 학기에 새로 나온 중국어 단어의 목록을 만들고 있다. 아직 일부만
정리되었을 뿐인데, 벌써 1,000개에 육박하고 있다. 탄식이 저절로 나온다. “언제 다 외우나?” 도대체 이 단어는 왜 이런 뜻인가? 어떤 단어는 아무리 해도 외워지지
않는다. 좌절감에 책상에 엎드려 한숨을 내쉬어 본다. 그러다
불현듯이 주먹 불끈 쥐고 외쳐본다. “반복하면 언젠가는 다 외워질거야!”
단어 목록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읽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숨을 쉬고 포기한다. “길어도 너무 길잖아!”
지금 듣는 과목 중에 <중국어 듣기 연습 1>이 있다. 나는 이 과목을 좋아한다. 처음 들을 때는 뭔 말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데 강의가 끝날 즈음에는 거진 다 알아들을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강한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더 열심히 공부하게 만든다. 이 과목의 매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교수님이
새로 나온 단어를 설명할 때는 교수님에게서 후광이 비추는 듯하다. 단어를 이루는 각 글자의 뜻을 설명해서
새로 나온 단어를 기억하기 쉽게 하기 때문에, 교수님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같다. 입문자에게 가르치듯이 차근차근 설명해줄 때 교수님은 매력 뿜뿜이다. 본문
해설할 때는 또 어떤가! 혹시 성조를 헷갈릴까봐 병음 표기도 해주시고,
어법도 하나하나 짚어주신다. 또 한 번 반하게 된다. 중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교수님의 설명은 반복 학습 효과를 준다. 다시 들음으로써, 더 오래 기억하게 된다. “고학년이 되어서 그것도 모르냐?” 보다 효과는 백배 천배 좋다.
코로나19로 출석수업을 할 수 없게 되자 각 과목은 출석수업시험을
보는 대신 과제물을 내주었다. <중국어 듣기 연습1>의
과제를 듣자마자 내 눈에서는 하트가 뿜뿜했다. 과제는 교재의 과문을
2번씩 필사하는 것이었다. 종이 위에 직접 손글씨로 쓰고,
스캔해서 올리면 된다. 간단하면서도 효과도 높은 과제였다.
오늘 중국어 과외를 하면서 단어를 외우는 고통을 토로했다. 그리고
한 시간동안 잘 안 외어지는 단어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나의 예를 들어 보겠다. 欠는 하품 흠이다. 한자를 배울 때 부수를 먼저 배우는 데, 이때 하품 흠 欠이라고 배운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欠를 주로 ‘부족하다’ 혹은 ‘빚지다’의 뜻으로 사용한다. 火候는 ‘불의
세기와 시간’을 뜻하는데, 欠와 결합한 欠火候는 ‘불의 세기와 시간이 부족하다’가 된다. 음식을 만들 때, 충분히 익히지 않아서 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 상황을
뜻한다. 欠을 하품으로 인식하고 있던 나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欠火候를
기억할 수 있는 Semantic Network(언어의 의미, 개념
간의 관계,지식 등을 나타내는 네트워크)을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여러 번 봐도 외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중국어 선생님의
설명을 듣자마자, 곧바로 이 단어를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중국어 선생님은 단어를 외우기 보다는 한자에 더 집중하라고 충고해 주었다. 이와
정확히 똑같은 말을 작년 가을 학기 출석 수업에서 교수님으로부터도 들었었다. <중국어 듣기 연습2>의 교수님이 직강을 해주셨는데, 교수님이 동일한 충고를 해주셨다. 그러나! 개별 한자를 하나씩 하나씩 집중해서 공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한자사전을 찾아가며 개별 한자의 뜻을 살펴봐도 여전히 한자와 뜻을 연결시키기 어려웠다. 그래서 작년 가을의 한자 공부는 실패했다.
나와 중국어 선생님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중국어 선생님에게 한자는
이미지로 기억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缓은 나에게는 그냥 한자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한자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 국민학교 교과서에는
한자가 없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도 한자, 한문 과목을
제외하고는 한자는 없었다. 신문에도 한자는 표기되지 않았다. 그래서
缓를
어쩌다 한 번씩 접했을 뿐이다. 그러나 중국어 선생님에게는 이 한자는 천천히 흘러가는 물로 기억되어
있다. 慢은 거만할 만이다. 중국어 선생님은 이 한자를
천천히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缓慢은 ‘느리다’가 된다. 물론 한국에서도 ‘완만’, ‘완만한’, ‘완만하다’로
사용된다. 한글세대인 나도 완만이라는 단어를 알며 그 뜻도 안다. 단지
缓慢을 모를 뿐이다.
오늘 나는 한자 공부를 홀로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몇 년간 산 한자
관련 책만 해도 네다섯권은 된다. 이 책들은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포탈 사이트의 한자 사전도 마찬가지이다. 한자는 용례로 배워야만
한다. 그래서 당분간은 중국어 선생님과 한자에 대해 공부를 해볼 생각이다. 지금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어휘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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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 : 1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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