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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4일][04월03일][365매일글쓰기] 조조曹操의 글쓰기, 진실

[094][0403][365매일글쓰기] 조조曹操의 글쓰기, 진실

 

삼국지(삼국지연의)의 등장인물들은 너무나도 유명해서 책을 읽지 않은 사람조차도 조조,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의 이름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에 더해 인물의 특징까지도 간략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조조는 간웅으로 알려져 있으며 교활하고 간악한 악인으로 유비와 대척(對蹠)적인 인물이다. 조조의 할아버지는 환관으로 조조의 아버지를 양자로 맞이했다고 알려져 있다. 조조의 집안 내력은 보잘 것 없으나, 환관이었던 할아버지 덕분에 부자였다. 부잣집 도련님이었던 조조는 친구인 원소, 장막과 함께 온갖 말썽을 부렸다고 전해진다. 한편 유비는 한() 황실 인척이지만, 무척 가난했다. 시골에서 돗자리를 만들어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성품이 온화하고 외모가 출중하여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정사와 소설 모두 조조와 유비 둘 다 학문에 관심이 없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 조조는 병법을 좋아해서 병서를 자주 읽었고 책의 여백에 자신의 생각을 적어두고는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중텐의 <삼국지 강의>에 따르면, 조조는 다양한 성격을 동시에 지닌 인물이었다. 착하면서도 악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거칠며, 명랑하면서도 슬픔을 간직한 복잡한 유형의 사람이었다. 루쉰은 조조는 대단한 사람이며 적어도 영웅이다. 내가 비록 조조와 한패는 아니지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그를 매우 존경한다고 했다. 루쉰의 생각으로는 조조가 세운 위나라의 역사가 매우 짧았기 때문에 온갖 오물을 뒤집어 썼을 뿐이라는 것이다. 루쉰의 이런 생각을 뒷받침하는 조조의 글 한편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황제가 조조의 공적을 치하하며 봉토 세 곳을 내리자, 이를 사양하며 자신의 뜻을 밝힌 <양현자명본지령 讓縣自明本志令>은 다음과 같다.

 

나는 출신도 좋지 않고, 무슨 초야에 묻혀 살며 이름이 알려진 선비도 아니라서 남들이 나를 업신여길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군一郡의 태수가 되어 정사와 교화를 잘 베풀어 명예를 세운 뒤에, 세상의 선비들에게 나의 존재를 분명하게 알리고자 했다. 뒤에 국가가 난리를 만나게 되자, 나는 남자라면 국가를 위해 힘을 다 바쳐 공을 세워야 한다고 여겨서, 병사를 이끌고 전쟁을 했다. 이때 나는 큰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저 정서장군征西將軍의 임무를 맡아, 죽고 난 뒤에 묘비에 한 정서장군 조후의 묘라는 한 줄이 쓰일 수 있다면 매우 만족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때도 나는 병사를 많이 거느리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나의 세력이 커질수록 적들도 많아질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한 번 승리를 거둘 때마다, 한번씩 군대를 줄였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겠는가? 나의 포부가 유한하다는 사실이다. 나는 지금 이렇게 큰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제 야심이 커진 나는 제齊 환공桓公과 진晉 문공文公이 했던 일을 하려고 한다. 현재는 천하가 크게 혼란하고 제후들이 할거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패자覇者를 칭할 뿐, 황제가 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이미 위대한 한나라 조정의 승상이다. 신하라는 신분으로 말하자면 이미 최고점에 도달했으므로, 매우 만족하고 있으며 더 이상의 지나친 욕심은 없다. 하지만 나는 반드시 여기 이 자리에 앉아 있어야만 한다. 만약에 나라에 내가 없어지면 몇 사람이 황제를 참칭할지, 몇 사람이 왕을 참칭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조 아무개가 여기에 눌러앉아 있지 않으면, 온갖 사람들이 더욱 소란을 일으키지 않겠는가? 어떤 이들은 조조가 공을 이루었으니 은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마땅히 자신이 봉지封地를 받은 제후국으로 가서 만년을 편안하게 보내야 하고 또 당연히 자신의 직무와 권력을 넘겨주어야 한다고. 그런데도 미안하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직무를 사양할 수도, 권력을 넘겨줄 수도 없다. 내가 병권兵權을 놓게 되면 남들에게 화를 입을까 진정으로 두렵기 때문이다.

 

내가 현재 병권을 손에 쥐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따르는 권위를 갖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일단 넘겨주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해치지 않겠는가? 그러면 나의 처자식들은 생명을 보전하지 못할 것이고 폐하 또한 안전할 수가 없다. 자손들을 위해서 계책을 세워놓아야 하며, 게다가 내가 패할 경우는 나라가 위태로워진다. 그래서 나는 절대로 권력을 넘겨줄 수 없다. 폐하께서 나에게 내려주신 봉지는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그렇게 많은 땅으로 무엇을 하겠는가? 나는 그래서 사양한다. 요컨대, 강호江湖 지역이 아직 평정되지 않았으니 승상의 자리를 사양할 수는 없고, 봉읍에 대해서는 사양할 수가 있는 것이다. 헛된 명성에 연연하다 현실의 재앙을 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 <삼국지 강의> 88-89페이지, 이중텐, 김영사

 

명문가 출신들과 경합한 끝에 (이름만) 한나라의 승상이 된 조조는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었다. 당시 유비와 손권은 여전히 천하통일 노리고 있었기도 했다. 이런 형국에 조조에게 승상직에서 물러나 봉토로 가라고 한들 먹힐리가 없었다. 조조는 맥없이 뒷전으로 물러날 만큼 멍청하지도 않았고 무르지도 않았다. 조조의 글의 요지를 살펴보면, 그는 기탄없이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나는 원래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말이야 어쩌다 보니 승상이 되었어. 나더러 승상자리에서 내려오라고 하는데, 그러면 나를 죽일거잖아. 그래서 나는 계속 승상할래.” 너무 솔직해서 할말을 잃을 정도이다.

 

사람들이 모두 거짓말을 하는 시대에 가장 좋은 무기는 바로 진실한 말입니다. 참된 말 자체가 웅변의 힘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에게 진실을 말하여 내막을 폭로하면 거짓말을 하던 사람은 도리 없이 그동안 하던 연극을 걷어치워야 하기 때문이죠. - <삼국지 강의 89~90페이지>, 이중텐, 김영사

 

대중은 유방보다 항우를 더 좋아했다. 유방은 시골의 이름없는 집안 출신이지만 항우는 초나라 명문가 출신이어서 대중의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이러한 대중의 인기에 힘 입어 항우의 결점은 가려지고 패왕별희경극(희극)은 수천년동안 사랑을 받지 않았는가! 이와 동일한 프레임이 조조와 유비에게도 작용했다. 유비-관우-장비-제갈량 팀은 대중의 깊은 사랑을 받았다. 유비 팀에 대한 사랑이 깊어질수록 조조는 더욱 더 간악한 인물이 되어야만 했다.

 

물론 조조에게 악한 면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수많은 전투와 치열한 권력다툼에서 살아남을려면 남들처럼 똑같이 음험하고 치졸한 악행을 해내어야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면만이 조조의 다가 아니다. 친구로서의 조조, 가장으로서의 조조, 승상으로서의 조조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삼국지(삼국지연의)를 봐도 조조를 따르는 부하들의 수는 유비에 비해 월등히 많다. 조조는 인재 발굴에 천부적이 재능이 있음을 소설만 봐도 알 수 있다. 또한 조조는 부하의 실수를 너그럽게 감싸기도 한다. 언뜻언뜻 드러나는 장면에서 조조의 의외의 면모를 찾을 수 있다. 이것이 어린 시절 삼국지를 읽으면서 느꼈던 위화감이었다. 조조는 분명 나쁜 사람인데, 왜 그의 곁에는 인재들이 두텁게 자리하고 있을까? 이것이 어린 나의 물음이었다.

 

<삼국지 함께 읽기>41일에 시작되었다. 60일간 진행될 이 여행에서 나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 탐구에 집중할 생각이다. “그들은 왜?”라는 질문의 답을 찾으려 한다. 오늘 나는 조조의 글을 읽고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알게 되었다. 화려한 미사여구도 없고, 그럴듯한 명분도 없지만, 조조의 글은 읽은 이로 하여금 그의 뜻에 따르게 하는 힘이 있다. 글에서 드러나는 진심과 당당함이 읽은 사람으로 하여금 저절로 승복하게 한다. 이것이 조조의 글쓰기이다.

 

글자수 : 2811(공백제외)

원고지 :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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