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9일][03월28일][365매일글쓰기] 삼국지
함께 읽기
중학생이 되었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한 무더기의 책을 사오셨다. 언뜻 보기에는 할리퀸 소설책 같아 보였다. 아버지가 사오신 책은
작고 얇은 포켓북 (아마도)15권으로 이루어진 삼국지였다. 일본 작가의 번역본이었던 삼국지는 구성도 번역도 깔끔했다. 책 앞부분에는
지도와 등장인물도가 있어서 형주에서 탈출하는 유비의 경로를 지도로 확인하기도 하고, 손권이나 주유의
인물도를 보며 소설 속 인물과 연결시켜 보기도 했다. 1981년부터 1983년까지
중학생 시절내내 이 책을 읽고 또 읽었다. 등하교길에서도, 쉬는
시간에도, 집에서도 이 흥미진진한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삼국지를
덕분에 세계문학전집도 완독할 수 있었을 정도로 삼국지는 나의 독서 마중물이었다.
그때로부터 40년이 지났다. 그
사이 삼국지의 내용이 가물가물해졌다. 어린 나이에는 조조를 미워했었다.
간악한 인물로 치부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어린
시절의 견해는 바뀌었다. 조조의 영민함과 통솔력을 재평가하게 된 것이다. 유비야 말로 무능한 지도자의 표본이었다. 그저 황실의 핏줄이라는
명분 하나로 유능한 인재들이 따랐을 뿐, 유비는 보잘 것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러다가도 왜 유비 주변에 인재들이 몰렸던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유약하고
무능한 사람임에도 유달리 유비 주변에 관우, 장비, 제갈량
등의 쟁장한 인물들이 포진해 있었다. 조조는 홀로 빛나는 존재인 반면,
유비의 무리는 함께 빛났다.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올 때마다 삼국지를 다시 읽고 싶었다. 그러나
읽을 책들은 많았고, 이미 내용을 알고 있는 삼국지는 매번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다. 그러던 중에 숭례문학당의 2020년 4월 읽기 프로그램에서 <삼국지 함께 읽기>를 발견했다. 지금이 삼국지를 읽을 때인 것이다. 마치 운명처럼 삼국지가 나에게로 온 것이다. 다가오는 4월 1일부터 60일간 매일매일
읽어 나가는 이 프로그램을 끝까지 해내고 나면, 내 손에는 발췌록과 단상이 남게 된다. 이것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지 삼국지를 소환해서 생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황석영 작가의 <삼국지>여서 더 마음에 든다.
<삼국지>와
더불어 봐야 할 책이 있다. 한나라의 건국 이야기인 <초한지>이다. 건국과 망국 각각에 장대한 이야기가 있는 한(漢). 사마천의 <사기>에도 한무제까지의 역사가 남아있다. 사마천의 자신의 울분을 <사기>에서 풀어냈다. 한고조인
유방이 도망가는 씬(scene)은 너무 웃겨서 배꼽을 잡게 했다. 한고조의
정부인인 여태후의 잔악함에서는 소름이 돋아서 몸을 떨어야만 했다. 따라서 <삼국지>와 더불어 봐야 할 또 하나의 책은 <사기>이다. <사기>를 읽다 보면, 인간의 삶이 얼마나 짧은지를 통감하게 된다. 그 짧은 인생을 살면서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채 욕심을 부리고 어리석은 짓을 하는 군상들이 수없이 많이
등장한다. 이들 각각의 이야기가 한 편의 소설이요 영화이고 드라마이다.
그래서 사마천의 <사기>는 21세기에도 출판이 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읽는다.
며칠 뒤, <삼국지 함께 읽기>가
시작된다. 함께 읽어나갈 동료들의 단상이 무척 기대된다. 그들은
나에게 어떤 생각을 펼쳐 보여 줄까? 무척 궁금하고 기대된다.
글자수 : 1239자(공백제외)
원고지 : 7.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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