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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일][02월22일][365매일글쓰기] 돈이 없어서 괴로운가 마음이 비어서 괴로운가


[053][0222][365매일글쓰기] 돈이 없어서 괴로운가 마음이 비어서 괴로운가

그리고 그가 벌이고 있는 돈과의 전쟁의 본질을 이해하게 된 시점은 그의 급료가 일주일에 2파운드(20만원)까지 내려가 더 이상 돈을 벌겠다는 기대를 비로소 포기했을 때인 바로 지금이었다. 그런데 빌어먹게도 문제는 포기에 따른 은근한 만족감이 결코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2파운드로 산다는 것은 영웅적 행위가 아니고 초라한 습관이 되는 것이다. 실패는 성공만큼이나 위대한 사기다. <중략> 돈의 결핍으로 피해를 입는 것은 머리와 영혼이다. 정신의 죽음, 정신적 불결함 이런 것들은 수입이 어느 수준 아래로 떨어질 때 불가피하게 우리에게 닥치게 된다. 신념, 희망, , 이 세 가지 중에 성인만이 마지막 것 없이도 앞의 두 개를 가질 수 있다. – <엽란을 날려라> 3, 105~106페이지, 조지 오웰, 지식을만드는지식

성인이 되어 사회에 진출한다는 것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파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 대부분은 아주 어릴 적부터 듣거나 읽는 동화로 인해 돈을 향한 욕망은 나쁜 것이라 배운다. <흥부와 놀부>에서 흥부는 가난하지만 선량하고 놀부는 부자이지만 심보가 고약한 나쁜 X이다. <장화홍련전>에서는 계모가 돈을 더 차지하기 위해 장화와 홍련을 죽게 한다. 돈을 악을 부른다. 그러므로 자신의 능력을 돈과 바꾸는 것 또한 악에 물드는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런 이유로 돈을 적게 벌더라도 좀 더 깨끗한 일, 좀 더 선한 일을 찾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직업의 세계에서 몇 년을 머무르게 되면, 자신이 판단 착오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현대 사회에서는 초기에 설정된 연봉을 상향 조정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상향조정해야 할 뚜렷한 이유가 있어야만 하는데, 그 이유를 만들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직업 세계에서는 만나는 모든 사람이 예외없이 연봉에 관심을 둔다. 서로 연봉을 비교하는 재미에 사는 듯 보이기도 한다. 만약 자신의 연봉이 남보다 높다면 상관없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그때부터 지옥이 시작된다. 상대적 빈곤에 빠져서 우울해한다. 왜 내가 더 낮은 연봉을 받아야 하는 거냐며 울부짖는다. 연봉을 올리려는 시도를 해보지만 녹록치 않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된다. 그러면 자신의 능력을 비하하기 시작한다. 왜 자신은 이것밖에 안되냐며 자책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울의 원인이다.

조지 오웰의 말처럼 돈이 없으면 신념을 지키기 어렵다. 희망을 갖기 어렵다. 누가? 보통 사람이. 그런데 이 것은 본말(本末, 근본과 말단)이 전도(顚倒)된 것이다. 서구식 사고방식에서는 조지 오웰의 말이 100% 맞다. 하지만 동양식 사고방식에서는 배운 사람은 반드시 신념을 최우선으로 하도록 교육받는다. 그 신념을 지켜서 자신의 속한 사회를 이상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이 신념과 희망이 없으면 죽은 사람과 같다고 친다. 그러므로 돈은 부수적인 것으로 된다. 요즘 사람들은 조선의 선비를 비웃는다. 먹을 것도 없어서 배곯으면서 공자왈 맹자왈하며 글만 읽었다며 한심해한다. 이것은 현대인의 가치와 조선 선비의 가치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가치충돌이다. 돈의 신을 숭배하는 현대인의 관점에서는 조선의 선비가 이해가 안되는 것은 당연하다.

2500년간 중국문화권의 기본 교재에 등장하는 몇 가지 문구를 살펴보면, 옛 사람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를 알 수 있다.

군자는 도를 근심해야 하지, 가난을 근심해서는 안 된다. 君子,憂道,不當憂貧. 다만 집이 가난하여 살아갈 수 없으면, 비록 가난을 면할 대책을 생각해야 하나 역시 다만 가족이 굶주림과 추위를 면할 수 있으면 될 뿐이다. 但家貧,無以資生,則雖當思求窮之策,亦只家可免飢寒而已. 풍족하게 쌓아 두고 살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不可存居積豊足之念. 또한 세상의 속된 일을 가슴속에 간직해 두어서도 안 된다. 且不可以世間鄙事,留滯于心胸之間 - <격몽요결(擊蒙要訣)> 중에서, 율곡 이이

중국문화권에서는 학문, 즉 공부를 한다는 것은 곧 지도자가 되려함을 의미했다. 지도자의 주된 일은 백성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므로,. 그 일을 잘 해내려면 지도자 자신의 인격을 완성시켜야만 했다. 따라서 배우는 자는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는 것이 가장 최고의 덕목이었다. 자신의 마음가짐이 요순과 같은 성인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것을 부끄럽게 여겨서 매 순간 자기자신을 다스리고자 노력한 것이다. 그런 이유로 돈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지도자가 돈에 관심을 갖을 때는 백성을 위할 때뿐이었다. 나라가 부강해야 외부의 세력으로부터 백성을 지켜낼 수 있고, 가뭄과 장마와 같은 천재지변으로 농사가 안되었을 때 백성을 굶주리지 않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사(공자의 손자)가 위나라에 살고 있을 때에, 솜 도포에 껍데기도 없이 지내며, 이십 일에 아홉 끼를 먹고 살았다. 전자방이 그 이야기를 듣고서, 사람을 시켜 여우 흰털 가죽 옷(현재 싯가 수억원)을 보내 주었다. 그가 받지 않을까 염려하여, 하인을 통해 말하기를, “나는 남에게 빌려주면, 마침내 그것을 잊어버린다. 내가 남에게 줄 때는 그것을 버리듯이 한다고 하였다. 자사가 사양하고 받지 않으니, 전자방이 말하기를, “내게는 있고, 그대에게는 없다. 무슨 까닭으로 받지 않는 것인가?”라고 하였다. 자사가 말하기를, “제가 듣기로는, 함부로 주는 것은 물건을 도랑에 버리는 것보다 못하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비록 가난하지만, 차마 저 자신을 도랑으로 여기지 못하겠습니다. 이 때문에, 감히 받지 못하는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 <설원(說苑)> 중에서

공자의 손자인 자사는 한 때 관직에 오르지 못하여 매우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그의 명성은 중국 전체에 퍼져있어서 그가 하고자 했다면 가난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자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의 몸을 움직일 때는 그에 합당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학문은 할아버지 공자의 무릎 위 가르침으로 경지에 올라 있었다. 하지만 당시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주나라 왕실의 힘이 미약하여 통제가 되지 않고 있었다. 사회 체계가 무너져 내려 제후들은 서로 빼앗기 위해 싸움을 일삼았고, 윤리적으로 타락했다. 제후들이 자사를 탐냈지만, 자사로서는 타락한 제후들과 함께 일할 수 없었다. 이때의 가난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으므로, 자사는 가난을 인내했다. 이러한 사고 방식을 현대인이 이해할 수 있을까?

공자가 말했다. “배우고 늘 읽히면 기쁘지 않은가?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즐겁지 않은가?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노여워하지 않으면 또한 군자가 아닌가?” 이 말은 논어의 첫 구절이다. 공자 사후, 제자들이 모여 치열하게 의논한 끝에 스승이 최고로 여겼던 가치를 책의 가장 처음에 올렸다. 사람들은 이 문구의 세 번째를 빼고 이야기하고는 한다. 하지만 세 번째 구가 없으면 이 구절은 미완성이 된다. 군자-학문하는 사람-는 누구를 위해 학문을 하는가? 높은 사람의 눈에 들어 관직에 나가기 위해? 먹고 살기 위해? 아니다. 군자는 자기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기 위해 학문을 했다. 마음을 잘 다스려 밝게 빛나고자 했으며(明明德), 자신의 덕으로 자신이 속한 사회의 사람들에 도움이 되고자 했으며(親民), 항상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며 지극한 경지에 머물고자 했다(止於至善). 지극한 경지에 높은 자리나 명성이나 돈은 포함되지 않는다.

글자수 : 2755(공백제외)
원고지 :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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