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7일][02월16일][365매일글쓰기] 멋진
세상
고기 먹는 날은 특별한 날이었다. 생일, 명절, 제사 때나 고기를 먹던 그 시절의 가장 최고의 보양식은 닭이었다. 뒷 산에 풀어 키운 닭을 삶아 먹고는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김치찌개에 돼기고기 살덩어리들이 듬뿍 들어있었다. 동생들과는 나는 정신없이 고기를 건져 먹었었다. 그날 먹었던 고기 맛은 몇 십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어른이
되어 자취하면서 그 때 그 고기 듬뿍 김치찌개를 만들어봤다. 앞다리살을 큼직하게 썰어서 넣고 끓였다. 막한 뜨끈뜨근한 밥과 함께 고기를 건져 먹어봤다. 아! 그 맛이 아니었다. 무척 애석했다.
얼마 전에도 그 때의 고기 듬뿍 김치찌개를 만들어봤다. 돼지목살을 큼직하게 썰어 넣었다. 역시나 그 맛이 아니었다. 너무 애석했다.
아이랑 둘이서 목살을 두툼하게 썰어서 찹 스테이크를 만들었다. 통마늘, 양송이버섯, 파프리카를 넣고 직접 만든 소스를 넣어 달달 볶았다. 무척 맛있었다. 엄마의 고기 듬뿍 김치찌개는 실패했지만, 아들의 찹 스테이크는 대성공이었다. 둘이서 게눈 감추듯 먹고는 행복해했다.
어릴 적에는 텔레비전에서 특정 시간에만 어린이용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딱
한 시간동안 2개의 채널에서만 볼 수 있었다. 지역에서는
SBS가 나오지 않아서 신문에서 광고하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볼 수 없었다. 명절이 되면 아침부터 더빙된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오래된
흑백영화였지만, 정말 재미있게 봤다. 토요일 밤 늦게 하는
영화를 보다가 야단을 맞기도 했다.
금요일 온라인 독서토론이 끝난 직후부터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몰아보기를 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이어폰만 있으면, 내 취향에 딱 맞는 드라마를
골라 볼 수 있다. 영국 드라마를 봤더니 연속해서 영국 드라마가 추천으로 떴다. 첫 번째 드라마보다 두 번째가 훨씬 재미있다. 이틀내내 몰아보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릴 적에는 재래시장에 가서 옷도 사고 신발도 골랐다. 그냥 걸려있는
옷 중에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손짓하면 가게 주인이 대충보고 사이즈를 골라주었다. 키 클 것을 고려해서
한 사이즈 큰 사이즈를 샀었다. 신발가게에서도 진열된 몇 안되는 신발 중에서 하나를 손짓하면 되었다. 애석하게도 옷은 몇 달 입으면 후줄근해졌고, 신발은 밑창이 닳고
코가 벗겨졌다. 옷과 신발을 사려면 다음 명절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지금은 질도 좋고 디자인도 다양한 옷들이 넘쳐난다. 신제품부터 이월상품까지
여기저기에서 옷을 손 쉽게 살 수 있다. 가격대도 다양하다. 조금
발품을 팔면 질 좋은 옷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있다. 신발은 어떤가? 요즘
신발은 질기다. 운동화는 아무리 험하게 신어도 1년은 간다. 1년이 뭔가 10년도 거뜬할 듯하다. 게다가 예전과는 달리 가볍고 착용감도 좋다.
1987년 나는 생애처음으로 컴퓨터를 봤다. 기숙사 한귀퉁에 있던 PC실에 데스트탑 PC가 있었다. 너무 신기해서 옆에 있던 매뉴얼을 펼쳐서 첫 번째 명령어부터
타이핑했다. 처음 몇 명령어는 제대로 딱딱 맞아떨어졌다. 그러다
del *.* 를 만났다. 미안하다 컴퓨터! 내가 너를 그만...... 그렇게 해서 PC실의 컴퓨터들은 한 동안 동작하지 않게 되었다.
지금 나는 노트북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2~3킬로그램은 나가던, 노트북이 지금은 1킬로그램도 안나간다. 기껏해야 2~3시간 버티던 배터리는 이제는 하루 종일 간다. 화면도 선명해졌고, 못하는 작업이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단, 화려한 그래픽을 동반하는 게임은 제외이다. 편리해진 노트북 덕분에 인터넷 강의를 하루 종일 듣고, 책도 읽고,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기도 한다. 온라인 도서관에서 전 세계의 논문을
검색하고 바로바로 논문을 읽고 공부할 수도 있다.
몇 가지만 놓고 봐도, 지금의 세상은 정말 멋진 곳이다. 다양한 색채가 있고, 열정적인 에너지가 넘쳐 흐른다. 조지 오웰이 목에 총을 맞았다. 그는 총에 맞은 순간에 대해 다음과
상세하게 묘사했다. “내가 죽음을 예상한 시간이 2분은
되었을 것이다. 그것도 재미있었다. 그런 시간에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지 아는 것도 재미있다는 뜻이다. 처음 떠올린 것은, 다분히
관습적이게도, 아내였다. 두 번째 떠오른 것은 세상 --- 생각해 보면 결국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세상이었다 ---을 떠나야만
한다는 사실에 대한 격렬한 분노였다.”-<카탈로니아 찬가>
240페이지, 조지 오웰, 민음사 1937년의 세상 또한 멋진 곳이었다. 멋진 세상을 떠날 수 없어서, 조지 오웰은 살아남았다.
글자수 : 1682자(공백제외)
원고지 : 11.0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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