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8일][02월07일][365매일글쓰기] 필사 – 유색인 차별을 멈추려면
<더 저널리스트> 52~54페이지, 조지 오웰, 한빛비즈
며칠 전에 서부 아프리카 출신의 독자 한 명이 런던 댄스홀 가운데 한 곳이 유색인종 출입을 금지하기 시작했다고 제보했다. 짐작건대 댄스홀 주요 고객인 미군을 만족시키기 위해 도입된 조치로 보인다. 댄스홀 관계자와의 통화를 통해 얻은 답은 이랬다. 금지 조치는 해제됐으며 애초부터 피부색에 따라 입장을 제한할 계획은 없었다.
나는 독자의 제보에 어느 정도 근거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비슷한 사건이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주 법원 판결 사건들을 보자. 영국에서 복무 중인 서부 인도 출신의 흑인(당시에는 흑인종에 대한 이 표현이 금기어가 아니었다) 병사가 국토방위군 제복을 입고 있는데도 유흥업소로부터 입장을 거부당한 일이 있었다. ‘우리는 유색인종을 받지 않는다’며 인도인과 흑인 등을 호텔에서 쫓아내는 광경도 자주 목격된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우리는 예의 주시하고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인종 문제는 소란스러울 정도로 목소리를 높여 불만을 토로해야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문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현재 영국에는 유색인종에게만 적용되는 법적 제한이 없다. 특정 인종에 대한 대중의 반감도 거의 없다(영국인 특유의 덕목이 있어서가 아니다. 영국이 인도에서 한 일만 봐도 그게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반감이 없는 이유는 그냥 지금껏 영국 내에서 인종 문제가 불거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가 불거지는 방식은 언제나 비슷하다. 호텔이나 레스토랑은 인도인이나 흑인과 섞이는 걸 싫어하는 돈 많은 부자들이 단골로 드나든다. 이들이 호텔이나 레스토랑 주인에게 유색인종을 출입시키지 말라고 주문한다. 그러지 않으면 발길을 끊겠다고 선포한다. 유색인 손님은 수로 쳐봐야 얼마 되지 않은다. 주인들은 단골을 놓치기가 싫다. 따라서 부자들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더라도 금지 조치를 도입하곤 한다.
대중이 이런 일에 대해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유색인에게 모욕적인 처사를 하는 사업장에 부정적인 평가를 지속하면 차별은 설 자리를 잃는다. 피부색 때문에 차별이 가해졌다고 입증할 만한 사례를 아는 사람은 누구든 이를 폭로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극소수 인종 우월주의자들이 계속해서 못된 짓을 할 테고, 영국인 모두가 억울하게 악명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1920년대, 심지어 프랑스에서도 인종차별적 금지 조치의 징조가 목격됐다. 미국 관광객이 몰려들어 파리 시내에는 흡연 박스나 소변기만큼 미국인이 흔했다. 당시 미국인들은 돈을 물처럼 써댔다. 레스토랑과 가게 주인들은 미국인을 무시할 처지가 아니었다.
어느 날 저녁, 유명한 카페 한 곳에서 미국인 몇몇이 이집트 여성과 함께 온 흑인이 춤을 추지 못하도록 막아서는 일이 발생했다. 카페 주인은 의미 없는 반발을 하다 곧 포기해버렸고, 카페에서 흑인을 내보냈다. 다음 날 아침, 큰 소동이 벌어졌다. 카페 주인은 장관 앞에 끌려가 처벌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몰렸다. 알고 보니 전날 모욕을 당한 흑인이 아이티 대사였다.
물론 그 정도 지위에 있는 유색인은 배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중 대사에 임명될 정도로 운이 좋은 사람은 많지 않다. 평범한 인도인이나 흑인, 중국인이 일상적인 모욕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평범한 시민들이 이들을 위해 나서서 도와주는 것밖에 없다.
*) 원작에서는 흑인을 니그로로 표현했다. 당시(1944년)에는 이 표현이 금기어가 아니었다. 그러나 조지 오웰은 1943년에 벌써 인종차별을 막기 위해 이 표현을 금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글자수 : 1379자(공백제외)
원고지 : 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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