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6일][01월16일][365매일글쓰기] 너무나
주관적인
1914년 독일 호엔출레른 왕가의 군대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군대였다. 그러나 베를린에서 악을 쓰며 떠들어대는 저 하찮은 결함투성이 인간 뒤에는 그런 군사력이 없다. ...... 그런데도 우리 군사 ‘전문가’들은 대기 중인 유령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그들의 상상 속에서는
이 유령이 완벽한 설비와 불굴의 규율로 무장하고 있다. - <모든 예술은 프로파간다다> 208페이지, 조지 오웰, 이론과
실천
오로지 영어권 국가 사람들만 전쟁 발발 때까지도 히틀러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정신병자이며 독일 탱크는 종이판지로
만들어졌다고 다들 믿었다. 앞에서 본 인용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웰스는 여전히 그런 생각을 지녔다. 폭격이 벌어지고 독일이 그리스에서 군사 행동을 벌여도 그의 견해가 바뀌었을 것 같지는 않다. 평생 동안 굳어진 사고 습관이 웰스 앞에 가로놓인 탓에 그는 히틀러의 힘에 대한 이해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 213페이지
이번 주는 조지 오웰의 책을 읽기 6주차로, 조지 오웰의 산문 중에서 예술과 관련된 산문을 엮어 묶은 <모든
예술은 프로파간다다>를 읽고 있다. 이 책의 부제는
조지 오웰 평론집이다. 이 지점에서 나의 오해가 시작되었다. 조지
오웰의 글에 대한 제 3자의 평론일 것이라고 넘겨 짚은 것이다. 50여
페이지를 읽었는데도 조지 오웰의 산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나오지 않았다. “뭐지? 왜 계속 딴 사람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거야?” 표지부터 꼼꼼히
살펴본 결과, 이 책은 조지 오웰이 예술에 대해 평론한 산문들만을 모아 놓은 것이었다. “오해했군!” 얼굴을 붉힌 채 책을 계속 읽어 나갔다.
위에서 인용한 구절은 <웰스,
히틀러, 세계국가>라는 에세이 중 일부이다. 웰스는 40년간 영국 문학에서 굳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독보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인간에게는 날개가 없으니 날 수 없다고 말할 때, 인간은 반드시 하늘을 날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나서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했고, 결국 인간은 하늘을 날게 되었다. 조지
오웰처럼 20세기 초에 태어난 사람들은 웰스의 확고부동한 예언의 영향을 받았고, 웰스의 글 위에서 성장했다. 웰스는 중산계급 출신으로 군대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 싸움, 사냥, 전쟁을 극도로 혐오했기 때문에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그의 사고는 편파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위에서 인용한 구절이다.
착오(錯誤)는 주관적인
인식과 객관적인 사실이 일치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웰스의 시대 착오적인 글에 수많은 영국인 동조했었다. 보이지 않은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잠정적인 적을 희화화해서 조롱했다. 히틀러가
전쟁을 일으키고 전세가 확장되어도 웰스는 여전히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종이판자로 만들어졌다던
탱크는 너무나 강력했고, 독일군의 충성심은 하늘을 찔렀다. 히틀러의
참모들은 영민하게 움직였다. 그런데 웰스와 그의 추종자들은 믿지 않았다.
조지 오웰은 글 곳곳에 글을 쓰는 사람이 빠지기 쉬운 함정을 드러내서 보여주었다. 20세기 초의 작가들은 의외로 쉽게 시대 흐름에 휘말려 들었다. 그리하여
진실을 꿰뚫어보지 못하고 자연주의로 빠지거나 공산주의로 빠져들었다. 더욱 더 황당한 것은 당시에는 보지
못했더라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과거의 주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비논리적인 사고를 고집하고는 했다. 웰스처럼 자신의 주관에 경도(傾倒)되어 집착한다.
1941년의 웰스는 21세기에도
발견할 수 있다. 내(我)가
너무 중요해서 내 생각을 고집하여(固) 내 마음대로(意) 판단해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必)고 주장하는 사람들로 인해 극심한 피로를 느낀다. 아집으로 똘똘 뭉친
그들은 토론보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하면서도, 왜 토론을 하지 않냐고 오히려 따지고 든다. 이제는 그들의 자가당착에 넌더리가 난다.
글자수 : 1463자(공백제외)
원고지 : 9.2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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