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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3일][01월13일][365매일글쓰기] 평등 없는 친밀성 Initmacy without equality


[013][0113][365매일글쓰기] 평등 없는 친밀성 Initmacy without equality

다른 사람의 위에 군림하기 위해서는 우열의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지배자에게는 피지배자가 넘 볼 수 무엇인가가 있어야만 한다. 그래서 영국이 인도와 버마(이하, 버마로 통일)를 식민 지배할 당시, 노골적인 인종 차별이 있었다. 버마인의 두개골은 백인보다 두껍다. 버마인은 한낮의 작렬하는 태양이나 쏟아지는 폭우를 견딜 수 있지만, 더 진화한 인간인 백인은 두개골이 얇아 반드시 모자를 써야만 한다. 백인이 유색인(인도인, 버마인, 중국인 누구이든)을 발길질하면 백인이나 유색인 모두 맞아도 싸다고 여겼다. 심지어 백인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욕을 해도 품위가 있었다. 등등. 우월한 인종인 영국인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하위 인간인 버마인의 열등한 문화를 바꾸어 주었다는 논리로, 버마의 자원은 영국이 마음껏 취해도 되었다.

영국의 경제 수탈은 당연히 버마인의 분노를 일으켰다. 이곳 저곳에서 반란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했다. 피지배자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동원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친밀함이다. 지배자인 백인이 피지배자인 유색인과 함께 술을 마시고 대화를 한다. 때로는 폴로 게임을 함께하고 사냥을 하며 협력해서 동물을 잡는다. 백인과 함께 어울리는 버마인은 현지인들 사이에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백인과 친밀하다는 이유 하나로 특권이 만들어지고, ‘특권은 열망의 대상이 된다. 식민지의 모든 백인 클럽에는 한 명의 버마인 회원이 있었는데, 백인 클럽 회원이 되는 것이 버마인들에게 소망이 되면 통치가 쉬워지기 때문이었다.

유럽인들이 고개 한 번 끄덕이고 윙크 한 번 하는 것이 수천 장의 공식 문서보다 더 많은 일을 합니다. 유럽인 클럽의 회원이 되는 것이 우리 원주민들에게 얼마나 큰 명성을 얻은 것인지 당신은 모르실 겁니다. 클럽 안에서 우리는 실제로 백인이며, 따라서 어떤 비방도 우리를 건드리지 못합니다. 클럽 회원은 신성불가침의 존재들입니다. - <버마시절> 3장 중에서, 조지 오웰, 열린책들

1922년 열아홉 살의 조지 오웰은 제국 경찰로 버마에 부임했다. 당시의 버마의 인구는 1300만명이었고, 13000명의 버마 경찰이 있었다. 버마 경찰을 관할하는 영국 경찰은 단 90명이었다. 부임지에서 조지 오웰은 버마어뿐만 아니라 힌두어도 습득했다. 몇 십년을 살아도 현지어를 전혀 하지 않는 다른 백인들과는 다른 행보였다. 그것이 출세를 위한 것이든 어쨌든 간에, 버마어에 능통한 조지 오웰은 버마인들과 친밀하게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조지 오웰은 지배자였고, 버마인들은 피지배자였다. 버마 여인을 애인으로 둘 수는 있지만, 그 사실을 비밀로 부쳐야만 했다. 버마인들과 친구가 될 수 있지만, 막상 버마 친구들이 어려움에 처하면 나서서 도와줄 수 없었다. 버마인들이 폭동을 일으키면 무자비하게 진압해야만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버마인에 대한 조지 오웰의 양가적 감정은 죄의식을 불러 일으켰다. 버마인들에 베풀어지는 백인들의 친밀함은 인종 차별 위에서만 가능했다. 인간 대 인간의 친밀함이 아니었다. 조지 오웰의 친구이자 비평가인 크리스토퍼 홀리스는 이것을 평등 없는 친밀성이라 이름 지었다.

엘리스는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주방장은 일종의 클럽 재산으로, 낯선 사람한테 얻어맞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엘리스를 더욱 화나게 만든 것은 자신이 주방장을 딱하게 여기로 --- 아까처럼 발로 걷어차는 것을 반대한다고 베랄이 의심한다는 점이었다. <중략> “하인이 맞을 필요가 있다 해도 자네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자넨 이 클럽의 회원이 아니야. 하인을 때리는 것은 자네가 아니라 우리기 할 일이야” - <버마시절> 18장 중에서

<버마시절>의 등장 인물인 엘리스는 극렬한 인종차별주의자이다. 클럽을 아지트로 삼는 그는 클럽에서 일하는 버마 하인들을 아끼는 편이다. 엘리스는 클럽에서 일하는 버마 하인들은 다른 버마인들과 달리 더럽지도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무리 친밀하더라도 그들은 버마인 하인일 뿐이다. 버마인 하인을 짐승처럼 취급하는 것은 당연하다. 친밀하지만 나와는 다른 하등한 존재로 여긴다. 이것이 평등 없는 친밀성이다.

이와 비슷한 일은 같은 백인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버마를 떠난 조지 오웰은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버마에서의 지배자의 삶을 지우기 위해, 유럽 사회의 밑바닥으로 내려간다. 파리에서 생활비가 떨어지자, 며칠동안 굶기도 하고, 길거리 생활을 하기도 했다. 겨우 호텔의 접시닦이로 취직한 후, 조지 오웰은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볼 기회를 갖게 된다. 호텔 웨이터들은 언제나 부유한 사람들 언저리에서 생활하며, 부유한 삶을 대리로 맛본다. 부자 손님의 호화로운 식사의 시중을 들며,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기도 하고, 그들의 일상을 엿본다. 웨이터의 일상이 곧 부자의 일상이 되는 착각에 빠진다. 그래서 웨이터들은 언제나 자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품는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손님들이 주는 팁이 웨이터의 수입원이기 때문에 외적인 매력이 떨어지게 되면 웨이터는 즉각 가난 속으로 추락하게 된다. 웨이터가 어려움에 처한다 한들, 단골 손님들 중 어느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곧 계급이기 때문에, 호텔 손님과 웨이터는 평등 없는 친밀한 관계일 뿐이다. 조지 오웰은 가난 속에서 유럽 자본주의 사회의 민낯을 보게 된다.

그렇다면 21세기의 우리 사회에서도 평등 없는 친밀성이 존재할까? (이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필자는 이 질문에 답을 찾게 되면 후속글을 올릴 생각이다.

글자수 : 2129(공백제외)
원고지 :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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