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일][01월11일][365매일글쓰기] 필사 : 그림자
<칼 구스타프 융, 언제나
다시금 새로워지는 삶> 167~168페이지, 신근영, 북드라망
매일같이 밖의 세계에만 눈을 돌리던 자아. 이 자아에게 정작 자기
자신은 어두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그것은 언제나 익숙하게 보아왔던 것들과는 너무나 다른 타자로서
출현한다. 자기 내면의 이런 타자와 마주친 자아는 타자를 잘 알아볼 수 없다. 그래서 자아에게는 타자의 모습이 희미하고 어두운 형체로 밖에는 인식되지 않는다. 이것이 자아가 처음 만나게 되는 타자. ‘그림자’다.
그림자는 인격의 열등한 부분이다. 그래서 자아는 자신의 그림자가 투사된
사람을 만나면 이유 없이 싫은 감정을 느낀다. 그러나 그것은 평소에 드러나지 않던 자신의 뒷모습이다. 그림자를 이루는 내용들이 뒷면으로 밀려난 것은 가치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자아가 이런저런 이유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일 뿐, 이 역시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렇기에 의식보다 못한 것이 아니라 아직 의식화하지 못했다는 의미에서 열등한 인격이다. 그럼에도 열등하다는 말이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융은 이를 피하기
위해 그림자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런 그림자를 만나면 자아는 불쾌해진다. 여태껏 다른 사람에게서 보았던, 마음에 들지 않던 면을 바로 자기 마음속에서 발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무의식이 자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기분이 나빠진다. 요컨대, 무의식 앞에서 자아는 자신이 더 이상 주체가 아님을 알게 된다. 그림자
속의 “나는 일상의 의식에서는 항상 객체를 가지고 있는 주체이지만 그와는 완전히 반대로 나는 모든 주체들의
객체이다.” 자아는 자신의 무력함을 느끼고 이 그림자를 만나기를 두려워한다. 이런 것들을 느끼기 싫어서 자아는 의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지만 이 타자와의 마주침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융의 영혼의 지도>
156~159페이지, 머리 스타인, 문예출판사
자아가 제어할 수 없는 무의식의 정신 요소들 가운데 하나가 그림자다. 사실
자아는 보통 그림자의 발산을 그다지 인식하지 못한다. 융은 이미지 수준에서는 비교적 파악하기 쉽지만
이론과 실제 수준에서는 다루기 힘든 심리적 실체를 나타내고자 그림자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그는
대부분 사람들이 보여주는 그대로의 무의식을 조명하고자 했다. 그렇지만 그는 그림자를 하나의 사물로 지목하기보다, ‘그림자 속에 있는(즉 감춰진, 배후에
있는, 어둠 속에 있는)’ 또는 ‘그림자가 드리운’ 심리적 특성 또는 특질에 대해 생각하는 편이 더
낫다고 보았다. 통합되었다면 보통 자아에 속하겠지만 인지적 또는 감정적 부조화에 의해 억압된 성격의
일부는 그림자로 전락한다. 그림자의 특별한 내용은 변하는데, 이는
자아의 태도와 그것을 방어하는 정도에 달려 있다. 일반적으로 그림자는 비도덕적이거나 적어도 평판이 나쁜
특질을 갖는데, 사회의 관습이나 도덕적 관례와 반대되는 본성을 가진 사람의 특징도 포함한다. 그림자는 의도하고, 의지하고, 방어하는
자아 조작의 무의식적 측면이다. 말하자면 그림자는 자아의 배면(背面)이다.
모든 자아는 그림자를 갖는다. 피할 수 없다. 세계에 적응하고 대응할 때 자아는 부지불식간에 그림자를 이용해 도덕적 갈등이 따르는 불미한 활동을 수행한다. 자아가 모르는 상태라도 그림자의 이러한 방어적이고 자기만 챙기는 활동들은 암흑 속에서 수행될 수 있다. 그림자는 마차 국가의 비밀 정보 조직처럼 작동한다. 이러한 조직을
움직이는 수장은 명백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 있으므로 발생된 일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비록 내적
성찰을 통해 어느 정도는 이러한 그림자의 자아 활동을 의식할지라도, 그림자 인식에 대한 자아의 자기방어는
매우 효과적이어서 이 활동을 거의 꿰뚫지 못한다. 스스로 성찰하기보다는 친한 친구나 오랫동안 함께한
배우자에게 비친 인식이 어떠한지 물어보는 편이 자아의 그림자 활동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방법으로 더 유용하다.
자아가 의지하고 선택하고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추적할 경우 사람은 자아가 자신의 그림자 안에서 극도로
이기적이고, 고의적이고, 냉혹하고, 강압적이게 될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 분명해지는 어둠과 차가움의 영역에 이르게 된다. 여기에서 사람은 순전히 자기중심적이므로 어떤 대가를 감수하고라도 권력과 쾌락이라는 개인적 욕망을 성취하는 데
몰두한다. 자아에 내재한 어두운 마음은 신화와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이 바로 인간의 악을 제대로 정의
내려주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 셀로>의 등장인물인 이아고는 이러한 고전적 예를 보여준다. 그림자
안에 모든 주요한 죄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림자의 특성들이 어느 정도 의식화되어 통합된 사람은 보통 사람과 매우 다른 모습을 보인다.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본래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지 잘 모른다. 그래서
스스로가 이타적이며 자신의 욕구나 쾌락을 통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 한다. 사람들은 타인들에게
그런 특성을 숨기는 한편 사려 깊고, 신중하고, 공감적이며, 성찰하고, 상냥하게 보이게 하는 외관 뒤로 숨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사회적 규범을 따르지 않는 예외는 ‘부정적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탐욕과 공격성을 자랑스러워하며
대중 앞에서 그런 특성들을 과시하는 검은 양이지만, 그들의 감춰진 그림자에서는 민감하고 감상적인 면을
보여준다. 이와 다르게 예외적인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잃을
것이 전혀 없는 구제 불능의 범죄자나 반사회적 인물이다. 예를 들어 히틀러나 스탈린 같은 악명 높은
사람들이 권력을 잡으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악해질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스스로 품위지키고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요구하는 적합한 규칙에 따라 처신하며, 단지 꿈속에서나 극단으로 몰렸을 때 우발적으로
그림자적 요소를 드러낸다. 그들에게 자아의 그림자는 여전히 작동하지만 무의식을 통해 환경과 정신을 조종하므로, 그들의 의도와 욕구는 사회가 수용하는 정도를 그렇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림자 안에서 자아가 원하는 것이 그 자체로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일단 직면했을 때 그림자는 종종
상상한 만큼 악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아가 그림자를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그림자는 무의식적으로
타자에게 투사된다. 예컨대 우리는 진짜 이기적인 사람 때문에 엄청나게 약이 오를 때가 있는데, 이런 반응은 보통 무의식적 그림자가 투사되고 있다는 신호다. 당연히
상대방은 그림자 투사를 위한 ‘연결 고리’를 제시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렇게 강한 감정적 반응들이 일어날 때 지각과 투사가 섞이는 일은 항상 있다. 심리적으로 순진하거나 방어적 저항을 보이는 사람은 자기가 갖는 지각perception에
초점을 맞춰 변호하며, 투사된 부분을 부정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러한 방어적 전략을 사용하면 그림자가 갖는 특성들을 인식할 수 없어 통합할 기회도 놓치고 만다. 대신 이러한 방어적 자아는 스스로 옳다고만 여기기 때문에, 스스로를
무고한 희생자나 단순 관찰자 역할을 하는 것으로 간주해버린다. 그 결과 상대방은 악한 괴물인 반면에
자아는 무고한 양처럼 느낀다. 그러한 역학 관계에서 희생양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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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 : 17.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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