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006일][01일06일][365매일글쓰기] 조지 오웰 에세이, 스파이크 The Spike(1931)


[006][0106][365매일글쓰기] 조지 오웰 에세이, 스파이크 The Spike(1931)

역자는 ‘The Spike’를 번역하면 그 의미가 사라질 것 같았다고 한다. 그래서 영어 그대로 제목을 붙였다. 단지 ‘The’를 뺀 채로! 영어에서 관사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a’가 아닌 ‘the’를 붙임으로서 바로 그라는 느낌을 살린다. 그냥 어디에나 있는 흔한 장소가 아닌 특별한 곳임을 강조한다. 스파이크는 우리나라의 노숙자 쉼터와 같은 곳이다. 그런데 20세기 초의 영국의 노숙자 쉼터는 현대와는 전혀 달랐다. 그곳은 감옥이자 보호소이자 집단수용소였다. 저녁 6시 이전에는 들어갈 수 없고, 한 번 들어가면 아침의 정해진 시간까지 나올 수 없다. 그 사이에 저녁과 아침을 제공하지만, 그것은 식사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하다. 씻을 물을 주지만 그것은 물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규칙은 하나의 스파이크에서는 한달에 단 한번만 묶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숙자들은 하루 종일 걸어서 다른 스파이크를 찾아간다. 이런 식으로 노숙자들은 끝없는 유랑을 했다. 20세기 초 영국에서는 그랬다.

조지 오웰의 에세이 <스파이크>는 무척 강렬한 글이다. 이 글을 읽고 나면 스파이크가 어떤 곳인지 확실히 알 수 있다. 그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 머리 속에 박혀버린다. 한 잔의 따뜻한 차와 한 덩어리의 빵을 위해 백여명의 노숙자들이 얌전한 병아리 떼처럼 스파이크 관리자들의 지시에 따르는 장면은 절대로 잊을 수 없다. 1931년에 발표된 이 에세이의 내용은 1933년에 발표된 소설 <런던과 파리의 따라지 인생>에 더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하지만 에세이가 더 훌륭하다. 짧은 지면에 스파이크의 실상을 날 것 그대로 응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소설에서는 인물들에 대한 묘사와 전후 사정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어서 이해하기 쉽다. 심지어 노숙자 문제를 분석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 그 당시 운영되고 있었던 노숙시설들을 상세히 기술하고 각각의 장단점을 비교한다. 또한 실험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던 소수의 발전된 노숙시설을 언급하면서 노숙시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조지 오웰은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숙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재건할 수 있도록 경제적 자립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경제공황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적은 임금으로 생활하던 노동자에게는 실직은 재난재해와 같았다. 인생을 좌초시켰다. 더 이상 내다 팔 것이 없어지면 어쩔 수 없이 노숙을 해야만 했다. 그러니 그들에게 일을 주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 초 영국에서는 스파이크는 지자체에서 운영했다. 늘어나는 노숙자들을 감당할 수 없었던 지자체들은 규칙을 만들었다. 한 명의 노숙자가 하나의 스파이크를 한 달에 딱 한 번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먹을 것과 잠잘 곳을 찾아 매일 수십 킬로미터를 걸어가게 만든 것이다. 노숙자들의 긴 행렬은 사람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스파이크에는 두세명의 관리자밖에 없다. 두세명이 백명이 넘는 노숙자들을 통제한다. 두세명이 통제를 온순하게 따르는 노숙자들이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노숙자들에 대해 알려고도 하지 않고 무서워만 했다. 그들을 눈 앞에서 치워버리려고만 했다. 조지 오웰이 주장하는 것은 단순하다. 노숙자들도 인간성을 가진 인간일 뿐이다. 단지 혹독한 가난에 몰려 길 위를 떠돌게 되었을 뿐이다. 그들도 한 때는 어부였고, 직공이었고, 목수였다. 각자의 인생이 있는 인간이었다. 그러니 사회가 그들에게 재활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에세이로, 소설로 조지 오웰은 노숙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저런 부랑자들 동정할 것 없어요. 다 쓰레기니까. 저 사람들을 당신이나 나 같은 사람하고 같은 기중으로 판단할 것도 없고. 다 쓰레기라니까. 쓰레기.” 그는 동료 부랑자들과 자신을 용케도 분리시키는 게 흥미로웠다. 그는 6개월 동안 떠돌이 생활을 했지만, 하느님 보시기에 자신은 부랑자가 아니라고 넌지시 말하는 것 같았다. 그의 몸은 스파이크에 있을지 몰라도 정신만은 멀리까지 날아올라 중산층의 순전한 정기 속에 있는 셈이었다. - <나는 왜 쓰는가> 19페이지, 조지 오웰, 한겨례출판

글자수 : 1578(공백제외)
원고지 : 10.17

#연금술사 #365매일글쓰기 #숭례문학당 #조지오웰 #에세이스파이크 #어려운주제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314일][11월09일][365매일글쓰기] 나는 꿈이 없다

  [314 일 ][11 월 09 일 ][365 매일글쓰기 ] 나는 꿈이 없다   사람들은 나에게 질문을 하고는 했다 . 꿈이 뭐냐고 . 그러면 나는 00 년까지 0000 을 하는 것이라고 대답했었다 . 그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 그건 꿈이 아니고 목표잖아요 .   그렇다 . 나는 꿈이 없다 . 나의 꿈은 대학 진학과 동시에 사라졌다 . 어린 시절 내내 꿈꾸어 오던 분야로 진학을 하지 않고 전혀 다른 분야로 뛰어든 그 순간 나는 길을 잃었다 . 심지어는 진학한 분야에 적응하느라 너무 힘이 들어서 다른 꿈을 꿀 수조차 없었다 . 매 순간이 도전이었고 매 순간 눈 앞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급급했다 . 차분히 생각할 시간 따위는 아예 없었다 .   대학 시절 내내 나를 극한으로 내몬 것은 영어였다 . 학교에서 영어를 배운 것이 전부였던 나에게 던져진 영어 원서가 문제였다 . 교과서를 읽어야 과제를 할 수 있고 시험 공부도 할 수 있는데 당시의 나의 영어 실력은 30 분에 겨우 한 페이지를 읽는 수준이었다 . 대학교 1 학년 교재 중에 국어와 한국사 빼고는 죄다 영어 원서였고 한 권당 페이지 수는 어머어마 했다 . 나에게 영어는 발목을 잡는 족쇄였다 .   영어에 치여서 20 대를 힘들게 보내나서 30 대에 진입하게 될 즈음에 나에게 꿈이 생겼다 .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꿈 . 그래서 3 년간 열심히 노력했다 . 나는 인생 처음으로 가장 열심히 , 가장 신나게 공부했던 시기였다 . 꿈을 이루기 위한 공부였기 때문일 것이다 . 사람들이 또 나에게 물었다 . 꿈이 뭐냐고 . 그래서 나는 대답했다 . 영어를 잘하는 것이라고 . 그랬더니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 그건 꿈이 아니라 목표잖아요 . 나는 당황했다 . 그렇게 내 꿈은 사라졌다 .   그럼 꿈은 뭘까 ? 아무리 머리를 짜내 봐도 나오는 것은 목표뿐이었다 . 오랜 시간 동안 습관으로 자리잡은 사고방식 때문에 자꾸...

사피엔스 3일차 3 아담과 이브가 보낸 어느 날

사피엔스 3 일차 제 1 부 인지혁명 3 아담과 이브가 보낸 어느 날 (70~101 페이지 ) 2019 년 8 월 5 일 월요일 # 사피엔스 # 함께읽기 # 숭례문학당 # 인지혁명 # 게걸스런유전자 #7 만년전부터 1 만년전까지 # 수렵채집위주생활 # 약 1000 만명인구 ▶ 오늘의 한 문장 현대인의 사회적 , 심리적 특성 중 많은 부분이 이처럼 농경을 시작하기 전의 기나긴 시대에 형성되었다 . 심지어 오늘날에도 우리의 뇌와 마음은 수렵채집 생활에 적응해 있다고 이 분야 학자들은 주장한다 . - 70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