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일][12월12일][백일글쓰기2] 중국어
기말시험 중 느낀 희열
어제는 굴욕을 이야기했지만, 오늘은 희열을 이야기하려 한다. 중어중문과학생으로서 한 학기동안 열심히 공부한 성과를 확인하는 순간만큼 큰 기쁨이 어디에 있겠는가?
8월 31일 처음으로 <중국어듣기연습2>의 1강을
들었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본문을 소개하는 가벼운 대화조차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러니 본문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교재를 훑어보니 처음 몇 과만
본문이 짧고 점점 더 길어졌다가 나중에는 한참을 읽어야만 했다. 이렇게 어려운 과목을 해낼 수 있을까? 눈앞이 캄캄했다. 마음 속에서는 두 가지 의견이 팽팽했다. 그냥 포기해 vs 그래도 해보자.
결국은 끝까지 해보자로 결론을 내렸다. 해도 안되면 어쩔 수 없지만, 해보지 않고 포기하면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낼 수 있겠는가!
강의를 들으면 그나마 조금 들리는 듯했다. 그렇게 한 과씩 진도를
나가다가, 이미 공부한 과의 본문을 다시 들으면 안 들리는 것이 태반이었다. 철푸덕 주저 앉아 엉엉 울고만 싶었다. 끝이 안보이는 계단을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중급까지는 이 정도까지 막막하지 않았었다. 조급함에
눈뜨자마자부터 잠 들기 전까지 공부에 매달렸다. 인강을 듣는 것만으로 하루하루가 엄청 빨리 지나갔다. 내용이 어려우니 하나의 과를 이틀에 걸쳐 듣기도 했다. 어떤 과는
사흘이 걸렸다.
강의를 들으며 한창 씨름을 하던 중에, 나만의 노트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어, 발음, 한글번역문 순으로 정리를 하고 어휘 뜻과 문법 사항을 기입했다. 정리하는데
시간을 걸렸지만, 시간 투여를 한만큼 기억 속에 더 깊이 더 오래 남을 수 있었다. 정리한 노트를 들고 본문을 듣고 또 들었다. 자꾸만 사라지는 기억을
잡기 위한 노력이었다. 처음에는 공부한 내용을 떠올리며 들었다. 당연히
중국어의 50퍼센트만 들렸다. 잘 안 들리는 부분을 반복적으로
들어도 다시 들으면 또 안 들리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니 들리는 부분이 조금씩 조금씩
늘어났다. 청소하면서도 듣고, 장 보러 가면서도 듣고, 설거지하면서도 듣고, 빨래를 개면서도 들었다. 자꾸 들으면서 안 들리는 부분에서 멈춰 텍스트를 확인하기를 여러 번했다. 기말
시험이 가까워지자 거의 95퍼센트가 들리게 되었다. 시험
당일에도 뭉그러져 들리는 부분을 반복해서 다시 들었다. 안 들리는 부분은 새로운 어휘일 때가 많았다. 처음 나온 단어 중에서 어려운 어휘는 여전히 뭉개져서 알아듣기 힘들었다. 그래도
시험 직전이라 바짝 긴장해서였는지 결국에는 100퍼센트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시험 시간이 되었다. 녹음된 시험 문제를 듣는데, 깜짝 놀랐다. 어? 왜
이렇게 명확하게 잘 들리는 거지? 지문도 문제도 귀에 쏙쏙 들어왔다.
시험을 보는 내내 마음 속에 희열이 차올랐다. 만족감에 젖어들었다. 드디어 벽 하나를 넘었다.
중국어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HSK 6급의 청취문제는 지문이 무척
길다고 한다. 기나긴 지문을 듣고 두세 문제를 푼다는 것이다. 마치
<중국어듣기연습2>와 같다고 했다. HSK 6급 수준의 청취력을 가지려면 CCTV를 보면서 이해할 수
있어야 할 듯하다. 이번 경험을 토대로 계속 노력하면 언젠가는 분명히 CCTV든 중국 영화이든 중국 드라마이든 잘 들리는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글자수 : 1240자(공백제외)
원고지 : 8.21장
#연금술사 #백일글쓰기
#숭례문학당 #중국어 #중국어듣기연습
#중어중문학과 #방송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