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일][12월11일][백일글쓰기2] 중국어
기말시험 중 느낀 굴욕
아니, 이럴 수가! 중어중문학과에
편입한 이유가 바로 중국어를 잘해보려고 한 건데, 왜 어학 과목에서 굴욕을 느끼는 것인가!
지난 일요일, 긴장으로 잠을 잔 듯 만 듯해서 무척 피곤한 몸을 이끌고
시험장에 도착했다. 도착해보니, 벌써 출석도 부르고 답안지도
나눠 준 상태였다. 눈에 보이는 빈 자리에 퍽 퍼질러 앉아서 손에 든 샌드위치 박스를 가방에 욱여넣고
필통을 꺼냈다. 아차, 신분증. 허겁지겁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서 신분증을 찾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제서야
답안지를 받았다. 아차, 핸드폰! 핸드폰 전원을 끄려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꺼지지를 않는다. 엊그제 새 폰으로 교환했더니 손에 안 익어서 폰 따로 주인 따로 논다. 겨우
폰을 끄고 주머니에 넣었다. 시험지가 배부된다. 인쇄 상태만
보고 덮어두란다. 아직 9시가 안된 것이다. 나는 그 사이에 답안지에 학번을 마킹했다. 아혀 ~ 요약 정리 한 걸 못봤네.
내가 볼 과목은 <고급중국어2>이다. 시험지를 펼치니, 쉬운 문제들이 눈에 띄였다. 이번 학기에 겨우 3과목만 신청했고 3과목만 집중적으로 공부했기 때문에 시험 결과가 나쁘게 나오면 굴욕도 그런 굴욕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열심히 준비했다. 이른 아침, 1시간 30분간의 이동, 빈
속, 요약 정리를 못 본 불안감, 잠을 제대로 못 자서 피곤한
뇌와 몸. 모든 것이 최악이었다. 시험지를 보는데 자꾸 헷갈린다. 중국어 선생님이랑 기출문제 풀 때는 선생님이 문제를 신속 정확하게 푼다고 칭찬을 했는데, 지금은 달팽이처럼 느리다. 멍하다.
아, 망했다.
시험 문제가 나를 빡치게 했다. 뭐냐? 정확히 알지 못하면 틀릴 수밖에 없게 냈잖아. 지독한 교수님!!! 지독한 방송대!!! 속으로 궁시렁거리면서 문제를 풀었다. 함정이 왜 이리 많은 거야! 또 궁시렁거렸다.
헐~ 문법(중국어에서는
어법이라고도 한다) 문제에서 죄다 막혔다. 헛웃음이 나왔다. 명색이 중어중문학과생인데, 어학 시험만 보면 굴욕을 느낀다. 공부할 때는 “이까짓 쯤이야. 누워서
떡 먹기네.”라며 넘어갔던 것이, 기출문제를 풀 때는 “헷갈리기는 해도 찬찬해 생각하면 되네.”라고 했던 문제유형이 기말
시험 때는 심각하게 다가온다.
시험문제를 끝까지 다 푼 다음, 헷갈리는 문제들을 다시 찬찬히 들여다
보았다. 십여분의 시간이 흐른 뒤라서 몸도 마음도 안정이 된 상태여서 고요히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또 들여다 봤다. 정확히 알지 못하면 틀릴 수밖에 없는 문제를 노려보며, 선택지를 분석했다.
끝까지 고민했던 문제 하나가 있었다. “동료들에게 경시를 당하고”를 중국어로 정확하게 옮긴 것을 고르라는 문제였다. 꽤 오랜 시간
노려봤다. 두 개의 선택지를 왔다갔다했다. 정말 굴욕도 이런
굴욕이 없다. 명색이 중어중문학과생인데, 왜 어학 과목에서
이러냐!
어제 중국어 선생님께 물어봤다. 내가 왜 이 문제에서 고전했는지 궁금했다. 遭[zāo, 쟈오]는 불행한 일을 당하다는 뜻이다. 이 단어는 뒤에 불행한 일을 당하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생략이 되어있다. 누가 당하는지가 뻔하기 때문에 생략한 것이다. 실상은
이러했다. 마윈이 성공하기 전에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동료들이 마윈을 경시했다.” 이 문장이 “동료들에게 경시를 당하고”로 바뀌었다. 원래 문장부터 살펴보자. “동료들이 마윈을 경시했다.”는 한국어 문장은 주어 + 목적어 + 동사로 이루어져 있지만, 중국어에서는 주어 + 동사 + 목적어 어순이어야 한다.
그러니 동료들은(同伴) + 경시했다(轻视) + 마윈을(马云) 순으로 나열되어야 한다. 同伴轻视马云。사람들은
단순하고 평범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러한 문장은 종종 당하는 사람의 입장을 강조하는 피동형으로
표현된다. “마윈은 동료들에게 경시를 당했다.”로 바꾸는
것이다. 중국어에서는 피동형을 만들 때, 어순을 바꾼다. “목적어 + 주어 + 동사” 그리고 나서 목적어 앞에 이 문장 성분은 원래 목적어였음을 표시하는 글자를 추가한다. 보통은 被[bèi, 베이]를 사용한다. “被
+ 목적어 + 주어 + 동사” 그래서 중국어 문장으로는 “被马云同伴轻视。“로
표현될 수 있다. 중국어에서는 문맥상 당하는 객체가 뻔하면 생략한다.
그래서 이 문장은 “被同伴轻视。“가 된다. 여기에서 끝났으면 참 좋을텐데, 이 과목은 고급중국어이다. 그러므로 뻔한 단어인 被의 사용을 피하고 나쁜 일을 강조하기 위해 遭를 사용했다. 다시 문장은 “遭同伴轻视。“로 바뀌어 표현되었다. 이것이 바로 이 문제를
낸 교수님의 의도였다.
인강을 들으며 과문을
공부할 때도, 시험 준비를 할 때도, 시험을 볼 때도 나는
자세한 내막을 몰랐다. 본능에 따라 문제를 풀었다. 그래서
굴욕감을 느꼈던 것이다. 마땅히 알아야할 것을 모르는 학생이라니......
오늘 아침 괴로운 마음으로
시험지를 꺼내들고 확인을 했다. 답은 맞췄으나 씁쓸하기 그지없다. 이
굴욕을 다시 느끼지 않으려면, 문법을 다시 공부해야만 한다.
글자수 : 1879자(공백제외)
원고지 : 12.0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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