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5일][10월15일][백일글쓰기2] 기다림2
요즘은 매일매일이 놀라움의 연속이다. 어떤 영화보다도 더 영화 같고, 어떤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 같다. 현실이 이처럼 굴곡 많고 빠르게
흘러가니, 정보를 받아들이고 분석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하루하루가 화살같이 지나간다.
10월 9일 나는 <기다림>에 대한 글을 썼다. 일의 진행으로 보아, 순리대로 “상대방과
쓸데없이 다투거나 경쟁하지 않고, 흐름에 순응한다”면, 이 기다림도 머지 않아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흐름에 순응한다
함은 자기고집을 부리지 않고 자만에 빠지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2016년 가을, 연암집을
공부하면서 흥미롭게 들었던 내용 중에 하나는 권도(權道)였다. 권도는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하여 상황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국어사전>. 원칙대로 하되, 일의 상황을 보아 다르게 함을 강조한다. 수업 중에 왜 권도를 말하게 되었을까? 유학은 원리원칙을 따지느라
과도한 논쟁을 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 고대부터
유학에서는 권도를 중시했다는 설명이 있었다. 권(權)이란 저울의 추를 말한다. 옛 저울에는 긴 막대 한 쪽에 저울 추를
올리고, 다른 한 쪽에 무게를 잴 물건을 올려 둔다. 저울
추를 막대 이리저리 움직여 무게를 다는데, 이 저울 추의 움직임을 권도라 한다. 저울의 막대 위에서 앞뒤로 움직이는 저울 추처럼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상황에 맞춰서 해야함을 강조한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하라는 뜻은 아니다. 저울이라는 틀을 벗어나서는
안된다. 그 틀안에서의 다름이다.
기다림도 권도와 같다. 일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갖추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때의 기다림에 권도가 적용된다. 특정
기간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일의 흐름에 맞춰 기다린다. 특정
형태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일의 흐름에 맞춰 모양을 바꿔가며 기다린다. 단, 목적에 맞아야 한다. 필요조건들이 완비될 때까지 믿음을 갖고 기다리는
일은 절대로 쉽지 않다. 절대로! 마음이 굳센 사람만이 가능하다.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묵묵히 자신의 몸을 바르게 세우고 기다릴 줄 안다면, 일을
성사될 것이고 기다림은 끝난다. 마음이 약한 사람은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급하게 행동하기 때문에 일을
그르친다. 굳은 믿을 갖고 기다리면,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이라 생각한다.
수(需)의 뜻은 기다림이다. 위험이 앞에 있어 성급하게 나아갈 수가 없으므로, 기다린 후에 행한다. 건(乾)의 강건한 자질을
갖고도 기다리면서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위험에 빠지지 않으니, 그 의리가 곤란과 궁핍에
빠지지 않는다. 강건한 자질을 가진 사람은 그 마음의 움직임이 반드시 조급한데도 기다렸다가 움직일 수
있으니, 이는 가장 좋게 처신하는 자다. 需之義, 須也. 以險在於前, 未可遽進, 故需待而行也. 以乾之剛健而能需待.
不輕動, 故不陷於險. 其義不至語困窮也. 剛健之人, 其動必躁, 乃能需待而動, 虛之至善者也. - <주역>
165페이지, 정의천 주해, 심의용 옮김, 글항아리
글자수 : 1153자(공백제외)
원고지 : 7.1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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