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일][10월01일][백일글쓰기2] 분투(奮鬪)
*) 분투(奮鬪)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하거나 싸우다.
이번 학기에 듣는 과목 중에 <중국현대문학작품선>이라는 과목이 있다. 20세기 중국 작가들의 작품의 일부를 읽는다고
했다. 쉬운 과목이라 생각해서 수강신청을 했는데, 아뿔사! 딸랑 원문, 작가 소개, 작품
해설이 전부이다. 원문을 읽어봐도 까만 것은 글자요, 하얀
것은 종이일 뿐이다. 열심히 단어를 찾고, 단락을 여러 번
읽어봐도, 도저히 알 수 없는 그것, 바로 문학작품이었다.
결국, 중국어 선생님께 SOS를
쳤다. 이 과목은 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도와주세요. 드디어 오늘 선생님이 오셨다. 우리는 선충원(沈从文, 1902~1988)의
<외딴 마을(边城)>을
함께 읽었다. 이 작품은 1933년에 쓰여진 백화문(白話文)이다. 현대 중국어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한국인이 <벙어리 삼룡이> <운수 좋은 날>을 읽을 때와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현대 중국어가 적용되지 않는 문장과 단어를 가진 문학작품인 것이다. 이런 글을 지난 주 토요일부터 어제까지 혼자서 낑낑대며 공부를 했다. 하지만, 단어는 알아도 문장을 해석을 할 수 없었다.
이제는 왜 그랬는지 알 것 같다 나는 한국인이고, 작가는 중국인이다. 나는 20세기 중반에 태어났고 작가는 20세기 초반에 태어났다. 지역과 시대의 차이는 컸다. 20세기 초반의 중국 문화와 사회 상황을 알지 못하는 21세기의
한국인 나는 문장 속에 숨어있는 작가가 뿌려 놓은 은유와 비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 글은 산문도 아니요
논설문도 아닌 문학작품이다.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웃고
말았다. 뭐야, 그런 뜻이었어? 와, 표현은 정말 아름답네. 하지만
내 수준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미학(美學)이야. 중국에서 태어나고 교육받은 선생님조차도 이런 류의 글을 읽을 때는 글 전체의 맥락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와! 원어민도 힘들어하는 과목을 선택한 나를 자랑스워해야겠다. 그리고 작품의 문장과 단어는 현대에 통용되지 않는 것들이라 했다. 아뿔사! 문학은 문학일 뿐, 어학이 아니구나.
문학 작품 중에 나는
특히 시에 약하다. 콩알 몇 개가 흩뿌려져 있듯이 응축된 표현만 보면 머리에 쥐가 나는 듯하다. 콩알들 하나하나에 여러 의미가 중첩되어 있다는데, 내 눈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콩알일 뿐이다. 다른 사람이 보면 정원도 되고 궁전도 된단다.
하아~ 정말이지 두 손 두 발 다 들게 만드는 장르가 바로 시이다. 반면에 현대인들은 독자들에게 뜻을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서 글을 길게 쓰는 경향이 있다. 단체 톡방이나 SNS에 응축된 문장을 올리게 되면, 전혀 다른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한다면, 얼굴 표정이나 신체 언어까지 보기 때문에 오해가 적다. 하지만, 글은 다르다. 제대로 된 수식어가 없으면, 읽는 사람의 상황이나 심리상태에 따라 완전히 다른 뜻으로 읽혀지는 비극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므로 육하원칙에 딱 맞게 써야 한다.
하지만, 시를 비롯한 문학작품에서는 육하원칙은 통용되지 않는다. 문학은 인간의
상상을 자극하기 위해, 의미가 모호하거나 중첩될수록 훌륭한 작품이 된다. 노래 가사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BTS의 <땡>이라는
노래에서는 ‘땡’이 다양한 의미로 곳곳에서 활용된다. 실제로 ‘땡’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다양한 의미가 있다. 1) ‘땡’이란
단어를 삼팔광땡의 ‘땡’은 좋은 것을 뜻한다. 2) 전국노래자랑에서는 불합격일 때 ‘땡’을 친다. 3) 남은 떨이를 팔 때는 ‘땡’처리를 한다. 4) ‘땡’보직은 아주 쉬운 일만 하거나 일이 거의 없는 보직을 말한다. 5) 식후
‘땡’은 밥 먹고 난 후 피우는 담배이다. 6) ‘땡’빚은 공연히 얻게 된 빚이다. 7) 만고’땡’은 온갖
괴로움이 끝남이니 ‘땡’은 끝이다. 8) 땡볕은 바로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이다. 노래를 들으면서, ‘땡’ 한 단어가 여러 의미로 사용되어서 놀랐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边城>의 곳곳에서 하나의 단어가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打는 어떤 물체를 때리거나 치거나 차거나 두드리는 의미를 갖는 글자이다. 그런데 귀걸이를 사는 문제에서 打를 사용했다. 왜 그랬을까? 옛날에는 금을 사서 그 금을 두드려서 귀걸이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문제는 21세기에 사는 나는 打를 귀걸이와 연결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늘 중국어 선생님과 <边城>을 읽으면서, 아득함을 느꼈다. 아! 나의 수준을 뛰어넘었구나. 그러자 중국어 선생님은 “중국인도 힘들어 하는 과정에 들어섰네요.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중국어 실력은 확 늘거예요.”라고 했다. 진실로 그러하다.
글자수 : 1760자(공백제외)
원고지 : 11.3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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