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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6일][09월26일] 관아생(觀我生), 자기 자신을 살핀다


[026][0926][백일글쓰기2] 관아생(觀我生), 자기 자신을 살핀다

오늘은 관괘(觀卦)의 여섯 효() 중의 한 개를 뽑아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효는 아래에서 3번째에 위치한 음효(陰爻)이다.
관괘(觀卦)

모든 괘()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는 5번째이다. 관괘(觀卦)에서는 5번째 자리가 군자, 즉 왕이다. 5번째 자리에서 멀수록 힘이 약하거나 어리다. 오늘 이야기할 3번째 효()는 군자()에 비교적 가까이 있지만, 음양의 법칙에 따라 자신을 도와줄 이웃이 없다. 위아래가 모두 음인 까닭이다. 자신의 짝인 6번째 효는 양이지만, 멀리 떨어져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군자()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자신의 짝인 6번째 효가 양이어서, 군자()을 본받아 마음가짐이 곧고 바르다는 점이다. 따라서 3번째 효는 홀로 외로이 자기 자신을 살피고 어떤 행동을 할지 판단해야 한다.


이전 글에서 관괘(觀卦)의 관()은 보다 혹은 보여 주다의 뜻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양은 강하고 굳세어서 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음은 부드럽고 약하기 때문에 보는 역할을 한다. 주역에서 각 괘는 위아래 3개의 효를 그룹 지어 각각을 괘로 나눈다. , 주역의 모든 괘는 3개의 효로 이루어진 괘 2개가 합해져서 만들어진다. 관괘도 아래 3개가 모두 음효로 이루어진 땅을 의미하는 곤괘(坤卦)와 위의 3(양효 2, 음효1)로 이루어진 바람을 의미하는 손괘(巽卦)로 구성되어 있다. 땅 위를 바람이 부는 형상이다. 관괘에서 바람은 군자()의 정치력을 의미하고 땅은 백성을 의미한다.

각 효()가 보거나 보여주는 방식을 잠깐 정리해 보겠다. 1번째 효는 맨 아래에 있기도 하고 원래는 양이 와야 하는 자리인데 음이 와있다. 따라서 이 괘는 어린아이라고 친다. 어린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좁을 수밖에 없다. 경험도 배움도 적기 때문이다. 2번째 효는 곤괘(坤卦)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고, 원래 음효과 와야 할 자리에 음효가 있으니, 여자로 본다. 고대에는 여자들은 집안에서만 생활했다. 밖을 보려면 대문 틈 사이로 밖을 내댜봐야 했다. 그리고 2번째 효의 짝은 5번째효이므로, 군자()의 부인인 왕비인 셈이다. 왕비가 문틈으로 내다보는 것은 군자()이 미처 보지 못하는 것을 챙겨보는 것이기도 하다. 3번째 효는 곤괘의 맨 끝에 위치하면서 자신의 짝인 6번째 효와 음양의 합을 이룬다. 그리고 5번째 효에 가까운 위치에 있다. 바르게 처신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원래 양효가 와야 할 자리에 음효가 있어서 불안정하다. 게다가 위아래 이웃이 모두 음효이어서 3번째 효를 돕지 않는다.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니 홀로 자기 자신의 성격, 기질, 특성, 자질을 잘 살펴서 앞으로 나아갈지 뒤로 물러설지의 진퇴를 결정해야 한다. 4번째 효는 군자()의 바로 아래에 위치하며 음효가 와야 할 자리에 음효가 있으므로, 군자()를 돕는 덕이 높은 신하이다. 군자()4번재 효의 덕을 높이 쳐서 특별히 초빙하였으므로, 4번째 효는 군자() 옆에서 군자()의 높은 기상을 매일 보며, 군자()을 도와 국가의 문화를 융성하게 하는 일을 해야 한다. 5번째 효는 관괘의 주인인 군자()이다. 군자()는 백성을 살펴보면서 자신이 행한 정치의 효과를 살펴야 한다. 3번째 효처럼 자기 자신을 잘 살펴야만 백성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6번째 효는 5번째 효의 아버지 격이다. 물러난 왕이라는 뜻이다. 군자()의 아버지로서 아들이 잘하는지 살펴보면서 3번째 효, 즉 아랫사람을 잘 살펴봐야 한다. 물러나 있으되, 여전히 자기 수양을 하는 모습이다. 물러난 왕이 오만하면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세상을 보는 법과 세상에 나를 보여주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관괘(觀卦)에서 나는 3번째 효에 주목한다. 50대에 들어선 나는 세상을 넒고 깊게 바라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중년도 아니고 노년도 아닌 어정쩡한 50대를 젊은 사람들은 꼰대로 여기고 나이든 사람들은 버르장머리 없는 어린 것으로 여긴다. 위아래로 샌드위치처럼 끼어 있어서 어느 자리를 가도 불편하다. 게다가 모든 것이 급변하는 21세기에서는 변화가 넘쳐난다. 생활, 경제, 사회, 문화, 정치, 국제정세, 과학 등 모든 분야의 변화가 토네이도처럼 휘몰아 친다. 신속하게 따라잡기에는 나이가 들었지만, 아직도 살 날이 새 깃털처럼 많이 남아있으니 변화에 적응해야만 한다. 한마디로 혼란에 빠져 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나는 3번째 효, 그 자체이다. 홀로 외로이 나를 성찰하고 학문을 익히고 자기 수양을 해야만 한다. 왠지 온갖 결실이 맺어지지만 쓸쓸한 이 가을과 닮아 있다.

글자수 : 1745(공백제외)
원고지 :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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