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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일][05월08일][365매일글쓰기] 인재

[129][0508][365매일글쓰기] 인재

 

어느 회사의 한 부문이 증발한 적이 있다. 오랫동안 특정 기술을 연구해 오던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모두 퇴출당한 것이다. 아마도 회사의 수장은 그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Zero로 판단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니면 회사 내의 권력다툼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하튼 이유는 모르지만 결과는 그 업계의 바깥에 있는 나에게도 알려졌다. 물론 그 회사는 그 특정 기술을 제품으로 만들기도 했었다. 제품 시판 결과는 참혹했다. 재고 Zero라는 일본의 토요타 웨이가 인기를 얻고 있던 시기였기에, 회사는 그들을 완벽하게 방출해 버렸다.

 

그리고 몇 년 후 그 회사는 큰 위기를 맞았다. 그 회사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던 그 특정 기술이 보편화된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인력을 대거 투입해서 핵심 기술을 완성해냈다. 그래서 하루 아침에 판도는 180도 달라졌다. 급변한 기술 및 사업 환경에서 그 회사는 위기에 직면했다. 그 회사에는 그 특정 기술을 아는 사람이 Zero였기 때문이다. 물론 완벽한 Zero는 아니었다. 그 특정 기술을 안다는 또 다른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그 회사 내에 있었기 때문이다. 대체 인력이 있다면, 그 회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야 했다.

 

그 업계 바깥에 있던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그 회사만 그 특정 기술이 적용된 신제품을 만들지 못하고 있을까? 그 회사의 경쟁사들이 세계적인 기업이 완성해낸 핵심기술을 이용해서 순식간에 신제품을 출시했는데도 말이다. 오직 그 회사만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대체 인력이 있다고 했는데 문제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 사건은 마른 수건도 쥐어짜면 물이 나온다는 도요타웨이의 폐해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탈수가 너무 심해서 동력이 떨어져 버린 것이다.

 

<삼국지> <무제기>에 따르면, 동탁을 토벌하기 위해 막 기병했을 때, 원소가 조조에게 묻습니다.

만약 동탁을 토벌하는 일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면, 그대는 어느 방면에 의지하고 근거지를 삼을 수 있다고 보시오?”

그러자 조조는 그의 생각은 어떠하냐고 반문합니다. 원소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남으로는 황하에 의지하고, 북으로는 연대(燕代, 지금의 후베이성 북부와 산시성 동북부 일대)를 차지하고, 융적(戎狄, 오환)을 겸병하며, 남쪽을 굽어보며 천하의 패권을 다툰다면, 아마도 성공할 수 있지 않겠소?”

조조는 이 말을 듣고 속으로 가소로워하며, 쓸모없는 사람이라면 어디로 피한들 쓸모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담담하게 말합니다.

내가 보기에는 널리 천하의 지혜롭고 재능 있는 선비들을 임용하여 정도(正道)와 정의(正義)로 그들을 통솔한다면, 일이 순조롭게 풀려서 안 될 일이 없을 것 같소.”

여기에서 조조는 한자어의 다의성(多義性)을 이용하여 원소와 다른 정치적 견해를 표명합니다. 원소가 어느 방면에 의지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을 때, 여기에서의 방면(方面)’은 지리적 위치로도 이해될 수 있으며 정치적 조건으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의지하다()’는 거점으로도 이해될 수 있으며, ‘근거하다는 뜻으로도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조조의 이야기는 정의와 인재에 의지하기만 한다면, 어떤 곳이든 모두가 근거지라고 볼수도 있습니다.

-<삼국지 강의> 223~224페이지, 이중텐, 김영사

 

동한 말기에는 황제는 있었지만 제후들을 통제할 수 없는 허수아비였다. 국가는 통제력을 잃었고, 이 사람 저 사람이 서로 황제의 자리를 탐냈다. 2세기 말의 중국은 난세(亂世)였다. 패권을 잡기 위해 너나 할 것없이 군대를 일으켰던 시기에는 식량을 조달할 땅과 전쟁을 할 군대가 중요했다. 소중한 자원을 얻기 위해 각자 최선을 다했지만, 누구는 실패했고 누구는 성공했다. 승패를 가른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소설 삼국지(원래 이름은 삼국지연의)에서 조조는 간웅으로서 유비와 대척을 이루는 악당이다. 그런데 악인인 조조는 각 분야의 인재들로부터 겹겹이 둘러싸여 보좌를 받았다. 결국 조조는 황실을 떠 받드는 대의명분을 얻었고 긴 싸움 끝에 삼국을 통일했다. 조조는 이 일을 결코 홀로 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수많은 인재들이 있었고, 인재들은 각 분야에서 조조에게 충성을 다했다. 왜 악인인 조조에게 이토록 많은 뛰어난 인재들이 포진하게 되었을까?

 

조조는 간교하다는 평을 받는다. 왜 그럴까? 조조의 할아버지는 환관이었고, 조조의 아버지는 별 볼일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조조의 할아버지의 양자가 되었다. 그랬다. 조조는 명문가 출신이 아니다. 4대에 걸쳐 삼공을 배출한 명문가의 자제인 원소는 외모도 훤칠했고 매너도 좋아서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 유비는 짚신 장수를 할 정도로 가난했었지만 황제로부터 황숙이라 불렸다. 손권은 오나라의 유서깊은 명문가 출신이다. 반면에 조조는 가문도 별로고 외모도 별로였다. 희한하게도 사람들은 부자, 가문, 외모를 우선시한다. 예를 들면 키가 큰 사람은 유능하다는 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부자이면 열정적이고 착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런 식의 편견에 의해 조조는 간웅이자 악당이 되었다.

 

후세 사람들이 조조를 간웅이나 악당으로 평하지만 실제로 조조는 총명했다. 그는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꿰뚫고 있었다. 명문가 자제들과 어울리면서 조조가 깨달은 것은 명사들은 이름만 높을 뿐 그들의 실제 모습은 나약하고 우둔하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조조는 인재를 등용할 때 그 사람의 됨됨이와 재능만을 보았을 뿐 지위나 가문은 따지지 않았다. 이러하니 조조 주변에는 진짜 인재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었다. 인재를 아끼는 조조의 마음은 진짜 인재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어떤 이는 밑바닥에서 조조에게 등용되었고, 어떤 이는 투항했고, 어떤 이는 패잔병 중에서 뽑혔다. 조조에게는 사람 됨됨이까지 갖추면 더 좋겠지만, 사람 됨됨이가 좀 떨어지더라도 재능이 있다면 기꺼이 품었다. 설령 자신을 배신하더라도 용서하고 다시 품었다. 그렇다고 해서 대의를 저버리는 악당까지 품지는 않았다. 조조는 인재들의 장단점을 끊임없이 관찰하여 적재적소에 그들을 배치했다. 후세 사람들은 조조의 용인술이 이러했니 저러했니 평가하지만, 그것은 조조의 인재론의 핵심을 간과한 평가이다. 사람의 마음은 사람의 마음으로써 움직여지는 것이지 기교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조조는 일찍부터 등용되지 못한 인재들의 마음을 통감하고 있었다. 실제로 자기 자신이 그런 처지에 처해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았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의 다양한 욕구를 꿰뚫어 보고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이것이 조조의 성공요인이다.

 

그러면 유비는 어떠했는가? 유비 또한 인재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유비는 조조에 비해 대범하지 못했다. 소설 삼국지에 묘사되는 유비는 우유부단하게 느껴질 정도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인다. 그것을 나관중은 인의(仁義)때문이라고 말한다. 물론 나관중의 시각도 맞다. 그러나 리더는 때로는 대의(大義)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야할 때도 있다. 유비는 결단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대의 명분을 갖추고서도 조조보다 한 발자국씩 늦을 수밖에 없었다.

 

손권은 어떠한가? 손권은 공격보다 수비에 능한 사람이다. 손권 또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의 곁에도 수많은 인재가 있었다. 하지만 손권은 조조처럼 황제를 모시고 있지도 않았고, 유비처럼 황숙도 아니었다. 손권에게 없는 결정적인 한 가지는 대의명분이었다. 따라서 오나라를 세운 그 순간부터 손권은 역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원소는 어떠했는가? 그는 오만했다. 만약 평화로운 시기에 태어났다면 원소는 분명히 할아버지나 아버지처럼 만인지상 일인지하(萬人之上 一人之下)의 높은 관직에 올라서 떵떵거리며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원소에게 없는 것은 마음이었다. 그는 허세만 가득한 사람이었다. 물론 원소도 충분히 매력적이 사람이었다. 단지 일의 선후관계를 몰랐고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판별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것이 바로 원소의 실패 요인이었다. 인재를 모으기만 했지, 인재의 장단점도 몰랐고, 인재의 말도 듣지 않았다. 오직 자기 마음에 좋은 것만 따랐다. 결국 원소는 조조에게 크게 패한 후 병들어 죽고 말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사업에서도 인재는 중요하다. 인재는 부품 취급하고 재고 취급해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하물며 재고 떨이 하듯이 인재들을 퇴출시킨다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가까운 미래에 사업 위기를 맞게 된다. 그 회사의 그 특정 기술 관련 사업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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