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일][04월17일][365매일글쓰기] 힘
빼기
처음으로 수영을 배울 때가 생각난다. 강사가 강조했던 말, 말, 말은 “몸에 힘
빼세요.” 힘만 빼도 물에 뜬다고 했다. 그게 말처럼 쉽게
되면 참 좋을텐데 나는 물에 가라앉아 숨을 못쉴까봐 두려워서 잔뜩 긴장했다. 수영보드를 꽉 움켜쥐고서
몸에 힘을 빡 주고 있었으니,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나서야 힘을 뺄 수 있었다. 힘을 빼니 자유형이던 평형이든 배형이든 물에 둥둥 뜰
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오늘 학과 공부를 하다가, 문득 힘 빼기가 떠올랐다. 잔뜩 힘을 주고 컴퓨터 화면 속으로 들어갈 기세로 공부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나서였다. 뭘 이리 힘주고 하고 있는지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만 하고, 열심히 일해서 높은 인사고과를 받아야만 했던 지난 시절의 흔적이었다. 한탄이 저절로 나왔다. 몸을 의자 등받이에 붙이고, 강의를 들어봤다. 여전히 잘 들렸다. 그리고 여전히 잘 이해되었다.
국내의 코로나19(COVID-19) 상황이 시작된 이래, 그러니까 1월 24일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언론과 SNS를 탐독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정확한 정보를 구하는 것뿐이었지만, 이것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만 같았다. 그러다 선거가 다가왔다. 평소에 안보이던 정치인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막말에 가까운 소리를 하기도 했고, 별로 좋아하지 않던 정치인은 갈수록 미운 말만 골라했다. 그들 때문에 혈압이 올라 머리가 아팠다. 어깨결림이 오고 배탈이
났다. 며칠을 고생했다. 코로나19와 정치로 인해 힘이 빡 들어가 있다보니, 몸이 아프게 된 것이다.
수영이든 공부이든 이런저런 이유로 힘을 잔뜩 주고 하면 힘만 낭비할 뿐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일상 생활도 마찬가지이다. 꼭 해야만 하거나 반드시 잘해내야 한다는
강박적인 생각을 떨쳐버려야겠다.
글자수 : 715자(공백제외)
원고지 : 4.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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