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8일][03월28일][365매일글쓰기] 아이돌
실시간 방송에 끼어든 아줌마
BTS Vlive 실시간 방송 알람이 떴다. 며칠째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나는 위로를 얻고자 Vlive에
접속했다.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하는 지민이었다. 온화한
지민의 표정을 보자마자 말을 걸고 싶어졌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다. 50대 아줌마가 20대 아이돌에게 어찌 말을 걸겠는가? 예전에 딱 한 번 슈가의 Vlive에 멘트를 날린 적이 있었다. 멘트를 날리자마자 슈가가 말했다. “누구냐, 넌?” 아차 싶었다. 실시간
방송에 익숙치 않았던 나는 겨우 가입만 했을 뿐 프로필 설정을 하지도 못한 상태였다. 멘트를 날리고
나서야 나의 별명(alias, nickname)이 noname이라는
것을 알았다. 슈가 입장에서는 익명의 사용자가 말을 걸었으니, 놀랐을
것이다. 나는 곧바로 잘못을 알아채고 부랴부랴 프로필 설정을 하러 들어갔었다. Vlive는 네이버 연계 상품이라서 네이버 계정과 연동만 하면 네이버 프로파일과 연계된다. 그리하여 Vlive의 나의 별명 ‘00맘’이 되었다.
지민에게 말을 걸었다. 채팅창에 ‘00맘’이 떴다. 멘붕이 왔다. 이걸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도 몰라서 더 그랬다. ‘00맘’이 떴어도
나는 계속 지민의 대화에 호응했다. 상상해 보시라, 애기들이
그득한 채팅방에 ‘00맘’이 뜬다면 애기들이 불쾌하게 여길
것이다. 그들의 공간에 왠 아줌마 인배이젼(Invasion, 침략)이란 말인가! 애기들에게는 미안했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극도의 스트레스로 뇌가 마비되어 있었다. 게다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BTS의 새 앨범인 <Map Of The Soul:7>을
들으면서 목청껏 노래도 부른 직후였다. 몇몇 곡에서는 감정이입되어 눈물까지 흘린 상태였다. 설거지를 하는 도중에 잠깐씩 멈춰 핸드폰의 작은 키보드로 오타와 싸워가며 “이번
앨범 좋다”라든지 “블랙스완 뮤비 좋았다”라는 멘트를 날렸다. <We are Blulletproof : the
Eternal> 들으면서 뭉클해서 눈물 흘렸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갑자기 곡 제목이 떠오르지 않아서 멘트를 날리지도 못했다. 심지어 지민이 그 노래를 흥얼거렸는데도 말이다. 할말을 다 못해서
아쉬웠다. 그러다 Vlive가 갑자기 뚝 끊겼다. 갑작스럽게 Vlive가 중단되자,
왠지 나 때문에 중단된 것만 같았다. ‘괴상한 아줌마의 침략으로 망쳐버린 Vlive’라는 오명이 남게 될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트위터에서는 “부자는
되지만, 부천은 안된다”는 문구가 떠돌아 다녔다. 지난 며칠간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전혀 모르겠다. 그저 눈이
떠지니 아침이었고, 밤이 되니 잠자리에 들었을 뿐이었다. 공부는
꿈도 꾸지 못했다. 물론 독서도 못했다. 그저 뉴스를 읽고, SNS를 떠돌아다녔다. 그리고 특정 주제들을 탐색했다. 회사에 다닐 때, 경영진들은 직원들에게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달라는 주문을 끊임없이 했었다. 80/20법칙, 토요타웨이, 6-시그마, Triz 등의 모든 개념은 효율을 높이기 위한 도구였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선택과 집중은 기업에서는 보편화된 개념이다. 선택과 집중이 잘못된 개념이라면, 선택과 집중을 한 기업들은 지금쯤이면
도산했거나 비윤리 기업이 되었어야만 한다.
아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였다. 새로운 교장선생님이 부임하셨다. 이분은 학교 운영 방침을 정할 때, 학부모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이전에는 학부모 전체에게 설문을 한 적이 없었다. 단지 학교 운영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가 학교를 방문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면 되었다. 설문조사의 결과는 놀라웠다. 학부모들의 의향이라고 알려진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
사건이 나에게 준 충격은 컸다. 엄마들간의 ‘카더라’표 통신이 그동안 심각한 왜곡을 만들어 왔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카더라’표 통신은 목소리 큰 몇몇의 의견일 뿐이었고, 다수의 의견은 달랐다.
나의 빈약한 인생 경험 속에는 두 번의 선거운동 참여가 있다. 두
번 다 언론은 나에게 공포를 가져다 주었다. 언론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상대방의 현란한 언론플레이에
나는 감탄했었다. 내가 있던 선거사무실에는 찾아오는 손님이 없었다. 하다못해
결과 발표일마저도 그랬다. BTS의 <We are Blulletproof
: the Eternal>를 들을 때마다 그 때가 떠오른다. 그래서 노래를 들을 때마다
눈물을 흘리게 된다. “We were
only seven” 첫 후렴구에서부터 가슴이 미어진다. “또 겨울이 와도 누가 날 막아도
걸어가”에서는 기어코 눈물을 흘리고 만다. “부정적인 시선에
맞서 우린 해냈구 나쁜 기억도 많은 시련도 다 호기롭게 우린 막아냈지”에 다다를 때면 통곡이 따로 없다. 눈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와이셔츠를 다리면서 설거지를 하면서 청소를
하면서 눈물 흘리는 50대 아줌마를 상상해 보시라. 청승도
이런 청승이 없다. 20대 아이돌 그룹의 노래가 50대 아줌마의
인생을 흔드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 BTS (방탄소년단) - We
are Bulletproof : the Eternal (Color Coded Lyrics Eng/Rom/Han/가사) https://youtu.be/tteYqz-AdlQ
글자수 : 2009자(공백제외)
원고지 : 11.7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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