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일][03월12일][365매일글쓰기] 아크릴
수세미 뜨기
아크릴 수세미가 낡아졌다. 아크릴 수세미는 가게에서 한 개에 1,000원이면 살 수 있는 흔한 물건이다. 문득 집에 아크릴 실도
있고 코바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구니를 뒤적거렸더니 5호와
3호가 양끝에 있는 쇠코바늘이 손에 잡혔다. 분홍색 아크릴실을
5호 코바늘로 호빵 수세미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크릴실은
긴 털이 달려있어서 코가 잘 보이지 않았다. 한 층을 다 뜨고 끝부분에 도착했을 때, 유튜브 영상의 샘플과 남은 코 수가 다르면 다 풀었다 다시 떠야 했다. 이렇게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다.
아크릴 수세미는 개수대에서 무척 유용하게 쓰인다. 세제 거품을 묻힌
그릇들을 헹굴 때 아크릴 실의 긴 수술은 무척 유용하다. 사용을 마친 후에 걸어 두면 바짝 마르기 때문에
위생적이기도 하다. 계란 후라이를 한 후, 종이타월로 기름을
닦아내고 아크릴 수세미를 사용해 물로 닦고는 한다. 갈비찜을 한 냄비처럼 여러 번 닦아도 기름기가 미끌거릴
때에도 아크릴 수세미 하나면 보송보송해진다.
가게에서 파는 아크릴 수세미는 여러 가지 모양이 있다. 네모난 것, 둥근 것 그리고 원피스 모양의 것. 나는 이중에 둥근 형태를 선호한다. 손에 거치적거리지 않기 때문이다. 한번은 가게에 원피스 모양밖에
없어서 파란색과 흰색으로 예쁘게 꾸며진 아크릴 수세미를 산 적이 있다. 원피스 형태는 두께가 두툼해서
손에 쥐는 맛이 있었다. 두툼하다 보니 섬세하게 닦기는 힘들다. 다른
모양의 아크릴 수세미를 사러 다른 가게에 갔는데, 거기에도 원피스 모양밖에 없었다. 쫌 당황헀다. 그래서 직접 만들어 보려고 아크릴실을 샀었다. 그러다 우연히 둥글고 예쁜 꽃 모양 아크릴 수세미를 발견했다. 그리고는
아크릴실은 방치되었다.
겨울 방학 전에 아이가 학교에서 직접 만들었다며 연분홍색의 예쁜 호빵 아크릴 수세미를 가져왔다. 색감이 고와서 바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약간 성기게 뜬 수세미는
잡기도 편했다. 이제 그 수세미가 헤어졌다. 호빵 모양이
마음에 들어서 직접 뜨기로 마음을 먹었다. 한참을 수세미와 씨름하다가 아이에게 물어봤다.
“호빵 뜨기가 쉽지 않아. 호빵
수세미 만들 때 너는 얼마나 걸렸어?”
“2시간 정도?”
“엄마는 지금 몇 시간째인데도 절반도 못했어.”
“수세미 뜨는 틀이 있어. 그걸로
하면 코바늘 필요 없어. 손에 익으면 30분이면 다 뜨기도
한대.”
헐~ 틀이 있다고? 코바늘로
뜬게 아니었다고! 아이가 직접 만든 예쁜 연분홍색 호빵 아크릴 수세미를 우러러 보던 나의 고개가 내려왔다. 애야, 그래도 엄마는 코바늘로 떠보련다. 내일은 완성되겠지. 누구는 여러 색을 섞어서 예쁜 꽃 무늬도 만들더라. 하지만 이 엄마는 단색 호빵도 감지덕지이다. 네가 가지고 온 호빵
수세미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엄마는 호빵 수세미를 꼭 만들고 싶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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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 : 7.1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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