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9일][03월09일][365매일글쓰기] 문득
든 생각, 아름다운 피부
매주 토요일 의류수거를 하러 오는 사람들은 까만 피부를 가졌다. 그들은
동양인과는 확연히 다른 체형을 가지고 있으며, 피부는 무척 매끄럽다.
그들의 피부를 멍하니 바라보다, 예전에 플로리다 마이애미로 출장을 갔을 때를 떠올렸다. 항상 홀로 다니던 출장을 그날따라 하늘같이 높으신 남사원들이랑 같이 가게 되었다. 과장 한 명과 대리 한 명의 남성 우월주의는 하늘을 찔렀다. 무척
불편한 출장이었다. 자정에 떨어진 마이애미에서 차를 렌트하고나서 배고프다며 맥도날드에 들어갔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햄버거를 주문하고 앉아 있는데 입구에서 까만 피부를 가진 여성 거의 헐벗은 여성 3명이 들어왔다. 당시 유행하던 통굽 샌들을 신은 그녀들의 피부는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나는 홀린 듯이 그녀들을 쳐다봤다. “어쩜
피부가 저리 고울까!” 나의 마음과 달리 그녀들은 나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했다. 대뜸 욕을 해댔다. 아차, 너무
오래 쳐다봤구나.
런던은 무척 특이한 곳이었다. 물가가 너무 비싸서 우리나라로 치면
평택쯤에 있는 곳에 민박을 했다. 급행열차를 타고 런던까지 왔다갔다 했다. 기차역에서 내리면 튜브를 타고 회의장까지 가야 했다. 런던은 활기찼다.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가득한 비좁은 튜브에서 어떤 영국 남자는 자리까지 양보해 주었다. 건물을 드나들 때마다 영국 남자들은 문을 잡아주었다. 내가 마치
특별한 사람이 된 듯했다. 회의장 옆에 스타벅스가 있었다. 호기심에
차서 긴 줄 뒤에 서서 귀를 기울였다. 다들 주문이 길었다. 내
차례가 되자, 나는 핫 초(강세)콜맅을 주문했다. 다들 커피를 주문하는데 뭐라뭐라 한참을 말했기 때문에
미처 그들의 말을 분석하지 못해서였다. 그곳 바리스타 중 한 명의 피부가 까맸다. 역시나 피부가 매끈매끈하니 윤이 났다. 나는 핫 초(강세)콜맅을 기다리며 아름다운 피부를 흘끗 바라봤다. 내 피부도 저랬으면 좋겠다고 부러워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샌디에고에서는 까만 피부를 볼 수 없었다. 그곳은
백인들의 도시였다. 그 사이에 아시아 유학생들이 섞여 있었다. 당시
나는 회사일로 한 달 간 샌디에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었다. 멋진 해안도시였다. 날씨도 따뜻하고 조금만 나가면 푸른 바다가 있었다. 사람들은 마치
명화의 한 장면처럼 해안에서 햇볕을 쬐기도 하고 달리기도 했다. 그들 다수가 하얀 피부였고, 간혹 히스패닉이 섞여 있었다. 그곳 관광지에 가면 멕시코풍의 가게들이
많았다. 함께 간 회사 사람들이 기차를 타면 멕시코 티후아나에 갈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기차를 탔다. 주말이라 기차 안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들 티후아나에 가는 것이다. 너무 오래
전이라 자세한 것은 기억나지 않지만 티후아나는 작은 마을이었고, 거기에는 수많은 가계들이 있었다. 이국적인 거리에서 카페도 가고 식당에도 갔다. 티후아나의 사람들은
친절했고 열정적이었다. 물론 그곳에서도 까만 피부는 볼 수 없었다.
지난 해에 일본에 가보고 싶어하는 아이와 함께 도쿄(동경)에 갔다. 오래 전에 잠깐 가봤던 도쿄와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새로 지은 맨션들이 많이 보였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스템이라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아이랑 둘이서 지하철을 타고 1시간 30분을 이동해서 도쿄 중심지 중 하나인 신주쿠에 갔다. 거리는 일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골목에 위치한 식당에 들어가 저녁을 먹고 거리를 걸었다. 이곳이 일본인가 한국인가 헷갈릴 정도로 비슷한 풍경이었다. 도쿄
여행 마지막 날 가이드는 우리나라의 명동 같은 길거리로 안내했다. 좁은 구역에 수많은 가게들이 밀집해
있었다. 의외로 검은 피부를 가진 키가 훌쩍 큰 사람들이 곳곳에 둘셋씩 서있었다. 고개를 갸웃했다. 사람 많았던 신주쿠에서도 보이지 않던 그들이 관광객들이
빽빽이 들어찬 거리에 서있었다. 기이한 광경이었다.
매주 토요일 오전이 되면 매혹적인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의류를 수거하러 온다.
한 겨울 추위에 비니를 눌러쓰고 두꺼운 외투를 입은 그들의 모습이 낯설다.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 걸까 궁금하지만, 그들을 존중하기 위해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만 한다. 이곳에서 불편없이 잘 지내기를 희망해 본다.
글자수 : 1582자(공백제외)
원고지 : 10.2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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