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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일][02월20일][365매일글쓰기] 독서의 부재가 불러온 패착


[051][0220][365매일글쓰기] 독서의 부재가 불러온 패착

그들이 학교에 와서 취업설명회를 했다. 너무나 젊어서 세상 물정을 하나도 몰랐던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취업은 나와 먼 이야기 같았다. 설명회를 다녀온 친구들이 하나 둘 회사를 선택했다. 나는 선택할 수 없었다. 세상에 나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은 세상으로 나가야만 했다.

직장이 있어야 먹고 살 수 있다. 그래서 어느 회사로 취직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팜플렛을 두고 고민했다. 나는 너무 무지해서, 어떤 기준으로 선택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겨우 마련한 기준은 팜플렛 앞면에 표기된 사훈(社訓)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사훈과 조직 문화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리석게도 사훈이 곧 회사 문화라고 믿었다.

이 모든 패착(敗着)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독서를 그만두었기 때문이었다. 교과서에서 한정된 지식만을 습득했으니, 인생에 대한 밀도 있는 고민 따위는 없었다. 시험 위주의 교육의 패착이었다. 그리고 나서 막 입학한 대학에서는 영어 때문에 패닉(panic) 상태에 빠졌다. 당장 수십 수백 페이지의 책을 읽어야 하는데 망할 교재는 원서였다. 30분동안 겨우 1페이지 읽는 영어 실력으로는 공부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독서는 꿈도 꾸지 못했다. 영어가 불러온 패착이었다.

인생 주기에 적합한 독서는 삶을 올바른 길로 인도한다. 특히 자아가 형성되는 청소년기에는 인문서적을 읽어야만 한다. 살면서 맞부딪치게 되는 문제들을 곰곰이 생각할 기회가 부여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나의 청소년기도 그랬지만 지금의 청소년들도 오직 시험을 위해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고민할 틈도 없이 시험 공부만 하면, 인생의 갈림길에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느냐는 어느 대학을 가느냐보다 더 중요하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직업을 잘못 선택하게 되면 인생 자체가 불행의 나락을 빠지고 만다. 그런데도 다수는 대학 입시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먹고 살기 위해서 일만 했던 시절은 정말 어리석었다.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둘러봤어야만 했다. 사고를 불러일으키는 책을 읽으면서 현상을 통찰하는 안목을 키워야만 했다. 직업에서의 생존을 위한 독서만 해서는 안된다. 당장의 일과 상관없어 보이더라도 인문서적은 반드시 읽어야만 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서 현재 상태를 관조하고 통찰하려면 역사, 철학, 사회학, 심리학 등의 인문서적의 도움이 있어야만 한다. 21세기의 인간이 직면하는 문제는 과거에도 존재했다. 그 말은 이미 그 문제를 고민해본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누군가의 해법을 참고함으로써 독단의 덫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다. 자신의 문제에 너무 골몰하게 되면 외골수로 빠지게 되기 때문에 타인의 고민을 살펴봄으로써 자신의 문제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나는 거의 나이 50이 되어서야 인문학에 빠져들게 되었다. 직장을 다니던 때보다 지난 몇 년이 내 인생의 정점이었다고 생각한다. 동양 고전을 읽고, 역사를 공부하고, 심리학을 들여다본 지난 몇 년은 내 인생의 보물이 되었다. 물론 앞으로도 책은 계속 읽을 것이다. 나의 작은 소망은 나의 시력이 오랫동안 건강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그래야 오랫동안 책을 읽을 수 있을 테니까.

책을 읽지 않으면, 마음이 거칠어진다. 독단에 빠진다. 나이 들어 꼰대가 되기 쉽다.

글자수 : 1255(공백제외)
원고지 : 8.4

#연금술사 #365매일글쓰기 #숭례문학당 #독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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