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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일][02월02일][365매일글쓰기] 중산층인 조지 오웰은 노동계급과 가까워질 수 있었을까


[033][0202][365매일글쓰기] 중산층인 조지 오웰은 노동계급과 가까워질 수 있었을까

정말 중요한 것은 중산층의 이상과 편견이란 게, 꼭 나은 건 아니어도 확실히 다르기는 한 딴 계급 사람들과 접촉함으로써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가족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점을 생각해보자. 노동 계급 가족은 중산층 가족과 마찬가지로 결속하되 그 관계는 훨씬 덜 억압적이다. 노동자는 가문의 위신이라는 끔찍한 짐을 맷돌처럼 목에 걸고 다니지 않는다. 앞에서 나는 중산층은 빈곤에 처하면 완전히 망가진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는데, 그것은 대체로 가족들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성공하지 못한다고 밤낮으로 들볶는 친척들이 너무 많아서이다. - <위건부두로 가는 길> 155페이지, 조지 오웰, 한겨례출판

나는 맏이이다. 어렸을 적부터 친척들은 나를 볼 때마다 네가 아들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말을 했다. 아버지 쪽이 대대로 아들이 귀했기 때문에 나온 말이었다. 당시에 나는 내가 남자가 아닌 것이 매우 미안해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생각해보니, 내가 만약 아들로 태어났다면 아마도 가족은 물론 친척들까지도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볼 뿐만 아니라 나의 인생에 심한 간섭을 했을 것은 분명했다. 순간 내가 여자인 것이 감사했다. 반면에 한참 뒤에 태어난 남동생의 어깨는 항상 무거웠다. 부모님은 물론 친척들로부터 이런저런 기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온 집안-양가친척포함-의 관심은 남동생이 성공해서 성공의 열매를 함께 나누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왔다.

우리나라는 영국과는 문화가 다르다. 아들이 집안을 일으키기를 바라는 갈망은 빈부고하(貧富高下)를 가리지 않는다. 왜 그럴까? 공자는 신분을 가리지 않고 제자를 길렀다. 당시에는 파격적인 행보였다. BC500년경에는 학문은 오직 귀족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자가 깨뜨린 황금률은 1500년이 지난 후, 중국 송나라에서 이루어졌다. 본격적으로 시험을 통해 관료를 등용하기 시작한 것이 송나라부터였다. 누구나 공부를 하면 관료가 되어 떵떵거리며 살 수 있게 되자, 공부를 하는 사대부들에게 권력이 집중되었다. 신분과 부가 세습되는 귀족과 달리 사대부들에게는 신분과 부가 세습되지 않았다. 능력이 있는 자만이 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고 관료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버지가 고위 관료라 할지라도 아들이 공부를 못하여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아들대부터는 수입원이 없어 가세가 급격히 기울 수밖에 없었다. 사대부의 시대는 무려 1,000년 동안 지속되었다. 이런 이유로 중국문화권의 국가들은 양반이든 평민(노동계급)이든 공부를 통해 신분 상승을 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다.

비록 평민(노동계급)이 신분 상승 욕구가 있다할지라도 자식들을 공부시킬 수 있는 생활 환경이 되지 않았다.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서당과 서원을 보내야 하는데 학비를 낼 여력이 없었다. 농사철이 되면 어린 자식까지 동원해서 농사일을 해야 할 정도로 바빴다. 당장 먹고 살 식량도 확보해야 했고 세금으로 낼 면포와 곡식도 마련해야 했다. 어느 정도 자란 아들은 농한기가 되면 부역을 나가야 했다. 이런저런 노동으로 한가하게 공부를 할 틈이 없으니, 신분 상승은 한낱 꿈에 불과했다.

그런 이유로 학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경제적 여건이 되는 집안의 사람이었고, 똑똑한 기미만 보여도 온 집안(가문)이 지원을 해주었다. 가문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가 쏟아지는 것이다. 학비를 마련해주고, 군역과 부역을 대신해준다. 이런 식으로 1천년 동안 사대부와 평민의 구분은 세월이 흐를수록 뚜렸해졌다. 두 계급 간의 왕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계급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는 것으로 굳어져 갔다. 사대부 중 한 명이 조지 오웰처럼 평민들 사이에 섞여 함께 일하면 그는 사회로부터 매장당했다. 체통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오랜 기간 동안 나뉘어져 있던 계급 탓에 각 계급에 속한 사람들의 정서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아기는 태어난 순간부터 계급 문화의 영향을 받게 되고, 성인이 되면 계급 의식은 바위보다 더 단단하게 굳어졌다. 사대부(조선의 양반)는 시궁창에 뒹굴어도 사대부이고, 평민은 비단 옷을 입을 정도로 부자여도 평민일 뿐이었다.

그 이유는 루쉰의 단편소설 <고향>에 등장하는 와 룬투의 관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어렸을 적 도련님이었던 는 제기를 지키러 온 룬투를 만나 집밖 세상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에게 룬투는 흡사 신화 속 영웅과 같았다. 20년 후 몰락한 고향집에서 룬투를 다시 만나자, ‘는 너무 반가워 룬투의 손을 잡으러 달려간다. 하지만 룬투는 마당에 선 채로 에게 존댓말로 인사를 하며 상하관계로 대한다. 달처럼 빛나던 어린 시절의 룬투는 고생에 찌든 주름진 얼굴을 한 농부가 되어있었다. 게다가 룬투는 고향집에서 곧 버려질 물건들이라도 얻어가고 싶어했다. 가문이 몰락한 와 가난에 찌드는 룬투의 경제적 처지는 비슷해졌지만, 계급인식은 더 굳어진 것이다. ‘는 룬투에게 마음으로 다가가려 했지만, 룬투는 현실적인 선을 그어버렸다. 룬투에게는 옛 도련님인 와의 교류보다는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더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절박한 심정이었다. 그러나 주인공 는 룬투만큼 절박하지 않았다. 이때문에 둘은 가까워질 수 없었다.

그러므로 조지 오웰의 질문인 “(중산층이) 노동 계급과 가까워진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154페이지에 대한 나의 답은 아니다이다. 왜냐하면 조지 오웰이 이 질문을 던진 20세초반은 제국주의가 건재했을 뿐만아니라 인종차별 또한 노골적으로 이루어지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계급 구분이 확실한 시대에는 계급차별이 만연할 수밖에 없고, 계급간 교류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20세기초반에는 중산층이 노동계급과 가까워지더라도, 그것은 평등 없는 친밀함’-13일차인 1 13일 글 참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글자수 : 2194(공백제외)
원고지 :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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