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6일][01월26일][365매일글쓰기] 명절
당일, 식당에서 가족식사하다
이번 설은 음식 장만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집에서 먹고 싶은 음식만 했다. 설날 당일 점심은 식당에서 온 가족이 함께 고기를 구워 먹는 것으로 대체했다.
매 명절마다 시댁에서 모여 점심을 먹었었다. 한 끼 식사를 위해 시어머님은 며칠 전부터
이것저것 준비하시고는 해서 몸살이 나고는 했기 때문에 식당에서 식사하기로 바꾼 것이다. 이번 설이 첫
번째 식당 도전이었다.
식당에서 서빙을 받으며 식사하니, 몸이 무척 편했다. 맛있는 반찬의 그릇이 비워지면 즉시 리필해주니 오래간만에 며느리인 나도 맘 편히 원없이 먹었다. 고기가 구워지자마자 마음껏 젓가락질을 했다. 마지막으로는 우리 가족
세 명은 된장찌개에 밥 한 공기를 나누어 먹기까지 했다. 실로 오랜간만에 명절에 느껴보는 포만감이었다. 식사를 다하고는 그냥 훌훌 털고 일어나기만 해서 더 좋았다. 치울
필요도 없고 설거지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1층 대기실에 가서 자판기 커피를 뽑아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커피를 마시고는 헤어졌다. 꿈 같은 명절이었다.
하지만 어찌 좋은 일만 있었겠는가? 처음 시도하는 일이다 보니 시부모님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하지 않으셨을 것이다. 집에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데 굳이 돈을 쓰냐는 생각일 것이다.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비용과 음식을 만드는 노동력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식당에서 쓴 비용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음식 준비하느라 몸이 아프면 며칠 동안 고생해야 한다. 그런데 시부모님이 마지막 커피 타임에서 식당에서 가족 식사하는 것을 받아들이셨다. 어떻게? 우리가 식당에 도착했을 때는 주차장에 차가 없었다. 이른 시간에 도착한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주차장에 가니 차들이
주차장을 꽉 채우고도 일렬주차까지 되어 있었다. 빠져나가는 차와 들어오는 차가 정신없이 뒤섞였다. 대기실에 손님이 일행을 기다리고 있기도 했고, 엘리베이터 앞은 식당으로
들어가려는 손님들이 줄을 섰다. 시부모님은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으셨다. 명절 당일에 식당을 여는 것이 무척 생소하다고 하셨다. 그런데다가
손님이 끊임없이 들어오는 것을 보니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껴진다고 하셨다. “우리만 세상 돌아가는
걸 모르고 살았나보다!”
남편은 설날 새벽에 큰집으로 차례를 지내러 갔다. 큰집에 작은집인 시댁의 변화를
알렸단다. 명절 음식을 하지 않고, 먹고 싶은 음식만 해서
나누어 먹고, 가족식사는 식당에서 한다고 설명했다. 작은집에는
이미 변화가 일어났으니 큰집의 명절문화는 큰형님 손에 달린 것이다. 큰집은 남편의 사촌형인 큰아주버님이
가장이라서, 큰형님이 제사와 차례를 준비하신다. 큰형님은
젊은 시절부터 고생을 많이 해서 어깨와 무릎이 아프다. 그런 상태로 제사와 차례를 준비하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큰집에도 변화가 찾아오기를 바래 본다.
글자수 : 1095자(공백제외)
원고지 : 7.0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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