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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5일][01월15일][365매일글쓰기] 염색

[015][0115][365매일글쓰기] 염색

흰 머리카락은 인생의 훈장이다. 그런데 살아온 세월을 증명하는 흰 머리카락을 가리고 다녀야만 한다. 염색으로 까맣게 혹은 짙은 갈색으로 감추지 않으면, 인생의 훈장이 오히려 게으름의 상징으로 바뀌고 만다.

거울을 볼 때마다 새로 난 머리카락들 사이로 백발이 성성하다. 앞머리를 내리면 감추어지기는 하지만, 염색을 할 시기가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 흰 머리카락이 더 많이 늘 것이다. 반백이 되기만 하면, 탈색해야만 할 수 있는 색깔로 염색을 해보고 싶다.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색은 녹색이다.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 Suicide Squad>에 등장하는 조커처럼 선명한 녹색을 원한다. , 그렇다고 조커와 같은 무시무시한 악당이 되려는 것은 아니다. 조커 역으로 분한 자레드 레토의 변신에 매혹되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하고 싶은 색은 연분홍이다. 봄날의 꽃처럼 사랑스런 연분홍색은 정말 갖고 싶은 색깔이다. 연분홍이 빠질 즈음에는 연보라색으로 변신하고 싶다. 작년 그래미 어워즈 2019에 지민은 연꽃잎처럼 매혹적인 연보라색 머리를 하고 등장했는데, 너무 예뻤다.

물론 나의 경우에는 검은색과 섞이기 때문에, 선명한 색깔을 얻지 못할 것이다. 완벽한 색깔은 백발이 된 후에야 가능할 것이다. 완전한 백발이 되면, 애쉬그레이 Ash Gray 색을 고집하고 싶다. 냉철하고 강한 이미지를 가지게 되면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 무척 궁금하다.

오늘, 염색에 대한 나의 욕망을 아이에게 투사했다. 아이와 함께 미용실을 방문해서 아이의 머리카락을 Ash Blue로 염색했다. 두 차례의 탈색을 통해 획득한 색깔은 무척 만족스러웠다. 약한 내 머리카락에 할 수 없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Ash Blue가 내 눈앞에 있어서 무척 행복하다. 아이도 색깔이 마음에 드는지 흐믓해한다. 개학하기 전에 검은색으로 염색해야만 하기 때문에, 그전까지만 예쁜 색을 즐길 수 있다. <-- 여기까지만 썼었다. 그러다 남편의 반응 때문에 더 쓰게 되었다.

남편은 아이의 염색한 머리를 보고는 기함을 했다. 남편의 생각은 염색과 옷 등의 외양Outfit이 이미지를 좌우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지에 따라 다가오는 사람의 부류가 바뀌므로 눈에 뜨이는 머리색으로 인해 곤란을 겪을까봐 걱정한다. 남편의 말은 100% 맞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신의 외양도 그렇게 맞추어야만 가능하다.

나의 생각은 좀 다르다. 아이가 사회에 진출하고 나면 사회의 틀에 얽매이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정해진 기준에 따라 외양을 맞추고 출퇴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기준에 들어가기 전에는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 이 미묘한 경험의 차이가 성과의 차이를 낳는다. 틀에 박힌 삶을 살면 틀에 박힌 결과만 나올 뿐이다. 틀을 벗어난 삶에서 틀을 벗어난 창의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내가 경험한 사회는 틀에 박힌 결과를 원하지 않았다. 남다른 창의적인 결과물은 원했다. 나는 사회의 이중 잣대로 인해 심한 자괴감을 느꼈었다. 이 사회는 모범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을 원하면서도 차별적인 결과물을 원한다. 하지만 모범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에게서는 누구나 아는 결과물밖에 나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결과물은 이미 한 경험을 딛고 나오기 때문이다. 경험하지 않은 것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조지 오웰의 작품이 사람들의 마음 속에 깊이 각인될 수 있었던 이유는 조지 오웰이 직접 경험한 삶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누구도 하려 하지 않은 삶을 직접 해봤기 때문에, 누구도 할 수 없는 생각을 할 수 있었고, 누구도 쓸 수 없었던 글을 쓸 수 있었다. 사람들은 조지 오웰의 글 속에서 남다른 점을 발견하고 매력을 느낀다. 만약 조지 오웰이 버마의 제국 경찰로 은퇴했더라면, <동물농장>이나 <1984>와 같은 글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남다른 결과를 얻으려면, 남다른 경험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글자수 : 1432(공백제외)
원고지 : 9.7

#연금술사 #365매일글쓰기 #숭례문학당 #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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