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8일][01일08일][365매일글쓰기] 오래
간만의 외출
아이가 방학을 했다. 친구들과 점심을 해먹겠다고 한다. 그래서 집에서 쫓겨났다. 이번에도 아이는 찹 스테이크와 감바스를
요리할 것이다. 어떻게 아냐고? 어제밤에 재료들을 사서 냉장고에
넣어둔 사람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친구 중에 한 명이 불닭볶음면을 사올 것이다. 점심을 먹고 수다를 떨고 게임을 한 후에 아이 친구들은 각자의 집으로 갈 것이고, 그제서야 나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오전에 와서인지 스타벅스에 앉을 자리가 있었다. 달달한 커피 한 잔을
시켜서 구석진 자리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달달하리라 예상했던 커피는 전혀 달지 않았다. 휘핑크림까지 올렸는데도 쌉싸름했다. 주문할 때 바리스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말 이 사이즈 맞냐고 물어봤다. 스몰 사이즈를 주문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테니 이해가 갔다. ‘양이 많으면 배가 부르게 되는데 곧 있으면 점심시간이라서 ......’ 대답은
마음 속으로 했다.
1시간 정도 앉아 있으니 점심 식사를 한 사람들이 몰려들어온다. 책을 가방에 넣고 스타벅스를 빠져나왔다. 물론 스타벅스에서 나에게
뭐라고 할 사람은 없었다. 2시간을 앉아 있어도 무어라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홀로 앉아있는 것보다 둘셋으로 팀을 이룬 사람들이 앉아서 대화를 하는 것이 훨씬 보기 좋을 것 같아서 그냥
일어났다.
식당가에 가서 혼밥을 했다. 오늘의 메뉴 선택을 꽝이었다. 맛이 없다. 그래도 먹을 수 있는 한 먹고 일어났다. 그래야 배고프지 않을 테니까. 수리를 맡긴 물건을 찾으러 갔다. 지난 주 금요일에 물건이 도착했을 터이었다. 점포에서는 물건을 상자에
넣어주었다. 상자를 옆구리에 끼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오래간만에
운전을 하고 나왔는데, 괜히 차를 가져왔다는 생각이 든다. 내
몸에 차의 무게가 더해진 듯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차안에서 영화표를 예매했다. 커피도 마시고 밥도 먹고 수리맡긴 물건도
찾았는데도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건물에 있는 영화관의 상영시간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른 영화관으로 예매를 했다. 주차장을 나와 예매한 영화관이 있는 건물로 이동했다. 두 건물 모두 나에게는 매우 익숙한 곳이다. 익숙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주차를 하고 곧바로 영화관에 올라갔다. 상영시간까지는
십여분 기다려야 한다. 요즘 영화관에는 앉아서 쉴 곳이 많아서 좋다.
앉아서 책을 꺼내들었다.
상영시간이 되자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무인티켓팅인지라 앱의 예매표를
찍고 들어갔다. 바로 점심을 먹고 왔기 때문에 팝콘과 콜라는 사지 않았다. 이것은 나의 실수였다. 영화는 2시간
넘게 플레이되었고, 영화가 끝났을 때 내 몸은 수분과 당분을 원했다.
몸이 지쳐있었다. 영화는 재미있었다.
요즘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모두 관객을 웃겨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있는 듯했다.
유머코드가 어색하다. 그래도 사람들은 좋아했다. 요즘
사람들은 웃을 기회가 필요한 듯하다. 재난영화에 유머라니...... 이
영화는 <판도라>와 <강철비>를 떠올리게 했다.
그런데 스토리가 허술하다. 논리적이지 않아서 틈이 보였다.
영화를 보다가 갸웃하게 된다. 빈약한 전개를 메운 것은 배우들이었다. 눈이 호강했다. 먼지를 뒤집어써서 꼬질해도 다들 한 외모했다.
몇 달 만에 본 영화라 그런지 눈이 날카로워졌다. 내 눈이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 푹 놓고 즐길 것이지 비평이 웬 말인가!
지난 해 7월부터 집에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글을 썼다. 그러다 보니 외출이 점점 줄어들고 말았다. 오래간만에 외출했는데도
따분하기만 하다. 얼른 집에 가서 책을 읽고 유튜브로 이런저런 뉴스를 보고 글을 쓰고 싶었다. 집밖에서는 책을 읽으려니 마땅한 장소가 없었고, 유튜브로 뉴스를
보자니 주변이 너무 시끄러웠다 마뜩치 않았다. 집밖은 온통 소비를 원하는 곳 밖에 없다. 자꾸만 바쁘게 움직이게 만든다. 군중. 글을 쓸 공간도 의 틈 사이에서 떠밀려 다니게 된다. 정말 피곤한
외출이었다.
글자수 : 1491자(공백제외)
원고지 : 9.81장
#연금술사 #365매일글쓰기
#숭례문학당 #외출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