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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일][12월10일] 끝은 없다


[101][1210][백일글쓰기2] 끝은 없다

오늘도 당연히 글을 쓴다. 100일이 지났다고 해서 글쓰기가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자연스럽게 오늘은 무엇에 대해 쓸까를 생각한다. 이 주제는 아직 준비가 덜 되었고, 저 주제는 너무 정치적이고, 요 주제는 따분하니까 저번 주제를 더 이어가 볼까라든지 어제 경험한 일을 쓸까라든지 여러 생각이 오간다. 이런 식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면 쓰고 싶은 주제들이 하나둘씩 쌓여간다. 그 중에 가장 마음에 끌리는 주제를 뽑아서 쓰고는 한다.

요즘 나의 관심은 어떻게 써야 잘 읽히면서 재미있는 글이 되는지이다. 지난 11월 아이의 글쓰기 선생님을 우연히 길 위에서 마주쳤다. 그 동안 매일 공부하느라 정신없어서 서로 대화를 하지 못했었다. 그래서인지 선생님과 길 위에서 꽤 긴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대화 중에 가장 기억 남는 부분은 바로 이것이다. “가을을 주제로 글을 쓰되, 너무 뻔한 단어는 쓰지 말라고 했어요. 낙엽, 파란 하늘처럼 상투적인 어휘는 모두 빼고 가을을 표현해보라고 했지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주먹으로 탕하고 맞은 듯한 강한 충격을 받았다. 내 글의 문제점을 깨달은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 독자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있는 그대로 줄줄이 나열하면 독자는 금방 지루해져서 흥미를 잃어버릴 것이다. 나의 글이 그러했다. 독자과의 적당한 밀당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들의 독서회에서 <허삼관매혈기>를 읽고 토론했을 때가 떠올랐다. 우리는 갑론 을박했었다. 작가 위화의 작법은 사건의 진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그래서 독자들은 글을 읽고 추론을 한다. 엄마들의 추론이 다 달랐다. 그래서 신이 났다. “내 생각에는 말이야.”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나?” 그 와중에 누군가는 그렇구나.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했다. 긴 시간동안 즐겁게 재잘거렸다. 어떤 부분에서는 의견을 모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의견이 나뉘었다.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 허삼관의 첫째 아들은 허삼관의 아이인가? 아니면 다른 남자의 아이인가? 지금도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 답을 해보고는 한다.

예전에 함께 공부하던 사람이 나에게 이런 충고를 해주었다. 글의 앞에 주제를 쓰고나서 풀어나가면 좋은 글이다. , 두괄식으로 쓰는 것이 좋다는 취지였다. 그의 말을 듣는 나의 표정은 아마 충격 + 경악이었을 것이다. 결론을 먼저 말하고 그 이유를 말하는 방식은 신속한 의사전달을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보고에서조차 본론부터 들이밀면 대부분 실패하고 만다. 의사결정권자가 결론만 듣고 바로 Yes/No를 판단하고는 이유는 듣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의사결정권자의 상황을 봐가며 눈치껏 의사전달을 해야 한다. 흥미를 끌려면 절대로 결론부터 말해서는 안된다. 조사결과나 통계수치를 먼저 던져서 흥미를 유도한 후에 결론을 말하는 방식이 더 설득력이 있다. 마치 미끼를 던져서 물고기가 물게 하는 것과 동일한 프레임이다. 실제 낚시에서는 이보다 더 복잡하다. 아무리 훌륭한 미끼가 있어도 때와 방식이 적합하지 않으면 물고기는 미끼를 물지 않는다. 물고기의 밥 시간에 맞춰 그 물고기가 선호하는 미끼를 던지고 적당히 끌어당겼다놨다를 반복해야만 한다. 밥 때를 정확히 맞추면 미끼를 넣는 족족 물지만, 밥 때를 맞추지 못하면 아무리 유혹해도 미끼를 물지 않는다. 그래서 공자는 때()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 ()를 가장 잘 아는 것이 공자가 공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이다.

나는 아직도 나의 글을 재미있게 만들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끈질기게 쓰다보면 나만의 방식을 얻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겨우 200일하고 11일차이다. 아직도 새 깃털처럼 많은 나날들이 있다. 하고 또 하다 보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오늘도 글을 시험해본다.

글자수 : 1422(공백제외)
원고지 : 9.54

#연금술사 #백일글쓰기 #숭례문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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