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일][11월19일][백일글쓰기2] 생애
첫 동파육은 좀 짜게 되었다
오늘 새벽 00시 30분, 문 앞으로 팔각과 중국식 간장 노추가 도착했다. 기말시험 준비로
바쁜 아이는 어제 밤에도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공부를 했고, 오늘 아침에는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바쁜
아침을 보냈다. 급하게 학교로 출발하면서, 동파육을 요리할
시간이 부족할까봐 걱정했다.
아침부터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재활용품 분리수거도 하고, 청소도 하다 보니 금방 오후 3시가 되어 버렸다.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시간에 깜짝 놀랐다. 아이는 오후 4시 40분에 집에 도착할 예정이니,
슬슬 수육용 돼지고기를 삶기 시작해야 했다. 큰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붓고 대파, 생강, 후추, 생강, 월계수잎을 넣고 비계를 위로 향하게 해서 고기를 넣고 1시간 동안
끓였다. 여기에 된장 한 숟가락을 추가하면 수육이 될터이었다. 수육도
맛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 마트의 그 고기는 냉장고에 하루를 있었지만 여전히 신선하고
먹음직스러웠다. 이 고기로 무얼 해먹어도 맛있을 터였다.
1시간이 지나서 냄비의 뚜껑을 열어보니, 물이 거의 졸아 있었다. 고기 덩어리는 먹음직스럽게 익었다. 바로 잘라서 먹어도 맛있을 듯했다. 고기를 냄비에서 꺼내 접시에
올려 놓고 물기가 빠지기를 기다렸다. 아이가 오기 전에 기름에 튀기듯이 지져서 마이야르 반응을 만들
생각이었다. 어? 그런데 아이가 돌아왔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빨리 흘렀나?
아이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집 안에 맛있는 냄새가 풍긴다며 즐거워했다. 가방만
내려놓고 득달같이 내 옆으로 와서 탱글탱글한 껍데기를 자랑하는 고기를 구경하고는 소스를 만들어야 한다며 서둘렀다.
고기를 기름에 지지자고 하니, 꼭 해야 하냐고 반문을 한다. 이연복 세프는 먹음직스러운 색깔을 내기위해 껍데기에 간장을 바른 후 후라이팬에 지져서 내었다. 하지만 어떤 유튜버는 고기 겉면을 바삭하게 만드는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켜서 식감을 높인다고 했다. 또 어떤 블로거는 삶고 나서 바로 조리기로 넘어가기도 한다. 아이와
둘이 의논을 했다. 처음해보는 동파육은 참조하는 유튜버의 방법을 따라보기로 결정했다.
궁중팬에 기름을 조금 붓고 가열했다. 덩어리 고기의 껍데기 부분을
기름에 넣자 마자 파바박하고 기름이 튄다. 재빨리 뚜껑을 덮었다. 아이가
물기를 제거했어야 했냐고 묻는다. 비계에서 나오는 기름이랑 고기 안에서 나오는 육즙 때문이기 때문에
기름은 튈 수밖에 없다. 뚜껑을 덮었으니 곧 잦아들거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조림소스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간장 120ml, 중국식 간장 1T, 설탕 2~3T, 굴소스 1T, 요리용 술 2~6T,
물 1200ml를 냄비에 넣었다. 그 사이 고기를
뒤집었다. 또 다시 기름이 맹렬하게 튀었다. 쫌 무섭다. 대파를 다듬어 썰고, 생강을 썰고,
마늘을 저몄다. 고기를 옆으로 굴렸다. 파다닥~ 또 기름이 튀었다. 고기를 뒤집을 때마다 예쁘게 맛있게 올라온 마이야르
갈색이 보였다. 다 튀겨진 고기를 기름종이 위에 놓고 기름을 뺐다. 고기가
식는 사이에 겉면이 바삭하게 과자처럼 굳어갔다. 조림용 소스가 있는 냄비를 불 위에 올리고, 고기를 1.5cm 두께로 썰었다.
마이야르 반응이 올라온 바싹한 겉면과 촉촉한 고기 속은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아이가
한 조각을 잘라 먹어 보고는 맛있다고 싱글벙글거렸다. 나에게 작은 조각을 주며 먹어보라고 하는데, 바싹 쫄깃 폭신했다. 그냥 이대로 먹어도 맛있겠다.
고기를 냄비에 넣고 조리기 시작하자, 아이와 만 6년간 함께 해온 선생님이 오셨다. 아이는 선생님과 함께 악기를 연주하고
대화를 했고 나는 설겆이를 하고 밥을 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동파육을 곁들여 저녁을 먹을 요량이었다. 전기압력밥솥에서 밥이 되어가는 냄새와 함께 동파육이 졸여지는 냄새가 온 집안에 퍼졌다. 수업이 끝나갈 즈음에 밥상을 행주로 훔치고, 밥을 차릴 준비를 시작했다. 어? 초인종이 울린다. 너무
맛있는 냄새가 나서 이웃에서 항의하러 왔을까? 이상한 상상을 하며 현관으로 가니, 뜻밖에도 게O꼬 선생님이 서계셨다.
어라? 오늘 수업이 있었나? 아! 보충 수업을 하러 오셨구나. 깜빡했네.
아이는 제 2외국어로 일본어를 하고 싶어했다. 아무래도 게임과 애니매이션의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이는 게O꼬 선생님과 함께 천천히 공부해나가고 있다. 올해 초 생애 처음으로
도쿄에 갔다 온 이후에 아이는 자기 자신의 일본어 능력이 미진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게O꼬 선생님과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방송대 중어중문학과에
편입하기 전에는 나도 게O꼬 선생님께 일본어 회화를 배웠었다. 매주
1시간씩 꾸준히 몇 년간 공부한 결과 초중급 수준에 다달았다. 겨우
알아듣고 겨우 말하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일본에
대해 하나도 모르던 내가 조금이나 일본과 일본 사회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일본에 대해 좋거나 나쁘다는 감정에 치우친 생각이 아닌 객관적인 시각을
갖게 된 것이 큰 수확이었다. 아마 아이도 게O꼬 선생님과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뜻밖에 추가된 수업에 잠시 당황했지만,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저녁
식사를 했다. 데친 청경채를 곁들인 동파육은 정말 맛있었다. 쫄깃한
껍데기 밑의 지방조차도 감칠 맛이 났다. 그런데 좀 짜다. 밥과
함께 먹어도 짜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는 조금 실망한 듯했다. “이번
주말에 다시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어. 이번에는 나 홀로 요리해볼래.”
모든 재료가 집에 있으니, 수육용 고기와 청경채만 사면 언제든지 다시 해먹을 수 있다. 금요일에 재료를 사 놓을테니, 주말에 아무 때나 하고 싶을 때 요리해보라고
했다. 아이가 행복해한다. 주말의 동파육은 오늘의 동파육보다
더 맛있을 것이다.
글자수 : 2148자(공백제외)
원고지 : 14.2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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