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6일][11월15일][백일글쓰기2] 위험관리(Risk Management)
“위험관리? 그게 뭐야? 어떻게 하는 거야?” 21세기에 들어서자 회사는 직원들에게 여러
가지를 요구했다. 양성평등, 언론에 대한 이해, 비밀유지에 대한 이해, 품질관리,
협상, 소통, 등등등. 다양한 온라인 교육과정이 만들어졌다. 직원들은 온라인 강의를 통해
새로운 개념들을 습득해 나갔다. “그래, 커피나 차는 각자
타 먹는 것이 맞아.” “자기 것은 자기가 복사하는 것이 옳지.” “내가
말하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구나. 어디에서든 직무에 대한 말은 삼가해야겠다.” “감정이 격해질 때는 I-message를 써야 겠다.” 등의 변화가 곳곳에서 일어났다. 긍정적인 변화로 회사는 봄을 맞았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회사 임원으로부터의 위험관리를 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위험관리? 팀장들이 부랴부랴 교육을 받으러 갔다. 돌아온 팀장을 중심으로 모여
앉아서 팀장이 설명해주는 위험관리 개념과 방법을 들었다. “어? 쉽네. 그동안 산발적으로 주먹구구식으로 해오던 것을 체계적으로 하면 되네!” 팀장의
설명을 듣고 나서 우리는 둘러앉아서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위험항목(Risk)를 줄줄이 읊었다. 팀장은 열심히 타자치고 우리는 재잘재잘 떠들었다. 왠지 신났다. 그동안 불안하게 느꼈던 것들을 다 나열하고는 다시 우리는 머리를 모았다. 위기
평가가 시작된 것이다. 이번에는 다들 침묵을 지켰다. 머리
속에서 치열하게 각 항목이 문제가 되었을 때의 영향력을 계산하고 있었다. 신중하게 의견을 제시하고 반론을
하는 긴 시간이 이루어졌다. 항목을 나누고 합하고 순서를 정하고 재배열하고 종속관계를 정하는 몇 시간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이었다. 생애 처음으로 제대로 된 위기 관리한 순간이었으니까.
위기 관리는 한 번에 끝내서는 안된다. 그래서 매 분기 혹은 반기별로
위기 관리 실적과 재평가를 했다. 차츰차츰 직원들의 일상에 위기관리는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우리 부서는 엔지니어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자기 나름의 위기관리는 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모두 둘러앉아 종합적으로 위기관리를 해 본 적은 없었다. 위기를
함께 도출하고 관리하고 통제하는 일련의 활동은 팀의 단결력을 높여주었다. 내가 관리하는 시스템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른 사람이 관리하는 시스템이 문제를 감지하고 대응해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와 나는 다르면서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하나이다. 라는 사고가 퍼져나갔다.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는 이익이 최우선이다. 그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는 우선 순위에서 밀리기도 한다. 최고 경영자는 적은 투자로 많은 이익을 내고 싶어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꾸 이런저런 위기가 찾아왔다. 위기 관리를
시작한 이후로 적절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왔다. 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투자로 직원들은
업무 불안을 덜었다. 사기업도 이럴진대, 정부조직은 어떠하겠는가?
언론에서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할 때가 있다.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기사가 나올 때가 있다. 위기관리가 전혀 안되어 있을 때나 발생할 법한 일이 기사화되었을 때,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만약 그 문제를 일으킨 곳이 신생
조직이라면 혹은 마땅히 그럴만한 조직이라면 경험 부족이나 자만으로 그럴 수 있다. 그러나 크고 오래된
조직이라면, 그것도 대한민국에 있는 곳이라면 일어날 확률이 극히 희박하기 때문이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후속 기사를 기다리다 보면, “그러면 그렇지 위기
관리를 안 할리가 없지. 먼저 나온 기사에 오류가 있었네”하게
된다. 그리고 엉뚱한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에 대해 -1점
감점을 하게 된다.
글자수 : 1381자(공백제외)
원고지 : 8.6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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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학당 #위기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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