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일][11월11일][백일글쓰기2] 어둠
속에서 글을 쓴다
남편은 쉬는 날이 없다. 공휴일에도 주말에도 출근한다. 단지 평소보다 30분 혹은 1시간
늦게 출근할 뿐이다. 그런 남편이 월요일이 되면 까만 얼굴을 하고 들어와서, 뉴스를 보다가 잠이 들어버린다. 오늘도 그렇다. 어느 순간 고롱고롱 잠이 든 남편을 위해 거실 불을 껐다.
아이는 기말시험 공부를 하러 도서관에 가서, 불 꺼진 거실에서 남편은
잠을 자고, 나는 글을 쓰고 있다. 11시가 되면, 아이는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면 남편을 깨워 방으로 들여보내야
겠다. 지금은 너무 달게 자고 있어서 깨우기가 미안하니까.
어제 오후, 갑자기 비가 내렸다.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빗소리를 들으며 상상에 빠졌다.
후두둑 쏟아져 내리는 빗속으로 우산 없이 들어갔다. 떨어지는 빗방울이
좀 차갑다. 비를 맞으며 걸었다. 국민학교 다닐 때, 소풍을 갔다 돌아오던 그 날도 장대비가 쏟아졌었다. 친구와 나는
기차역에서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우산이 없어도 우리 둘은 비를 맞으며 신나게 걸었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인도와 도로가 모두 물바다가 되었다. 우리는
발로 물을 차며 뛰었다. 거리에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
시절 그 때를 생각하며 즐겁게 빗 속을 걸었다. 정말 오래 간만에 느껴보는 순수한 즐거움이다.
조금 있으니, 몸이 차가워졌다. 요즘
들어 더위와 추위가 순식간에 교차되고는 한다. 나이 듦의 증거이다. 나는
국민학생이 아니다. 그래도 아직은 참을 만하니 조금만 더 빗속을 걸었다. 그 시절 그 때처럼 거리에는 사람 하나 없다. 그 때와는 달리 하수구는
모두 도로 아래로 매몰되어 있고, 인도는 잘 정비되어 있다. 그
때는 길 양 옆으로 배수로가 있었다. 평소에는 매말라 있지만, 비가
오면 배수로에 물이 찰랑거렸다. 그러다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넘쳐흘렀었다. 배수로가 넘치면 포장되지 않은 길은 진창으로 변했다. 신발 밑창에
흙이 잔뜩 들러붙고는 했다. 지금은 산에 가야만 흙길을 볼 수 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어두워졌다. 남편이 돌아올 시간이다.
일요일에도 출근한 남편은 항상 주중보다 늦게 들어온다. 하지만 오늘은 비가 오니 일찍 들어올
것이다. 집으로 가는 길에 배수구로 쏟아져 흘러들어가는 물을 구경했다.
생각보다 비가 많이 온다. 물을 길 위의 나뭇잎들과 함께 흘러왔다. 배수구위로 모이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막히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든다. 이
비가 그칠까? 언제까지 오는 걸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걸었다. 따뜻한 집안으로 들어오니, 그제서야 밖이 생각보다
더 추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봤다. 미역처럼
엉켜붙은 머리카락과 파리해진 안색의 내가 보인다. 아! 이제는
비를 맞으며 걷기는 틀렸다. 모양새가 별로야.
나는 상상은 남편이 집으로 들어오는 소리와 함께 끝이 났다. 우리는
거실에 앉아서 공부를 하고 TV를 봤다. 이제는 더 이상
빗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글자수 : 1093자(공백제외)
원고지 : 7.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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