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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6일][11월05일] 영화 <퍼스트맨>


[066][1105][백일글쓰기2] 영화 <퍼스트맨>

영화 <퍼스트맨>201810월에 개봉되었다. 작년은 나에게 있어서 혼돈의 해였다. 변화가 많았고, 마음 깊은 곳에는 해소되지 못한 감정들이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마음을 찾아가는 공부에 빠져 들었던 한 해였다. 양명을 다시 만났고, 주자를 새로이 만났으며, 어렵다는 중용을 읽었고, 융의 심리학도 접해봤다. 대가들의 저작물 속 덕분에 어둡게 휘몰아쳤던 마음이 정리되어 갔다. 그러던 중에 보게 된 영화가 바로 <퍼스트맨>이었다.


달에 발자국을 남긴 최초의 인간, 닐 암스트롱의 이야기를 이 영화는 담담하게 풀어낸다. 어떤 이에게는 너무 담담해서 지루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당시의 상황과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을 잘 살려낸 빼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다. 이 지구 위에는 70억 이상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각자 자기 자신이 믿는 바에 따라 인생을 살아내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낸다. 그것이 크던 작던 간에 매시간 자신의 일에 집중한다. 닐 암스트롱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자신의 능력에 맞추어 직장을 옮기고 새로운 일을 맞는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다른 사람과 똑같이 희노애락(喜怒哀樂)이 있는 삶을 살아가는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단지 그가 좀 더 특별해 보이는 이유는 그의 직업이 매우 특수하기 때문이다. 우주비행사.

그와 그의 가족은 우주비행사라는 직업에 대해 우월감을 느끼는 것 같지도 않다. 그와 그의 친구들은 모두 달착륙이라는 한 가지 목표를 위해 모였으며,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일매일 노력할 뿐이다. 문제는 그들을 둘러싼 정치 환경이었다. 소련과의 우주경쟁으로 달착륙 프로젝트는 상대방보다 더 빨리 해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다 보니, 안전이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일해야만 했다. 인간이 직접 달까지 가려면, 인간이 직접 지구 밖 대기에 가야만 했고, 지구 밖 대기에서 일정 시간 생존할 수 있어야 했으며, 다시 지구로 돌아와야만 했다. 당시의 기술수준은 21세기 현재와 비교하면 많은 차이가 있다. 우선 컴퓨터가 그렇다. 당시의 컴퓨팅 기술은 현재에 비해 낮아서 로켓 발사부터 달 착륙까지 모든 과정을 사람이 계산했다. 소재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발사와 착륙 시에 발생하는 대기와의 마찰열을 견뎌낼 물질이 필요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로켓을 보면, 매 발사마다 조금씩 그 구조나 재질이 바뀌어 간다. 발사가 곧 실험이나 마찬가지였다. 회의실에서 혹은 연구실에서 만들어진 설계대로 조립된 로켓이 발사되고 우주에 갔다 오는 것 자체가 실험이었던 것이다. 실험은 상용과는 다르다. 상용화란 모든 방면의 실험을 마친 제품을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신차를 개발하면, 트랙 주행, 도로 주행, 충돌 실험, 극저온 실험, 고열 실험 등등 다양한 실험을 거친다. 모든 실험에 통과되어야 신차 출시가 가능하다. 출시된 후에도 결함이 발생한다. 어떤 결함은 사소하지만, 어떤 결함은 심각하다. 최근에 일어난 모 회사의 주행 중 엔진 발화는 심각한 결함에 속한다. 각종 실험을 거쳐도 결함이 발생한다. 우주비행은 어떠 한가? 닐 암스트롱이 달 착륙을 시도하던 그 시기에는 지구에서 실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당시의 기술 제약이었다. 제대로 된 실험도 없이, 우주라는 현장에 부딪쳐야 하기에 우주비행은 극도로 위험했다. 그래도 우주비행사들은 죽음의 공포를 딛고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낸다.

정치상황에 따라, 언론은 우주비행사를 비난하기도 하고 찬양하기도 한다. 국가간 자존심 게임이 되어 버리자 상부에서는 더 빨리 해내라고 다그친다. 심한 압박과 긴장 속에서 목숨을 걸고 우주비행선에 탑승하는 우주비행사들의 심정이 날 것 그대로 표현된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달로 가는 여행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계획과 훈련을 넘어서는 위기가 닥치지만,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서 달로 향한다. 마침내 도착한 달에 한 발을 내딛을 때의 적막함은 허무하기까지 한다. 달 위에서 바라 보는 희미한 별 지구는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다. 크레이터(분화구)의 어둠이 마치 지옥의 입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몇 개의 임무를 수행한 후 지구로 돌아가는 길 또한 험난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우주비행사들 전원은 누구도 가지 못한 길을 가기 위해 생사(生死)를 걸었다. 그들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가족과 동료들의 애타는 심정은 가슴을 후벼파는 듯했다. 성공적인 달 착륙으로 인해 온 세계가 축제의 분위기에 휩싸이고, 우주 비행사들은 영웅이 된다. 그들의 가족 또한 영웅으로 떠받들어진다. 우주에서 돌아온 남편을 만나러 가는 아내에게 기자들은 질문한다. 기분이 어떠냐고. 아내는 기쁘다고 답한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웃고 있지만 왠지 기뻐 보이지 않는다. 우주 여행 후 격리되어 있는 남편과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채 그들은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죽음의 문턱을 경험한 두 사람에게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달 착륙은 이들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이들은 단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한 사람은 우주 비행사로서 목숨을 걸고 우주 여행을 했고, 다른 한 사람은 집에서 극한의 공포를 느끼며 사랑하는 남편을 기다렸다. 그것이 영화 <퍼스트맨>을 보고 난 후 내가 내린 결론이다.

글자수 : 9621(공백제외)
원고지 : 13.15

#연금술사 #백일글쓰기 #숭례문학당 #영화퍼스트맨 #영화감상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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