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일][10월21일][백일글쓰기2] 내
필통 안의 인덱스
2016년 가을부터 책 읽기에 빠져들었다. 이후 나는 필통을 샀고, 필기도구도 샀다. 책을 읽다가 앞에 읽었던 내용을 다시 보려고 할 때, 한참을 뒤적거려야만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인덱스 붙이기였다. 문구점마다
있는 흔한 견출지를 페이지 옆에 붙였다. 그런데 이 견출지는 한 번 붙이면 떼어내기가 무척 힘들었다. 책을 읽다 보면, 처음에는 중요해 보였지만 나중에 보니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떼어지지 않는 견출지 때문에 난감했다.
문구점에 가서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필름형 인덱스를 샀다. 처음에
중요한 부분을 표시만 할 생각으로 작은 인덱스를 붙였다. 그러나 논어 맹자, 전습록 주자어류와 같은 형식의 책에는 이곳 저곳에 인덱스를 붙이게 되고, 너무
많은 인덱스는 있으나마나 했다.
그래서 조금 더 큰 인덱스를 붙이기로 했다. 넉넉한 넓이의 인덱스
위에 네임펜으로 핵심 단어나 문장을 적어 두었다. 이 방법은 논어, 맹자
류의 형식의 책을 읽을 때 편리했다. 예를 들면, 논어의
극기복례(克己復禮)나 맹자의 항심(恒心), 호연지기(浩然之氣) 장을 바로 찾을 수 있게 했다. 특히 나의 인생책인 전습록은 메모가
쓰여진 인덱스로 책의 옆면이 뒤덮일 정도였다. 책을 읽을 때마다 교환,
보충, 추가되는 인덱스로 꽉 찼다. 인덱스가
아무리 많이 붙어도 인덱스에 표시된 단어를 보고 바로바로 찾을 수 있기에 편리했다. 유일한 문제는 인덱스가
붙어있지 않은 페이지는 기억에 의존해서 뒤적거려야 한다는 것뿐이었다.
동양 고전에 적용했던 방법은 현대 인문 서적에는 맞지 않았다. 유발
하라리, 칼 세이건, 재레드 다이아몬드 등의 책은 과학적
체계에 따라 장절(章節)로 나뉘어져 있고, 각 장절은 각각 하나의 주제를 풀어낸다. 책을 읽기 전에 책의 구조를
분석하면 바로 책의 내용을 대략 파악할 수 있도록 편집되어 있다. 이런 종류의 책에는 장절의 구분이
중요했다. 각 장의 제목을 인덱스화 하기 위해서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비교적 큰 인덱스를 사용하고, 인덱스의 끝에 각 장의 제목을 적는 방식으로 굳혀졌다. 책의 옆면만
보면 각 장을 바로 알 수 있게 되었고, 책을 읽는 중에 현재 위치를 확인함으로써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책에 인덱스를 붙이고,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는 일은 책의 내용을 통째로 꼭꼭 씹어 먹기 위한 일련의 행위이다. 책을 한 번만
읽고 말거라면, 굳이 이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좋은
책은 여러 번 읽어서 책의 내용을 더 잘, 더 많이 이해주어야 한다.
재독을 통해 나의 정신을 변화시키고, 내 몸을 변화시키면,
그 변화가 겉으로 드러나게 된다. 표정으로, 말로, 행동으로.
아주
정확한 어휘와 훌륭한 문장으로 잘 쓴 책을 많이 읽는 거예요. 많이 읽을 뿐만아니라 거듭 거듭 반복해서
읽는 거. 이게 굉장히 빠르게 글 쓰는 실력을 향상시키는 비결 중 하나고요. - <[성장문답]글쓰기가 두려운 당신이 반드시 들어야 할 대답> https://youtu.be/VB21pHr7NZw
글자수 : 1092자(공백제외)
원고지 : 7.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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