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9일][10월19일][백일글쓰기2] 다시
돌아오라, 뜨뜻한 온돌
어릴 적, 겨울이 되면 아랫목에 깔린 이불 안으로 다리를 집어넣고
둥글게 모여 앉아 있거나 누워 있고는 했다. 뜨뜻한 기운이 발과 다리에서 시작해서 온 몸으로 퍼지면
노곤해져서 잠들기 일쑤였다. 따끈따끈한 아랫목을 잘 지키기 위해서는 온 가족이 신경 써서 연탄불을 갈아야만
했다. 자주 연탄불을 들여다보고, 새벽에 일어나서도 확인하고는
했다. 자칫 잘못해서 연탄불 가는 시간을 놓치면 아랫목은 금방 차가워졌기 때문이다. 나이 어린 동생들은 웃풍이 도는 방안을 뛰어다니고, 나는 감기 든다고
동생들을 이불아래로 한 명씩 집어넣고는 했다. 당시에는 흔한 겨울 생활이었다.
취직해서 서울에 살게 되면서부터는 뜨뜻한 아랫목이 사라지고 대신에 폭신한 침대와 소파가 들어섰다. 그러나 침대와 소파에는 따끈따끈함이 없었다. 한 겨울에 차가운 침대에
누워서 몸의 온기로 침대와 이불을 덥힐 때면, 어김없이 어릴적의 따땃한 온돌이 생각났다. 전기장판이나 전기요가 흉내내지 못하는 그 뜨끈함이 그리웠다.
어느 날 친정에 갔더니 친정어머니가 돌침대를 샀다고 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며 이 만한 물건이 없다며 칭찬을 하셨다. 온돌을 그리워하던 나에게는 무척이나
탐나는 물건이었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서 알게 된 사실은 돌침대가 무척 비싼 물건이라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싱글 돌침대만 해도 200~300만원대였다. 당시로 치면, 고가였고, 사치품에
속했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단념했더랬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오늘, 다시
그 돌침대가 생각나서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싱글 돌침대를 거실에 소파대신 놓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무심코 살펴보다가 깜짝 놀라버렸다. 가격이 60~70만원대로
뚝 떨어져 있었다. 이것이 뭔 일인가! 눈에 뜨이는 점, 하나는 돌침대 브랜드가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돌침대하면
0000이거나 ㅁㅁㅁㅁ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처음보는 업체들이
다수 눈에 띄였다. 이 정도의 가격이면 하나 장만해서 거실에 두고 뜨끈한 아랫목을 재현할 수 있을 듯하다. 역시 우리 나라는 살기 좋은 나라다. 신난다.
글자수 : 821자(공백제외)
원고지 : 5장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