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4일][10월14일][백일글쓰기2] 사우디아라비아 아미들의 한국어 떼창
BTS가 해외 공연을 할 때마다, 아미들은 리허설과 공연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주고는 한다. 지난 금요일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BTS
리허설 영상이 올라왔는데, 그 영상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이 영상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미가 경기장 밖에서 찍은 것으로, 영상의
처음은 경기장의 대형 스크린에 비친 BTS 멤버들의 모습이었다. 그
뒤로 들리는 아미들의 떼창과 함성은 여느 공연과 같았다. 영상의 초점이 뒤로 물러나면서 보이는 장면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까만 옷을 두른 사람들이 아미봉을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얼굴도
검은 천으로 거의 다 가려져 있었다-아랍 여성들의 옷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상세한 설명을 생략한다. 보이는 것은 오직 눈과 손뿐. 그런데도 그들은 한국어로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소리만 듣는 다면, 한국이라 착각할 정도였다.
지난 토요일 새벽 1시 35분, BTS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시작한 공연은 한국어 떼창으로 이어졌다. 이곳이 사우디아라비아인가 한국인가? 팬캠에 찍힌 관중들이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사우디가
맞긴 맞다. 해외 공연에서 들리는 정확한 발음의 한국어 떼창은 볼 때마다 나의 가슴 뭉클하게 한다. 한국가수들을 향한 그들의 애정과 지지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고는 한다. 일요일에
올라오기 시작한 직캠 영상을 어제와 오늘 열심히 찾아 봤다. 공연도 훌륭했지만, 관객들은 더 훌륭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공연은 시작 전부터 찬반이 갈렸다. 여성인권
문제가 심각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적인 스타의 공연으로 문제를 희석시키려 하는데 일조해서는 안된다는 반대 의견이 강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아랍 아미들에게도 공연을 볼 기회를 주어야 하며, 공연에
정치를 끼워 넣어서는 안된다는 찬성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두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나는 리허설과 공연 영상 속에서 희망을 봤다. 지난 2017년 1월부터 여성의 경기장 출입을 허가했다는 사우디아라비아. 이 때문에 이날 공연을 보러 온 아미들 중에 다수가 생애처음으로 경기장을 밟아본 것이라고 한다. 비록 검은 옷을 온 몸에 두르기는 했지만, 신나게 춤을 추며 목청을
높여 떼창을 하는 모습에서 그녀들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 바로 그것이 모든 일의 시작이 아니겠는가!
글자수 : 909자(공백제외)
원고지 : 5.8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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