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5일][10월05일][백일글쓰기2] 인산인해를
이룬 검찰개혁 촛불집회에서 구호를 외치다
지난 주 토요일의 검찰개혁 촛불집회에는 남편만 다녀왔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동이 불가능했다고 했다. 그래도 나름 재미있었던 듯 흥분한 목소리로 설명을 해주었다. “나도 다음 주에 갈꼬야!” 선언을 하고 나니, 기대가 되었다. 지난 몇 달간 검찰의 무지막지한 횡포와 언론들의
무분별한 받아쓰기에 화가 꽤 많이 났었다. 그래서 TV도
인터넷 신문도 안 봤다. 봐야 무엇하겠는가! 온통 ‘그들’만의 말잔치뿐이었다. 대신에
트윗, 페이스북,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견해를 읽고 봤다. 지난 주 토요일이후에는 더 많은 지식인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덕분에 일주일이 심심하지 않았다. 이제는 검찰이 뭐라해도 흥! 언론이 뭐라해도 흥! 떠들테면 떠들어라. 너의 검은 속셈이 다 들여다 보인다. 이제는 ‘그들’이 불쌍해 보일 정도였다. 아직도
‘그들’은 자신들의 말이 먹힌다고 믿는 듯하다. 2009년에는 속았지만, 이제는 절대로 속지 않는다. 10년 전과는 달리, 집단지성이,
SNS가, 유튜브가 있다. ‘그들’의 철썩같이 믿는 한물간 매체들의 속성은 이미 간파된지 오래되었다.
드디어 오늘이 되었다. 남편은 지인들과 먼저 출발했고, 나는 찬찬히 출발했다. 혼자 움직이는 것이라 자유롭게 행동할 생각이었다. 집을 나서서 서초역까지 1시간이 걸렸다. 오래 전에 역삼으로 출퇴근할 때는 1시간 45분 걸렸던 길을 가면서 ‘그 때는 그랬었지’를 시전해봤다. 아련한 눈으로 밖을 내다봤다. 어? 새로 지은 집들이 많아졌네.
옥상이 깨끗, 단정해졌네. 아련은 무슨 아련!. 놀라움으로 밖을 내다봤다. 서초역에서 우르르 내리자, 객차 안의 사람들이 놀란다. 어깨를 으쓱하며, 부러우면 따라내리시라를 시전했다. 개찰구까지의 긴 줄이 느릿느릿
움직였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이 있어서 양보도 하고, 차례차례
개찰구를 통과했다. 역사 안에는 역시나 경찰들이 쫙 ~ 깔려
있었고,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는 태극기를 든 할아버지들이 있었다. 거친
말을 내뱉는 할아버지들과 묵묵히 설득하는 경찰들 옆을 지나서 7번 출구과 2번 출구 중 어디로 나갈까를 고민했다. 그래도 무대를 직접 보고 싶어서
7번 출구로 나가려니, 어떤 분이 내려오시면서 올라가도 앉은
곳이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뒤돌아 2번 출구로 나갔다. 아이고,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인도 한 켠에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인도를
따라 앉아 있었다. 인도의 도로편에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서서 커다란 스크린을 바라보며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두 무리의 사람들 사이로 지하철 역에서 나와 예술의 전당 방면으로 자리를 찾으러 가는 사람들과
자리를 찾지 못해서 되돌아 오는 사람이 힘겹게 교행하고 있었다. 인도가 너무 복잡해서 도로 한복판, 중앙선에 마련된 통로를 따라 쭉 내려갔다. 좌우를 열심히 살펴봐도
자리가 없어서 한참을 내려갔다. 슬슬 다리가 아파올 즈음에, 내
앞에서 가던 사람들이 빈자리에 가서 앉아도 되냐고 물었다. 일행이 화장실 간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자 지켜보던 진행요원이 자리를 찾느냐며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끼어 앉게 해주었다.
간신히 자리를 잡고 앉아서 LED 촛불을 꺼내고, 오는 길에 득템(획득)한
피켓을 꺼내 들었다. 막상 구호를 외치려니, 쑥스러워 나오지를
않는다. 피켓만 흔들어 댔다. 사진 한 장을 찍어, 도착 소식을 SNS에 올리고, 남편에게도
메시지로 알렸다. 한참을 피켓만 흔들다가 용기를 내어 소리를 쳤다. “검찰개혁!”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나중에는 파도 타면서 “와~” 함성도 저절로 나왔다. 겨우
앉은 자리가 대형 스크린과 500여 미터가 떨어져 있어서, 화면도
보이지 않고,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니 1킬로미터 떨어진 우면산 터널 앞에 앉은 사람들은 어떠했겠는가? 앞에서
파도가 치고 나면, 뒤에서 구호가 몰려왔다. 앞뒤좌우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피식피식 웃으며 목청껏 구호를 외치고 함성을 질렀다. 처음 본 사람들 사이에 피어오르는
이 동지애는 무엇?
7시가 넘어서자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이 피신하기 시작했다. 군데군데 자리가
비었다가 다시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졌다. 사람들은 서로 LED촛불을
주기도 하고 떡을 주기도 했다. 그렇게 2시간을 있다가, 화장실을 찾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찰에게 화장실 위치를 물어보니, 어디로 가든 한참 가야 한단다. 그래서 서초역사 화장실로 향했다. 서초역으로 접근하면서 도로 위에 빈자리가 있나 살펴보았다. 여차하면
대형 스크린 앞에 앉아볼 생각이었다. 아쉽게도 빈 자리는 하나도 없고 빽빽히 앉아있는 대중들만 보였다. 어찌어찌 하다 보니, 서초역 사거리에 있는 교회-지난 주 토요일에 화장실 개방을 안해주어서 구설에 올랐었다-까지 가게
되었다. 지하철 역사로 연결되는 교회 계단을 내려가서 보니, 화장실을
이용 안내문이 붙어 있고, 교회 안에는 화장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덕분에 산뜻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교회 관계자들이 곳곳에서
친절하게 안내도 해주어서 연신 목인사로 고마움을 표시해주었다.
다시 도로 위로 갈까 하다가, 날은 춥고, 저녁도 못 먹어서 배도 고프고, 인파를 헤쳐나오느라 지쳐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따뜻한 집에서 아이가 해 놓은 따뜻한 밥을 먹으면서 오늘의 모험을 이야기해주었다. 지난 주에 남편이 그랬던 것처럼 잔뜩 흥분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다음
주에도 갈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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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 : 13.2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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