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일][10월02일][백일글쓰기2] 심리적
압박(壓迫, 누를 압, 다그칠
박)
9월이 지났다. 오늘은
10월 2일이다. 9월
한 달간 중국어 공부에 지나치게 매달렸다. 아침부터 밤까지 교재를 펼쳐 놓고, 컴퓨터를 켜 놨다. 사전을 뒤지고,
단어 목록을 만들었다. 단어를 반복해서 보고, 문장을
반복해서 들었다. 한 달 내내 이러고 살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공부에 진척이 없었다. 마치 짙은 안개 속을
헤매고 있는 느낌이었다. 잘 해내고 싶다는 압박. 너무 어렵다는
압박, 중어중문학과 4학년인데 중국어 텍스트 정도는 좔좔
읽어주어야 되지 않냐는 압박. 중국어 회화 정도는 할 줄 알아야 되지 않냐는 압박. 이런저런 내적 압박에 시달린 결과였다.
어제 밤, 오래간만에 TV를
봤다. 사람들이 토론한다. 고발 프로그램을 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면서, 9월 한 달 간 나의 공부가 정체된
이유를 깨달았다. 몸에 분노가 가득차서 마음을 바르게 유지할 수 없었다(身有所忿懥, 則不得其正 신유소분치, 즉부득기정
- 大學 대학)
나는 한 아이의 엄마이다. 엄마로서 아이가 잘 되기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만난 수 많은 엄마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특목고나 자사고를 가지 못하면 아이는 패배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특목고와 자사고를 가기 위한 길을 제시했다. 초등학교 내에 영어롤 완벽히 마스터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의 수학, 과학, 사회를 할 시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내에
중학교 수학 전 과정을 적어도 3번은 봐야 한다고 했다. 더
나아가 고등학교 2학년까지 하면 좋다고 했다. 그래야 중학교에
진학해서 KMO(the Korea Mathematical Olympiad, 한국수학올림피아드)에 입상할 수 있고, 좋은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 아니, KMO 수상으로도 부족하다.
KPhO(Korea Physics Olympiad, 한국물리올림피아드)나 KChO(Korea Chemistry Olympiad, 화학올림피아드)나
KOI(Korean Olympiad in Informatics, 한국정보올림피아드)도 입상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질문했다. 초등학교에서 그걸 다 하면 중학교에서는 무엇을 공부하는가? 엄마들은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 듯이 말했다. 고등학교 주요과목을 완전정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질문했다. 고등학교에 가면 뭘 공부하나요? 다시 답을 받았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공부할 틈이 없다. 왜냐하면 특목고나 자사고에 가면 다양한 교과 외 활동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교과
외 활동은 많을수록 대입에 유리하니까, 중학교까지 교과를 끝내야 한다고 했다.
지금도 이 길을 따라가는 수많은 학생들이 있다. 그들의 나이는 묻지
말라. 이 길은 유치원 혹은 유아기부터 시작하니까. 아주
어린 나이부터 아이들은 경주마처럼 오직 앞만 보고 달리게 훈련받는다. 잠시 잠깐의 음악감상도, 독서도 허락되지 않는다. 실제로 중학생 아이가 음악을 너무 많이
듣는다고 하소연 하는 사람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래서 아이의 휴대폰을 변기에 넣었다는 엄마도 있었다. 엄마들 입장에서는 제시된 길을 가려면 1초라도 한눈 팔아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건 정상이 아냐”- <뱁새> 가사 중에서, BTS
“왜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게 됐고 당연하지 않은 게 당연하게
됐어” - <INTRO : O!RUL8,2?> 가사 중에서,
BTS
왜 우리 모두는 앞만보고 뛰었던 걸까? 왜 다들 특목고, 자사고를 가려고 뛰었던 걸까? 나는 물었다. 당신 아이가 특목고나 자사고에 들어가게 되면, 거기에서 상위권을
차지한다는 보장이 없다. 그런데도 보내려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엄마들은
대답했다. 특목고, 자사고에는 있는 집 자식들이 대거 들어온다. 거기에서 얻은 인맥만으로도 아이는 평생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어지는
고등학교 인맥을 통해 알게 된 정보로 대입에 성공한 사례들......
나는 이 모든 것을 2012년부터 목격해왔다. 최고의 절정은 2014년이었다. 아이
공부에 대한 주변의 심리적 압박은 마치 <1984>를 방불케 했다. 원하지 않는 길을 강요하는 사회. 그 길을 걷지 않으면 사이코라고
매도 당했다. 이상한 엄마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소위 말하는 아싸(아웃 사이더, Outsider)가 되었다. 인문학 강의를 들으러 다니고, 외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만난 동양 고전은 나에게 인생의
전환기를 가져다 주었다. 동양철학을 통해, 밝아진 마음을
얻게 되었다. 이것을 <대학(大學)>에서는 내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밝은 마음을 저절로
밝아지게 한다(明明德, 명명덕, 동사+형용사+명사)고 했다. 2019년의 ‘나’는 2014년의 ‘나’도 아니고 더더구나 2012년의 ‘나’도 아니다. 2019년의 ‘나’의 마음으로 최근 몇 달 간 보고 들은 일들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권모술수였다. 이런 이유로 분노가 나의 몸을 가득 찼던 것이다. 나는 나의 분노를 쏟아내기 위해 광장으로 가려 한다. 촛불을 높이 들고 소리치려 한다. "이건 정상이 아냐!" "공평하다니 oh are you crazy 이게 정의라니" "룰 바꿔 change change"
小人閒居爲不善, 無所不至 소인한거위불선, 무소부지.
소인은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가히 있을 때는 나쁜 짓을 해도 못하는 짓이 없을 정도로 못되게 굴다가
見君子而后厭然揜其不善, 而著其善. 견군자이후암연엄기불선, 이저기선.
군자를 만나기만 하면 입 싹 다시고 그 나쁜 짓을 가려버리고 그 선한 모습만을 드러내 놓는다
人之視己, 如見其肺肝然, 則何益矣? 인지시기, 여견기폐간연, 즉하익의?
그러나 타인이 그런 자를 볼 때에는 이미 그 뱃속의 폐,간 까지도
다 들여다 볼 밖에 없는 것이니, 숨긴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此謂誠於中, 形於外, 故君子必愼其獨也. 차위성어중, 형어외, 고군자필신기독야.
이것을 일컬어 내면에 성실한 덕이 쌓이게 되면 그것이 저절로 밖으로 드러나게 된다고 하는 것이니,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홀로 있을 때를 신중히 해야 하는 것이다.
曾子曰:”十目所視, 十手所指, 其嚴乎?” 증자왈 : “십목소시, 십수소지, 기엄호?”
증자께서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다. “열 눈이 나를 보며, 열 손가락이 나를 가리키는도다! 아~ 무섭구나!”
*) 중국에서의 十(십, 열)은 많다는 뜻이다.
富潤屋, 德潤身, 心廣體胖, 故君子必誠其意. 부윤옥, 덕윤신, 심광체반, 고군자필성기의.
부(富)는 가옥을
윤택하게 하지만 덕(德)은 몸을 윤택하게 한다. 덕이 쌓이면 마음이 넓어지고 몸이 편안해진다.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그 뜻을 성실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 <대학, 학기
한글역주> 278~279 페이지, 도올 김용옥, 통나무, 2009
글자수 : 2429자(공백제외)
원고지 : 14.5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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